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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글날 기념식은 요릿집에서?…100년 전 '식도원' 조명

입력 2026-10-09 08: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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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조선어연구회, 경성 한복판서 첫 '가갸날' 기념식


조선요리·대형연회로 이름난 곳…40층 빌딩으로 재개발 예정




조선요리점 식도원(食道園)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아카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올해 100주년을 맞은 한글날의 출발점은 궁궐도, 학교도 아닌 서울 도심의 한 요릿집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6년 11월 4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청계천 건너편 방향에 자리 잡은 식도원(食道園).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와 잡지 '신민'을 펴내던 신민사는 이곳에 모였다. 훈민정음 반포 480돌을 기념하고 우리 글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오늘날 '한글날'의 출발점이 된 첫 '가갸날' 기념식이다.


9일 서울역사박물관 자료 등에 따르면 당시 동아일보는 11월 4일자 지면에 이 행사를 알리며 제목을 '한글의 새로운 빛 오늘이 가갸날'이라고 뽑았다.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는 이날 식도원 축하회에 이어 이틀 뒤 중앙기독교청년회관에서 강연회를 열고 농촌의 문맹 퇴치를 위한 '가갸문' 강습도 추진했다.


단순한 기념 잔치가 아니라 우리 말과 글을 지키고 널리 쓰자는 문화운동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당시에는 '한글'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글자를 '가갸거겨 고교구규…' 식으로 익히던 데서 따와 우리 글을 친숙하게 부르던 '가갸'에 '날'을 붙여 '가갸날'로 칭했다.


조선어연구회는 세종실록의 "이달에 훈민정음이 이루어지다"라는 기록을 바탕으로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29일을 반포일로 추정했다. 그해 음력 9월 29일이 양력 11월 4일이었다.




조선요리점 식도원(食道園) 동정원(東庭園) 풍경을 담은 사진엽서

[서울역사박물관 아카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식도원은 당시 경성(서울)을 대표하던 대형 조선요리점이었다.


식도원은 명월관을 운영했던 안순환이 1920년 식도상회와 함께 설립한 요릿집이다.


남대문통 1정목 16번지와 삼각정 78번지 일대, 지금의 서울 중구 남대문로1가·삼각동 부근에 자리 잡았다. 현재 신한은행 광교빌딩 일대로 알려진 곳이다.


궁중 요리사 출신인 안순환은 앞서 광화문에서 명월관을 운영했고 이후 인사동 태화관을 거쳤다.


태화관은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식을 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식도원 역시 조선요리를 내는 음식점을 넘어 각종 연회와 결혼식, 사회·문화계 모임이 열리는 경성의 대표적인 사교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규모도 상당했다. 1924년 확장 당시 광고에는 2층 건물에 건평이 661㎡(200평)를 넘고, 2층 대광실에서는 서서 하는 연회의 경우 1천명, 좌식 연회는 500명까지 받을 수 있다고 소개됐다.


1922년 경성공회당에서 열린 조선식량품품평회에서 상을 받은 사실을 광고에 내세울 정도로 음식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1934년에는 식도원 홍보를 위해 만든 관광안내서 '조선보감'까지 등장했다.




조선요리점 식도원(食道園) 동정원(東庭園) 풍경을 담은 사진엽서

[서울역사박물관 아카이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한문 혼용뿐 아니라 일본어와 영어를 활용해 조선요리와 건물, 연회·혼례시설, 경성 관광코스 등을 소개했다.


식도원이 단순한 식당을 넘어 외지인이 경성과 조선 문화를 접하는 공간 역할까지 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당시 사람들이 모이고 먹고 이야기하던 대중적인 공간에서 '우리 글을 위한 날'을 선언했다는 점은 첫 한글날의 또 다른 의미다.


가갸날은 오래되지 않아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1928년부터 '한글날'로 이름이 바뀌었고, 기념일도 음력에서 양력으로 옮겨가며 몇 차례 달라졌다.


1940년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돼 정인지 서문의 '9월 상한'이라는 기록이 확인되면서 광복 이후인 1945∼1946년 무렵 지금의 10월 9일이 자리 잡았다.


식도원은 이제 사라지고 당시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남지 않았다.


이곳에는 현재 신한은행 광교빌딩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과거 조흥은행 본사로 쓰이다가 지난 2006년 조흥은행이 신한은행과 통합되면서 신한은행 광교영업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일대 역시 조만간 모습을 바꿀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도시계획위원회 산하 분과위원회를 열어 이 일대 재개발사업 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


이에 따라 과거 식도원이 자리하던 일대는 최고 40층 규모 업무시설로 재개발되고, 금융사박물관 등 역사 문화 공간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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