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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용병 후속] ④ 가이드라인 첫 마련…'문어발 소속' 정당화 악용 소지도

입력 2026-10-12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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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과도한 소속 기재 삼가라…독자·평가기관 오해 초래"


'공식 임용' 명문이 방어 논리로?…대학들은 계약 조건에 "소속 쓰라"




칼레드 무스타파 박사가 소개한 '문어발 소속처' 관행

[무스타파 박사가 2020년 출판한 논평 'Octopus affiliations'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양수연 기자 = 한국연구재단이 대학의 '학술 용병' 논란 핵심인 학자 소속 표기 남용 행태를 경계하자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다만 별다른 구속력 없는 권고와 원칙론에 그쳐 학계 차원의 실질적 자정 작용을 끌어낼 수 있을지, 오히려 '문어발 소속'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우려마저 나온다.


학술용병 의혹은 대학이 외국 다작·고인용 학자를 대거 겸임 교원으로 데려와 강의나 공동저술 등 실질적 기여 없이 세계대학평가에 반영되는 각종 지표 향상을 꾀했다는 것이다.


12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한국연구재단의 '올바른 저자 표시에 관한 권고사항 개정안'에는 복수 저자 표기 시 주의사항 항목이 추가됐다.


재단은 "복수 소속은 실제 연구 수행 여부나 연구에 대한 기관의 실질적 지원 및 관계를 반영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상황은 크게 네 가지로 소개됐다.


먼저 논문에 적어놓은 기관에서 실제 연구를 수행하지 않았거나, 저술 과정에서 실질적인 연구 지원·환경을 제공받지 못했다면 표기를 지양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명예·일시직, 형식적 계약 관계인데도 그 소속이라고 논문에 쓰거나, 특정 학교의 학술 지표 개선을 목적으로 과도하게 소속을 기재하는 행위도 삼가라고 권고했다.


재단은 "연구 부정이라 단정은 어렵지만 연구가 수행된 기관 환경이나 실제 소속 관계에 대해 독자나 평가기관의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은 각 학술지·학교 등 국내 학계 구성원에 올해 안으로 배포된다.




대학 강의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교육·연구 지원 관계 당국이 무분별하게 소속처를 써내는 연구자나 이를 조장하는 학교·연구소 등 행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은 글로벌 학술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국내 대학들의 '꼼수 전략'을 추적한 연합뉴스 연속 보도 이후 이뤄졌다.


스코퍼스(Scopus) 등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는 연구자가 자신의 소속으로 여러 대학을 '문어발식'으로 병기하면 모든 대학의 실적으로 중복으로 인정된다.


고인용·초다작 연구자를 느슨한 고용 관계로 영입한 뒤 향후 출판되는 논문마다 자교 소속을 적게 하면 학술 실적도 자동으로 부풀려지는 구조다


기관은 연구 지표를, 연구자는 논문 인센티브와 명망을 얻어 양측 모두 손해 볼 게 없기에 대학들은 이를 연구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국제적 관행'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연구의 투명성을 떨어뜨리고, 기관별 기여도를 은폐하는 교란 행위라는 비판 속 '문어발 소속처'(Octopus Affiliations)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연구자·기관이 '국제 학술 교류'를 주장하며 최근 논문마다 소속처를 무분별하게 다량 기재하는 현실을 꼬집은 표현이다.




연구(PG)

[정연주 제작. 재판매 및 DB금지]


문제는 이번 지침만으로는 '문어발 꼼수'가 곧장 근절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연구재단은 지침에 '외국인 연구자 소속 표기법' 항목을 별도로 두고 "공동 연구 또는 공식 임용·겸직 등 실제 기관 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소속을 병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해석이나 논쟁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이 공식 직함만 만들어주면 연구자가 교원으로서 책임감 있게 활동하지 않더라도 논문에 소속을 쓰는 데 문제가 없다고 수용될 수도 있어서다.


대학들이 '연구에 실질적으로 기관이 기여했느냐', '진짜 구성원인가'라는 본질적 원칙보다는 외적 고용관계를 방어 논리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본국에 머물며 2∼3년에 한 번씩 원격으로 국내 교원과 논문을 쓰고, 1년에 한 차례 방한해 학회 명목의 친목 행사에 얼굴을 비치는 느슨한 조건이더라도 '공식 임용' 타이틀을 근거로 외부 연구자가 쏟아내는 수십·수백편의 논문이 해당 대학 성과로 잡히는 현행 구조가 유지된다.


이는 연구재단이 경계 대상으로 언급한 '형식적 고용'의 기준이 모호해서다.


현행법상 교원 채용 권한은 대학 총장·법인에 전적으로 귀속돼 연구윤리를 전담하는 재단도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


고용 주체인 대학들이 가이드라인을 따르며 '문어발 소속' 관행을 스스로 끊어낼 가능성도 희박하다.


애초에 대학들이 내거는 핵심 조건 자체가 최대한 많은 연구물에 자교 소속을 적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합뉴스가 확보한 국내 한 사립 명문대의 외국인 교원 계약서에는 임용 기간 출판하는 논문에 이 학교를 소속 기관 중 하나로 반드시 기재하라는 노골적인 조건이 담겨있었다.


2020년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토메트릭스(Scientometrics) 논평으로 '문어발 소속' 개념을 소개한 프랑스 독립 서지학자 칼레드 무스타파 박사는 연합뉴스에 "이런 관행이 신중하게 다뤄지지 않으면 학문 연구의 질과 정당성, 결과물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라고 경고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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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2 09: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