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김길원의 헬스노트] 망막박리 수술, 멀어도 서울간다?…시각장애 위험 40% 높았다

입력 2026-10-20 06:13:01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타지역 수술환자 76% 수도권 집중…"지역 간 이동 따른 수술지연 가능성"


수도권만 환자 '순유입'…제주는 전문의 확충 후 지역 내 수술 급증




망막박리

[자료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응급실을 찾아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나 소아·분만 진료 공백처럼, 안과 응급질환에서도 지역 간 의료 접근성 불균형이 환자의 장기적인 눈 건강을 위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표적 응급질환인 '망막박리' 수술을 위해 거주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이후 시각장애인으로 등록될 위험이 40%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 필수의료의 문제가 단순히 병원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넘어, 환자의 평생 눈 시력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창원병원 안과 김은아 교수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해 2014∼2023년 열공성 망막박리로 진단받고 30일 이내 수술받은 11세 이상 환자 5만4천269명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에 발표됐다.


망막박리는 눈 안쪽의 신경조직인 망막이 제자리에서 떨어져 나가는 질환이다. 이 중 망막 구멍으로 인해 발생하는 '열공성 망막박리'는 방치할 경우 영구적 시력 상실로 이어지는 대표적 안과 응급질환이다. 특히 시력의 핵심인 중심부 황반까지 박리가 진행되면 수술 후에도 시력 회복이 어려워 골든타임 내 수술이 예후를 좌우한다.


연구팀은 전국을 수도권(서울·인천·경기), 강원, 중부, 호남, 영남, 제주 등 6개 권역으로 나눠 환자의 거주지역과 실제 수술받은 지역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의 9.6%인 5천224명이 거주 권역을 벗어나 수술받았다. 이들 중 76.4%인 3천989명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지역별로 보면 제주 거주 환자의 43.4%가 다른 권역에서 수술받아 이동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강원도 38.5%, 중부 29.0%, 호남 15.3%, 영남 8.3% 순이었다. 반면 수도권 거주 환자가 다른 권역에서 수술받은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환자 유입과 유출을 함께 고려한 순유입률에서도 수도권만 12.2%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제주(-38.6%), 강원(-28.8%), 중부(-20.7%) 등 나머지 권역은 모두 순유출을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지역 간 이동이 시각장애 발생 위험과 연관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수술 후 새롭게 시각장애를 등록한 비율은 타지역 수술환자군이 2.4%로, 거주지역 수술환자군의 1.5%보다 높았다.


연구팀이 연령과 성별, 동반질환, 건강보험료 수준 등을 보정한 뒤에도 타지역 수술환자의 시각장애 발생 위험은 거주지역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해 수술받은 환자의 시각장애 발생 위험만 보면 이보다 높은 1.5배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재수술 비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재수술 비율은 타지역 수술환자군 7.6%, 거주지역 수술환자군 7.4%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진단 다음 날을 넘겨 수술받은 비율은 타지역 수술환자군이 42.0%로, 거주지역 수술환자군(33.6%)보다 8.4%포인트 높았다.


진단 후 7일을 초과해 수술받은 환자끼리 비교했을 때도 타지역 이동 환자의 시각장애 발생 위험은 비이동 환자보다 1.86배 높았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지역 간 이동에 따른 수술 지연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망막박리는 수술로 떨어진 망막을 다시 붙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황반이 이미 손상됐다면 시력을 충분히 회복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술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력 예후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증 환자가 전문 치료를 위해 상급병원으로 의뢰되는 경우도 있어, 이동 자체가 시각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결과는 제주지역의 변화다.


2018년 제주에서는 망막박리 환자의 약 70%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수술받았지만, 2023년에는 거주지역 내 수술 비율이 87.9%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제주에서 시행된 수술도 19건에서 113건으로 늘었다.


반면 수술 시행 의료기관은 2곳에서 4곳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구팀은 제주대병원을 중심으로 망막·유리체 분야 전문의가 확충되고 전문 진료 역량이 지역사회로 확대된 점이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강원지역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4년 -50.0%였던 환자 순유출률이 2021년 -5.9%까지 개선됐지만, 2023년에는 다시 -23.8%로 악화했다. 이 기간 수술 시행 의료기관도 10곳에서 8곳으로 줄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병원 건물이나 전체 의사 수를 늘리는 외형적 확충을 넘어, 환자가 필요한 시점에 해당 지역에서 적절한 전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 진료체계 구축이 필수의료 정책의 핵심이어야 함을 시사한다.


정부도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줄이기 위해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고, 의료인력 확보와 지역완결형 진료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에도 불구하고 망막박리 응급수술에 대한 지역 간 접근성 격차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제주지역의 사례는 전문인력 확보를 중심으로 한 지역 맞춤형 투자가 의료 접근성의 불균형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bio@yna.co.kr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5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연합뉴스 콘텐츠 더보기

해당 콘텐츠 제공사로 이동합니다.

많이 본 최근 기사

관심 많은 기사

실시간 검색어

2026-10-20 07: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