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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선동·서순라길·해방촌·명동 색다른 매력…골목서 만나는 한국의 일상
"전통적인 돌담과 현대적 가게 어우러져"…골목마다 다른 분위기와 개성
[※ 편집자 주 = 화려한 빌딩 숲을 살짝만 벗어나면 골목이 나옵니다. 익숙하지만 미처 몰랐던 골목의 숨은 매력이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K드라마·K푸드에 이어 주목받는 K골목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서울과 지방의 독특한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쉬는 K골목을 소개하는 기사 4건을 송고합니다.]

[촬영 이민영]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이민영 기자 = 금요일인 지난 16일 오후 7시께 해가 저문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어둑해진 하늘 아래 종묘 돌담을 따라 가게들의 불빛이 은은하게 번졌다.
돌담 옆으로 이어진 카페와 음식점 앞에는 야외 테이블이 놓였고, 손님들은 음료를 마시거나 술잔을 기울이며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골목 곳곳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노점의 액세서리를 구경하고, 스탠딩 테이블에 모여 선 채 와인잔을 부딪치는 모습이었다.
스웨덴에서 온 크리스토퍼(28)씨는 "종묘의 전통적인 돌담이 길게 이어지는 풍경이 아름답다"며 "동료가 이 동네가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순위에 올랐다고 해 방문했는데 오길 잘한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영국 도시·여행 전문 매체 타임아웃은 종로3가를 '2026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1위로 선정했다.
타임아웃은 100년 한옥과 오래된 음식점,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야외 식사 문화, 독립 상점과 카페 등을 종로3가의 매력으로 꼽았다. 종로 일대의 골목이 전통적인 풍경과 현대적인 상업 공간이 어우러진 관광지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촬영 이민영]
외국인 관광객들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풍경뿐 아니라, 도심의 번잡함 속에서도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종로 골목의 매력으로 꼽는다.
서순라길을 걷던 네덜란드 출신 세라(21)씨는 "작고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고 조용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라며 "서울의 다른 곳은 붐비지만 이곳은 대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포르투갈 출신 베르덴(40)씨도 명동에 숙소를 두고 서울을 여행하던 중 서순라길을 찾았다며 "명동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촬영 이민영]
종로 익선동도 해가 진 뒤에는 한옥과 현대적인 상점이 어우러진 골목 풍경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익선동 골목에서는 한옥의 기와지붕 아래로 카페와 음식점의 조명이 새어 나오고, 좁은 골목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 앞에서는 메뉴판을 살펴보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오갔다.
나무 기둥과 낮은 처마를 살린 한옥에 현대적인 간판과 유리창이 더해지면서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촬영 이민영]
러시아에서 온 발리나(22)씨는 친구 다샤(22)씨와 익선동 골목을 구경하며 야외 카페를 찾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고 방문을 결심했다는 그는 "전통적인 돌담과 현대적인 가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점이 정말 독특하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라고 말했다.
골목에서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상인들에게도 외국인 관광객은 익숙한 손님이 됐다.
익선동에서 카페를 운영한 지 2년 반 됐다는 박모(51)씨는 "올해 외국인 손님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가게를 연 뒤 요즘이 외국인 손님이 가장 많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촬영 이민영]
익선동에서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골목의 야외 포장마차촌에서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불판 위에서는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고, 테이블 위 소주잔이 부딪쳤다.
골목 곳곳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 등 다양한 언어가 오갔다.
남편과 야장에서 삼겹살을 먹고 있던 프랑스 출신 아스타드(30)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좁은 골목에 식당이 밀집해 있는 풍경을 보기 어렵다"며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한국인 공동체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촬영 이민영]
이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경복궁이나 광화문광장 같은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넘어 서울의 골목으로 향하고 있다.
오래된 한옥과 돌담, 개성 있는 가게와 카페가 어우러진 골목에서 한국의 음식과 일상 문화를 경험하는 여행이 새로운 매력으로 떠오르면서다.
이 같은 골목 관광의 열기는 종로 일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종로가 전통적인 정취로 눈길을 끈다면, 이태원 신흥시장 골목은 한국적이지만은 않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촬영 조현영]
16일 오후 7시께 서울 용산구 해방촌 신흥시장.
숙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꼬불꼬불한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 곳이지만, 골목에서는 중국어와 일본어가 들렸고 서양인과 히잡을 쓴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시장을 둘러보던 미국 출신 알리(32)씨는 "한국 같지 않은 이국적인 풍경이 오히려 외국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여기는 한국 같지가 않네"라고 영어로 말하며 지나가기도 했다.
신흥시장의 한 옷가게에서 일하는 30대 A씨는 "지난해부터 부쩍 외국인 손님이 늘었다"며 "일본·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뿐 아니라 백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촬영 조현영]
명동 역시 밤늦게까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골목마다 내·외국인이 어우러진 해방촌과 달리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모습이었다.
스포츠 의류 매장에는 쇼핑객들이 가득했고, 거리의 떡볶이와 계란빵, 아이스크림 판매대 앞에는 음식을 사려는 외국인들이 줄지어 섰다. 두 손 가득 쇼핑한 물품이 가득 담긴 종이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러시아에서 친구들과 여행을 온 제니(40)씨는 화장품이 가득 든 쇼핑백을 들어 보이며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명하고 다양한 브랜드 상점이 많아 찾았다"며 "러시아에서도 한국 화장품이 점점 유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온 리우(25)씨도 "유명 브랜드가 모여 있어 쇼핑하기 편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기 좋다"고 말했다.

[촬영 조현영]
이처럼 서울의 골목들은 지역마다 다른 분위기와 개성을 바탕으로 관광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종로에서는 전통의 정취를, 해방촌에서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명동에서는 쇼핑과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등 골목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경험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골목이 관광 명소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쓰임을 더해온 과정이 있다.
대표적으로 1920년대부터 도시형 한옥이 들어선 익선동은 한때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한옥을 살린 카페와 음식점, 공방과 문화공간이 잇따라 들어서며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노상주차 공간을 줄이고 보행로를 넓히면서 종묘 돌담 주변의 개량한옥과 저층 건물에도 카페와 음식점, 공방과 독립 상점이 들어섰다.
다만 관광객이 늘면서 좁은 보행로의 혼잡과 소음, 쓰레기, 흡연, 화장실 부족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골목 고유의 매력을 보존하면서 관광객의 편의와 주민의 일상이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골목 관광의 과제로 남았다.
mylu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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