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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없는 상고기각, 재판권 침해?…'재판소원 1호' 공개변론

입력 2026-10-23 19: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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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사건…형사재판은 무죄·과징금 행정소송은 심리불속행 기각


"서로 모순된 판결인데 이유 몰라" vs "대법서 주장 살펴보고 판결"




녹십자 과징금 관련 재판소원 공개변론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녹십자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관련 재판소원 사건 변론을 위해 착석하고 있다. 2026.10.23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1호'인 녹십자의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사건에 대한 변론기일을 23일 열었다.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통과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이다.


헌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대심판정에서 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청구한 재판취소 사건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대법원이 2심 판결의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보고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제도'가 재판청구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다.


녹십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 담합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으로 기각되자 재판소원을 냈다.


관련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는데도 대법원이 심리를 열지 않고 상고를 기각해 재판청구권이 침해됐다는 취지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녹십자 측은 형사 재판과 행정소송 판결이 서로 모순됐는데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인해 상반된 판단을 내린 이유를 알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이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힌 뒤, 다른 재판에서 법적 견해에 반하는 판결을 하는 건 당사자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판결이라 재판청구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논리적으로 '있다'와 '없다'는 양립 가능하지 않다"면서 "경쟁 제한성 개념 자체가 행정재판과 형사재판에서 다르지 않고 이 사건 증거도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했다.


이해관계인인 공정위 측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사건의 본질은 형사재판과 행정재판 결론이 다른 게 아니라 그 차이가 원심판결을 파기할 헌법상·법률상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라고 짚었다.


이어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심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상고 이유를 살펴본 뒤 판단에 따라 심리 속행을 안 한 것"이라며 녹십자가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이유서와 형사사건 판결문 등을 통해 충분한 진술 기회를 부여받았고 반박했다.


녹십자 측이 관련 형사재판 판결 의미를 상고심에서 충분히 주장했고, 대법원이 이를 모두 살펴본 후 정당한 기준에 따라 판단했기 때문에 재판청구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녹십자 측에 "상고심 재판받을 권리는 헌법상 권리가 아니라 심리가 속행되지 않아도 헌법상 권리가 침해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는 어떤 입장인가"라고 물었다.


녹십자 측은 "모든 사건에서 상고심 재판받을 권리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와 특수한 상황에서 당사자가 판결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냐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법원에서 형사판결과 다른 판단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 측에는 "결론적으로 대법원이 상고 기각할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모두 심리불속행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인가"라며 "아무런 답변이 없다면 당사자나 국민 입장에서 사건에 대해 충실히 고려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 확인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공정위 측은 "이해관계인이라 일반론적인 것까지 말하긴 곤란하다"면서 "항소심에서 자세하게 설시했기 때문에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GC녹십자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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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2017년 4월∼2019년 1월 발주한 HPV4가(가다실) 백신 구매 입찰 3건에서 도매상을 들러리로 세운 뒤 1순위로 낙찰을 받아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20억원) 처분을 받았다.


녹십자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서울고법은 작년 10월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지난 2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이는 백신 입찰 담합 관련 형사 사건과는 상반된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녹십자를 포함한 제약·유통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 사건에선 작년 12월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에 녹십자는 형사사건에선 무죄 판단을 받았는데, 행정소송 원심은 패소해 판단이 엇갈린 상황에서 대법원이 본격 심리 없이 심리불속행 기각해 재판청구권이 침해됐다며 지난 4월 재판소원을 냈다.


brig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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