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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진술 일부 인정…여론조사 의뢰 동기 있다고 봐
2심 "직접증거 明 진술이 유일…그대로 믿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속행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8.28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밝음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에서 1·2심 유무죄 판단을 가른 건 명태균씨 진술에 대한 신빙성 평가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 가운데 일부를 인정해 일부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명씨의 진술 전반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 증거는 명태균의 진술이 유일하다"면서 "명태균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짚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씨로부터 총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에게 비용 3천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업가 김씨가 명씨 계좌로 3천300만원을 송금한 내역 등은 있지만, 오 시장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명씨의 진술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직접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는지,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구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6.10.23 kjhpress@yna.co.kr
1심도 명씨의 진술을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명씨가 여론조사 범위에 대해 일관되게 진술하지 않고, 일부 사실관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조립해 진술한다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에게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는 부분도 당시 객관적 증거나 정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오 시장의 당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인정된다고 했다.
당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나 오 시장 선거캠프 측과 명씨의 만남 시기, 명씨의 여론조사 자료가 오 시장 선거캠프 측에 공유된 내역 등도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1심은 10차례 여론조사 중 앞부분 여론조사 5회와 김씨가 지급한 돈 3천300만원 중 2천1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나머지 여론조사의 경우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등 제3자 의뢰로 실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직 유지 여부가 달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항소심 선고일인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6.10.23 [공동취재] kjhpress@yna.co.kr
2심은 명씨의 진술 신빙성을 더 엄격하게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특정 참고인이나 증인의 진술 중 중요한 부분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밝혀진 경우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전체적으로 약해졌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일부 진술만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 증거로 삼으려면 해당 진술을 신뢰할 충분한 근거나 다른 보강 증거가 제시돼야 하는데, 특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명씨 진술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봤다.
2심은 명씨의 수사기관 진술이나 법정 증언에 대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반복적으로 주변적인 설명만 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기존 진술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수차례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수사기관 수사가 진행되면서 증거가 늘어나자 진술도 구체화했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오 시장이 명씨를 만난 지 이틀 만에 명씨에 대한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불법적인 비용 부담까지 언급하며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김씨가 명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기록이 남는 은행 계좌로 지급하고 일부 부가가치세까지 포함된 금액을 보낸 것도 이례적이라고 했다.
특히 2심은 '나경원을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며 오 시장이 울면서 전화했다'는 명씨 진술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1심은 해당 진술에 대해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면서도 통화내역 등을 근거로 당시 여론조사 의뢰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보석으로 풀려났던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10.7 dwise@yna.co.kr
2심은 명씨가 서울시장뿐 아니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점에도 주목했다.
당시 명씨는 김종인 위원장과 지상욱 전 의원 등에게 서울시장 선거와 부산시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 자료를 함께 전달했다.
이를 근거로 2심 재판부는 명씨가 오 시장 의뢰가 아니라 김 위원장과 지 전 의원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정치적인 격변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고 김종인에게 접근해 특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그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의혹 사건을 선고할 당시에도 명씨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를 위해 유력 정치인과 관계를 맺거나 도움을 제공해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으려던 개인적 사정도 작용한 걸로 보인다"고 봤다.
명씨가 의뢰나 부탁을 받고 여론조사를 실시한 게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이용했다고 본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2026.10.23 kjhpress@yna.co.kr
재판부는 "오 시장이 김씨에게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합리적 의심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짚었다.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 명씨 사이에 몇차례 만남이 있었고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 캠프에 공유된 점, 김씨와 명씨 측에 수차례 돈을 지급한 사실은 명백히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증거들로 인정되는 단편적인 사실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유죄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수사기관의 수사와 기소를 통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없도록 방지하기 위한 오래된 형사법의 대원칙"이라고 했다.
한편 특검 측이 "상고를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대법원에서 명씨 진술 신빙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사건도 상고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 여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윤 전 대통령도 2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특검 측이 상고한 상태다.
한편 특검 측이 "상고를 통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내년 1월께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같은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도 2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특검 측이 상고했다.
brig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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