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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성 범죄 '둘만의 문제' 아니었다…64%는 가족 겨냥

입력 2026-10-1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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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연구팀, 과거 50년간 실제 사건 판결문 80건 분석


상대 포함 가족 전체 겨냥하거나 가족에게 대신 보복한 경우 다수




'장모 살인·아내 납치' A씨,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이혼소송 중 장모 살해 및 아내를 납치한 20대 중반 남성 A씨가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10.13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최근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장모 살해 사건과 제주 부녀 사망 사건처럼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시작된 갈등이 가족, 지인 등 주변인의 생명과 안전 위협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가족은 당사자의 소재를 보호하거나 접근을 막는다는 등의 이유로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방에게 심적 고통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자녀를 공격하는 사례도 있다.


16일 범죄심리학자 공정식 경기대 교수 연구팀이 한국안전문화학회의 '안전문화연구'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1973∼2021년에 발생한 친밀관계 폭력 사건 관련 판결문 약 80건을 분석한 결과 '관계 밖 피해자'가 최소 157명으로 확인됐다.


관계 밖 피해자는 갈등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화풀이나 보복의 수단, 당사자와 관계의 장애물로 인식돼 피해를 당한 당사자의 가족·자녀·새 연인·지인, 사건 현장 개입자 등을 말한다.


이 가운데 144명은 사망하고 13명은 살인미수·감금·성폭력 등 공격을 받았으나 생존했다.


이와 별개로 사망한 당사자는 31명이었다.


피해자의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을 공격한 경우는 39건이었으며 친자녀 등 자녀나 아동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경우도 31건으로 파악됐다.


상대의 새 연인·배우자를 공격한 사례는 20건이었다. 여러 명을 함께 공격하는 경우는 중복 집계된 수치다.


전체 분석 대상 사건(약 80건)의 절반 수준인 37건(46.3%)은 친밀관계의 종료나 이탈로 인해 발생했다.


연인에 대한 질투나 새 연인이 생긴 데 따른 공격은 25건(31.3%)으로 나타났다.


관계의 종료가 공격으로 이어진 경우가 62건(77.5%)에 달하는 것이다.







송파구 장모 살해 사건의 20대 남성 A씨도 자신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진행하던 아내에게 감정이 좋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제주 부녀 사망 사건의 40대 남성도 전 부인과 이혼 소송 중이었다.


유형별로 보면 배우자나 연인, 자녀, 부모 등 가족 전체를 함께 겨냥한 공격은 27건(33.8%), 가족에게 대신 보복한 공격은 24건(30.0%), 새 연인·관계 방해자 공격은 17건(21.3%)이었다.


가족을 겨냥하거나 그들에게 대신 보복한 경우가 전체의 63.8%로 절반을 넘었다.


연구팀은 "배우자나 연인과 자녀·부모·형제자매가 같은 장소에서 공격받았으며, 칼·둔기·방화 등을 이용한 하나의 연속된 범행으로 여러 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며 "행위자가 상대방과 가족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 인식하고 가족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현장 개입자·목격자에게 확대된 공격은 8건(10%), 닮은 사람·불특정인에게 옮겨간 공격은 4건(5%)으로 가족이나 피해자와 연관된 사람을 공격한 경우보다는 적었다.







가해자들은 상대방에게 큰 타격·손실을 주기 위해, 혹은 이혼·결별 등으로 인한 실패감과 수치심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 공격의 경우 '자녀를 남겨두면 불행하다'며 행위를 정당화하는 경우도 있었다.


판결문 64건에는 무기 구입뿐 아니라 가족 주거지 확인, 상대방의 근무지 파악, 인터넷을 통한 청부 접촉, 배달원 가장, 인화물질 운반, 대기와 유인 등 사전 범행 준비가 드러나기도 했다.


연구팀은 "직접 피해자에 대한 접근만 차단하고 가족이나 새 연인의 위험 노출을 함께 고려하지 않으면 공격 대상이 관계 밖 사람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놓칠 수 있다"며 "'숨겨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가족을 위협한 적이 있는지, 가족의 주거지를 찾아가거나 사진을 촬영했는지도 별도의 위험신호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관계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선 단편적인 해결책이 아닌 시스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관계성 범죄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두려워하고 공포에 떠는 상황은 전쟁과 마찬가지"라며 "국가 차원에서 이를 범죄 이상의 '안보'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 범죄에 대한 대응을 넘어 전담 부서 신설, 안전 보호 시설의 확충, 인력·예산 확보 등 국가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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