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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레이스 둘러싼 시선차…"문화 즐기는 통로"vs"왜곡된 이미지 우려"
전문가들 "인위적 규제보다 전통한복 매력 알릴 선택지 넓혀야"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 문화축제 추석 한마당'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6.9.22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관광객이 잠시 빌려 입고 사진 남기는 옷에 엄격한 전통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나."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공감을 얻은 글의 일부다. 경복궁 등 고궁 주변에서 외국인들이 대여해 입는 한복을 두고 '원형과 동떨어진 국적 불명의 옷'이라고 꼬집은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고궁 일대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체험한복'을 둘러싸고 때아닌 정통성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레이스·금박 두른 '체험한복'…입기 편하지만 "전통 왜곡" 지적도
논쟁의 중심에는 주로 주요 고궁 주변 대여점에서 취급하는 이른바 '체험한복'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서울에 비가 내린 2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한 한복 대여 업체 마네킹에 우산이 씌워져 있다. 2026.4.20 ksm7976@yna.co.kr
체험한복은 외국인 관광객이 시간 단위로 빠르게 빌려 입고 반납할 수 있도록 형태가 점차 간소화됐다.
옷고름을 직접 매는 대신 스냅 단추(똑딱이)나 벨크로(찍찍이)를 달아 편의성을 높였고, 세탁과 관리가 쉬운 합성섬유 원단이 주로 쓰인다.
대여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복 고유의 형태와 거리가 먼 문양이나 서양 드레스 실루엣을 차용한 제품도 적지 않다.
한국복식학회 학술지 '복식'(75권 1호)에 실린 '패션 투어리즘으로서의 한복 체험에 나타난 문화적 인식' 논문은 "착용과 움직임이 편리하도록 간소화한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서양 복식의 형태를 결합한 디자인은 한복 본연의 모습과 다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분석했다.

[다음카페 여성시대 '강원도드래요' 게시글 댓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온라인 공간에서도 체험한복의 전통성을 둘러싼 시선은 엇갈린다.
엑스(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한복이 아닌 체험한복을 입는 것은 볼 때마다 아쉽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외국인들이 금박과 레이스가 달린 한복을 전통 한복으로 알까봐 걱정된다"는 댓글도 달렸다.
반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누리꾼은 "한복을 입는 자체만으로도 좋은데 디자인을 이유로 관광객을 비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썼다.
◇ 궁궐 한복 입장객 10년새 155배…"규제보다 전통 살릴 선택지 넓혀야"
한복을 입고 고궁을 찾는 관람객이 급증하면서 한복 체험은 방한 관광의 대표적인 코스로 자리 잡았다.
국가유산청이 집계한 4대궁(경복궁·창덕궁·덕수궁·창경궁)과 종묘 한복 착용 입장객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약 1만3천 명이었던 관람객은 10년 후인 작년 약 200만 명으로 155배가량 폭증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7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 경춘전에서 궁중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열린 행사에서 시민들이 한복을 골라 입어보고 있다. 2026.10.7 seephoto@yna.co.kr
전문가들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만큼 섣부른 규제나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관광객의 관심을 전통문화의 깊이로 연결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후근 한국한복진흥원장은 "외국인들의 체험한복 소비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며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문화인 만큼 이를 규제하거나 단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섭 성신여대 문화산업예술학과 교수 역시 대여를 통한 한복 체험 열기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김 교수는 "체험한복이 현대적으로 변형되더라도 한복의 기본적인 기조와 특징은 살릴 필요가 있다"며 "제작 방식이나 소재보다 한복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법으로는 민간 대여업체에 대한 규제 대신 '전통한복 체험의 선택지 확대'가 제시됐다.
박 원장은 "관광객들이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행사의 일환으로 전통한복을 제대로 갖춰 입어볼 기회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체험한복으로 시작된 호기심이 전통한복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접하는 계기로 이어지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김 교수도 "민간 대여업체의 한복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정부와 한복 전문가집단의 논의하에 전통한복부터 현대적으로 변형한 한복까지 다양한 체험한복 디자인을 제시하고 대여업체가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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