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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초 올림머리' 숏폼 인기…동대문 상인 "매출 30% 껑충"
전문가 "발품 팔아 취향 찾는 '보물찾기'…전통 장신구의 현대적 재해석"

[촬영 이보배 기자]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한국 전통 장신구 '비녀'가 젊은 층 사이에서 '힙한' 헤어 액세서리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시장을 돌며 개성 있는 옥반지를 찾아내던 2030세대 놀이문화가 이번에는 비녀로 옮겨붙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동대문시장의 이른바 '비녀 맛집'을 소개하거나 비녀로 머리를 틀어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잇따라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대 안 풀리는 비녀 꽂기', '출근·모임 만능 비녀 20초 팁' 같은 스타일링 영상이 수만∼수십만 회씩 조회되고 있다. 동대문시장 상인이 손님 머리를 직접 말아 비녀를 꽂아주는 영상은 조회수 160만 회를 넘어서며 화제를 모았다.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인스타 보고 왔어요"…전통보다는 "예뻐서"
지난 15일 찾은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액세서리 매장.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비녀를 고르는 젊은 층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SNS 영상을 보고 매장을 찾았다고 했다.
최근 유행하는 비녀는 전통 비녀와 모양이 조금 다르다. 두 갈래로 갈라진 'U자형' 핀이 주를 이루는데, 서양에서 유행한 올림머리 '프렌치 번'에 쓰이는 헤어핀과 흡사하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반응도 '전통 장신구에 대한 관심'보다는 '디자인이 예뻐서' 샀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윤주빈(25) 씨는 "사장님이 직접 머리를 해주시니까 나도 저런 우아한 머리를 하고 싶어 더 사고 싶어진다"며 "프랑스에서 비녀를 사는 영상을 보고 대리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젓가락 모양 비녀를 써봤다는 김인해(24) 씨는 "한 가닥짜리는 고정되는 범위가 제한적인데, 이건 두 갈래라 머리가 더 잘 고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헤어 분야를 전공했다는 최혜정(32)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서양 사람들이 이걸(프렌지 번을) 많이 하는 영상을 봤는데 한국에서도 팔길래 왔다"고 말했다.
젊은 층 사이의 전통 장신구 인기에 대해 최씨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린다"면서도 "유행은 돌고 도는 건데 지금은 전통적인 게 유행하는 시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옥반지 열풍에 대해서도 "인기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실반지나 레이어드 반지를 더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매장 업주는 비녀가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뒤 판매량이 30%가량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는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못 샀던 손님들이 SNS를 보고 알게 됐다며 "비녀를 일부러 보러 오는 젊은 손님도 많다. 매장에서 직접 해주면 거의 다 사 간다"고 말했다.

2026년 10월 15일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액세서리 매장에서 손님들이 비녀 등 헤어 액세서리를 고르고 있다. [촬영 이보배 기자]
◇ 전문가 "보물찾기하듯 고르는 재미…전통의 재해석"
전문가들은 직접 발품을 팔아 '나만의 아이템'을 찾는 소비문화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흐름이 맞물린 결과로 봤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데이트 연관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니 동묘가 성수를 앞섰을 정도로, 물건이 가득한 시장에서 내 취향에 맞는 것을 찾아내는 보물찾기 자체가 젊은 세대에게는 놀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서양식의 '걸리시'한 무드를 내면서도 이를 비녀라는 이름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힙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SNS에서 누군가 시도한 스타일이 예쁘면 다른 사람이 따라 해보고, 판매자는 그걸 보고 또 만든다"며 "사실상 모든 사람이 프로슈머(생산적 소비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촬영 이보배 기자]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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