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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올라온 '자국민 역차별' 논란…건전한 개선 논의는 당연히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다문화가정과 외국인을 우대하면서 오히려 우리 국민이 역차별받는다는 오랜 불만이 결국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부상했다. 무엇보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정면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정치권과 사회 각계에서 '자국민 역차별'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행정부 수반이자 정책 결정권자가 직접 관련 제도와 정책을 손질할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관계 당국도 조만간 실태 조사와 법령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발언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가 내국인과 비교해 크지 않다는 취지로 지적했고, 다문화가정이 차별받지 않게 하는 걸 넘어 우대까지 하는 정책이 필요한지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다문화가정 우대 제도 폐지 필요 여부를 지방정부와 협의하고 시행령 개정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취지를 벗어난 과잉으로 특혜에 이르거나 내국인 가정에 대한 역차별이 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 발언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이 문제를 정치공학으로 접근하는 건 옳지 않다. 길게 보면 국가 대계와 직결된 주제여서다. 단순히 내국인과 국내 체류 외국인 및 이민자 간 처우 형평성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정된 국가 자원의 공정한 배분', '사회적 계약의 공정성 담보'라는 중대한 국민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국민을 분열시키고 '사회적 연대감'을 해체하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공정성이 훼손되는 지점이 심지어 역차별 성격까지 갖는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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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역차별 논란은 한국인들에 가장 예민한 '기회의 공정성'(Procedural Fairness)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환경과 출신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필요에 따라 기회가 부여되는가?'란 명제는 현대 민주국가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이다. 비슷한 저소득층인데, 단지 다문화 가정이거나 농어촌에 산다는 것만으로 나보다 유리한 조건과 특혜를 받는다면 아예 구조적으로 기회가 봉쇄된다는 절망을 느끼게 된다. 도시 서민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갇히는 정책 왜곡과 공정성 훼손도 발생한다. 이들은 대학 입시, 공공주택 배정, 어린이집과 산후조리원 입소 등에서 다문화, 농어촌 등 각종 특별전형이 생기자 '계층 이동 사다리' 자체를 빼앗겼다는 무력감에 빠졌다.
유럽이 이민자 문제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고 땜질식으로 대처하다 큰 사회 문제로 확산해 결국 대가를 치르고 있는 현상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이는 우리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 현재 시위와 폭동으로 흔들리는 프랑스, 다문화주의를 놓고 갈등을 이어 온 영국은 이주민과 특정 소수에 주거·복지 우대 정책을 펴다 내국인 도시 하층민의 소외감을 키웠다. 이는 극단적 반이민 정서와 반복되는 소요 사태 등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도 소득, 기여도 등에 관계없이 망명자, 이주민 등에 보조금과 주택을 우선 배정했다가 서민층 반발로 갈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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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현실 인식은 상식에 어긋나지 않고 합리성을 띤다. 이 대통령 본인과 청와대가 부연했듯 사회적 약자인 다문화가정에 대한 도움을 아예 없애자는 게 아니라고 한다. 우리말이 서툰 경우, 우리 제도와 시스템을 모를 경우, 최소 복지와 안전도 못 챙길 만큼 위험 수위에 몰린 경우 등이라면 우리와 동등한 선상에서 뛸 수 있게 챙기고 도와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사회적 형평을 깨는 특혜를 줌으로써 오히려 우리 국민이 역으로 차별받거나 손해 본다면, 이를 둘러싼 불만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언젠간 터질 시한폭탄을 알고도 방치하는 격이 될지 모른다.
합리적 개선 여지도 충분하다. 불만은 '다문화 지원 제도에 소득·자산 평가 기준이 미비해 경제력이 우수한 다문화 가정도 혜택을 받고 서민층 내국인은 배제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왕 손질하는 참에 다문화뿐 아니라 농어촌, 한부모 가정 등까지 포괄해 지원 기준을 유형 대신 소득·재산 기준으로 합리화함으로써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 혜택이 가도록 제도를 통합 개편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대학 입시, 어린이집 입소, 공공주택 청약 등 경쟁률 높은 공공재 배정 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불공정한 결과를 예방할 수 있다. 궁극적으론 도시와 지방, 내국인과 외국인, 가족 형태 등을 특정해 대상을 가르는 형태보다 진짜 취약층에 집중한 포괄적 안전망을 지향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사회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
역대 정권을 돌아보면 정치적 유불리보다 국익과 국민의 미래를 바라보고 정책을 편 대통령이 훗날 업적을 인정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중 하나다. 재임 기간엔 너무 인기가 없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제주 해군기지, 이라크 파병 등 지지층에서 부정적인 정책들을 밀어붙인 게 컸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른바 '진보 대통령들' 중 가장 인기 있는 전임 대통령으로 기억된다. 지지층 반대를 무릅쓰고 관철한 정책과 결정들도 재평가됐다. 한때 그를 비난했던 진보좌파 진영에서도 그를 상징적 아이콘으로 추앙한다. 이렇듯 정파성보다 원칙과 소신을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의 행보는 갈수록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진영 내부에 반대 의견이 있는 정책을 꺼내 들며 "진영주의를 경계"하라고 주문하는 장면에서 '노무현의 실용주의'가 잠시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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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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