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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년도 예산 증액 요청했으나 전년과 동일한 24.5억원
하루 평균 20만∼30만원 사설 경호 비용 개인 부담은 힘들어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전 연인으로부터 교제 폭력을 당했던 A씨는 어느 날 길을 걷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전 연인 B씨와 마주쳤다.
A씨는 크게 당황했지만, 곁을 지키던 경호원 두 명의 안내에 따라 인근 카페로 자리를 피했다.
B씨가 카페까지 쫓아와 A씨를 위협하려 하자, 경호원들은 그를 제지하고 112에 신고해 B씨는 결국 경찰에 현행범 체포됐다.
A씨의 사례는 경찰청이 시행하는 '고위험 범죄피해자 민간 경호 지원사업'에 선정된 민간 경호업체의 2025년 실제 경호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민간 경호 지원 사업은 이처럼 실제 피해를 막아내며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효과가 크지만, 한정된 예산 탓에 극소수만 보호한다는 한계가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에서 12일 새벽 40대 여성이 쓰러진 채 스토킹·교제폭력 신고 대상인 60대 남성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고 있다. 이후 이 여성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주변 건물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2026.10.12 [연합뉴스TV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koss@yna.co.kr
◇ 민간 경호 예산 한해 24억5천만원…작년 지원 인원 421명
17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내년도 범죄피해자 보호 기금에 반영될 민간 경호 지원 예산 약 2억5천만원 추가 증액을 요청했으나 거절됐다.
경찰은 임금 등 단가 인상에 따라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봤으나, 2027년 민간 경호 예산도 전년과 동일한 24억5천만원으로 반영됐다.
2023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고위험 범죄피해자 민간 경호 지원사업은 정식사업으로 전환된 이후 작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 중이다.
민간 경호 지원 기간은 최대 14일, 기본 하루 10시간이며 시도 경찰청 승인을 받아 1차례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경찰청의 사전 교육을 이수한 경호원이 배치된다.
위험도에 따라 24시간 경호가 지원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위험도가 '매우 높음'에 해당하는 사건 중에서도 위험성이 특히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안전조치 심사위원회를 통해 경호 지원을 결정한다.
2023년 98명, 2024년 156명, 2025년 421명의 피해자가 이 사업으로 민간 업체의 경호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스토킹·교제 폭력 재신고만 5만1천950건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극소수 피해자만 지원받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경호원 동행하니 피해자들 안도감…실제 검거·제지는 14건
민간 경호 지원을 받은 피해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경호 업체는 대상자의 출퇴근길이나 개인 일정 등에 밀착 동행하고, 대상자의 업무 시간 중에도 회사 주변을 순찰한다.
대상자가 주로 집에 머무는 경우는 자택 주변에서 머물며 가해자의 접근을 제재하고 필요시 경찰에 즉각 신고한다.
지난해 지원 사업 대상자 경호 중 가해자를 검거·제지한 경우는 총 14건이었다.
경찰청 민간 경호 지원 사업을 4년째 수행하고 있는 업체 에스텍시스템 관계자는 "경호원 두 명이 항상 대상자 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해자들이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업체 홈페이지에는 민간 경호 지원을 받은 피해자들이 올린 "경찰 신고 후 가해자가 나타나 보복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덕분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또 "몸을 사리지 않고 항상 주위에서 지켜주셔서 고맙다", "평소처럼 사람들을 만나고 필요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내용의 글도 있다.
이처럼 민간 경호는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 등 피해복구에 효과적이지만, 정부 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문턱이 높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설 경호를 개인적으로 이용하려면 적게는 일평균 20만∼30만원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경찰 지원 사업의 기본 지원 기간인 2주만 이용하더라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직접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연합뉴스TV 제공]
◇ 전문가 "민간 경호를 비롯해 피해자 지원 수단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하는 민간 경호 확대와 함께 구조적인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옆에 있으면 (심적으로) 나을 것"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국가의 진정성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 임시 숙소, 피해자 전담 경찰관 증원 등 다른 피해자 보호 수단도 함께 확충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9월 경찰청은 피해자 전담 경찰관이 배치되지 않은 72개 경찰서와 업무 과중 관서의 인력 보강을 위해 행정안전부에 201명의 신규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현재 전국 피해자 전담 경찰관 정원은 259명에 불과하다.
경찰은 신변 보호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내년도 임시숙소와 스마트워치 예산에 각각 3억원, 8억원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가운데 임시숙소 예산은 경찰청의 증액 요청이 반영된 약 12억4천만원 (2026년 9억4천만원), 스마트워치는 전년과 동일한 18억800만원으로 책정됐다.
피해자 보호를 넘어 가해자 격리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의 변호사는 "민간 경호는 신고 직후 가해자가 격앙된 경우 등에는 유효할 수 있다"면서도 "결국 경호 종료 이후에도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가해자를 구속·유치하는 등 피해자로부터 분리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nde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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