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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서정대 연구팀, 경기도·시군, 공공기관 등 누리집 73곳 언어 전수조사
97%는 한자·로마자 사용…한글 대체어 있어도 사용 안 해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세종이야기 전시관을 찾은 시민들이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2026.10.8 saba@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국민에게 꼭 필요한 정책·사업 정보를 전달하는 공공기관의 누리집이 한글 표현 대신 영어 등 외국어나 한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국어기본법은 공공기관이 공문서 등을 작성할 경우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9일 김태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부교수와 백경미 서정대 한국어과 조교수는 한글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한글' 최신호에 공공기관 누리집의 언어 사용 실태에 대한 연구 결과를 실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4∼12월 경기도·시군 및 직속기관, 산하 공공기관, 관세청 등 73곳 누리집에서 사용되는 언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사이트 기본 틀, 대표 광고(배너), 알림창 등에 적힌 총 12만8천446개 어절과 9천650개의 구·문장이었다. 단순히 외부 자료를 인용한 게시물 등은 제외했다.
그 결과 한글 병기 없이 한자나 영어 약어 등 외국 글자를 사용한 기관은 73곳 중 71곳(97%)에 달했다. 횟수로는 1천696건이었다.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는 'ESG 경영'(225회)이었다.
이밖에 Q&A(127회), SNS(94회), CI(87회), FAQ(55회) 등 주로 누리집 메뉴 항목에서 영어가 빈번하게 사용됐다.
연구팀은 누리집에 방문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들이 한글로 표기되지 않아 저학력 국민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누리집 캡처]
정책이나 사업명에도 'ITS 구축구간', 'DRT 사업' 등 단번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영어 약어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HOME(첫 화면), FAMILY SITE(관련 사이트), GUIDE(안내)처럼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로 바꿔 쓰도록 권고하는 어휘를 영어 표현 그대로 사용한 경우도 많았다.
또 조사 대상 기관의 절반 정도인 34곳(47%)은 코워킹스페이스(협업 공간), 푸드테크(첨단 식품 기술), 규제샌드박스(규제 유예 제도),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 웹진(누리 잡지) 등 외래어·외국어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횟수는 총 145회였다.
이들 표현은 모두 지난해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공문서 평가용 외래어'에 해당해 대안어로 바꿔 쓰도록 권고하는 단어들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이 지난해 10월 1∼10일 경기도민 7천975명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누리집에서 사용하는 외래어·외국어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설문한 결과 단어별로 많게는 80% 이상의 응답자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매니페스토, 코워킹스페이스, 오브제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관급자재'(관공서가 지급한 자재), '영조물'(공공시설물) 등 낯선 한자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73개 기관 중 40개 기관(55%)에서 총 722회 한자어를 사용했다.
다만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 등 어문규범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매년 새로운 외국어가 빠르게 유입되고 있고 기존 순화 이력이 있어도 실제 사용 맥락에 맞지 않아 현장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대체어가 있더라도 사용 실태와 수용도를 점검해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술지 캡처]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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