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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경 관장 인터뷰…50년 넘게 세종대왕·한글알리기 외길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8일 차재경 세종대왕기념관 관장이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 앞 세종대왕상에서 손을 번쩍 들어보이고 있다. 2026.10.8 hyun0@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한평생 세종대왕과 한글을 알리기 위해 살아왔어요. 제 묘비에는 '내 일생 세종 성왕과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라고 써달라고 자식들에게 유언했습니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에서 만난 차재경 관장(81)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대학 졸업 후 1년여간 건설사를 다니다가 퇴사한 차 관장은 1970년 당시 막 문을 연 세종대왕기념관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고 그때부터 한글과 세종대왕의 매력에 푹 빠졌다.
현재까지 50년 넘게 기념관에서 일하면서 차 관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누비며 한글·세종대왕과 관련된 골동품과 유물을 수집해왔다.
수집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그는 황문일 문일엔지니어링 대표를 설득해 세벌식 한글 타자기 등 타자기 200개를 기증받은 일을 꼽았다.
차 관장은 "당시 황 사장이 타자기박물관을 설립하려고 타자기를 수집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기증해달라고 5∼6년간 꾸준히 설득했다"며 "그중 하나는 근현대 문화제로 등록됐는데 개인적으로 수집품 중 가장 특별하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황학동 골동품 시장과 풍물시장 등을 발에 땀이 나도록 드나들며 300여점의 타자기를 추가로 수집한 결과 세종대왕기념관은 지금의 타자기 특별전시관을 갖출 수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8일 차재경 세종대왕기념관 관장이 서울 동대문구 세종대왕기념관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26.10.8 hyun0@yna.co.kr
전시관과 수장고에는 미국 하와이에서 독립신문을 인쇄했던 전지 활판 인쇄기계, 인도의 마지막 타자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타자기 등 모두 합쳐 500여개의 타자기가 있다고 한다.
차 관장은 덕수궁에 있던 세종대왕상을 기념관 앞으로 옮기는 데 기여한 것을 '인생의 업적'이라고 했다.
그는 세종대왕상을 가리키며 "1968년도에 만들어져 세종대왕 동상으로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며 "정부 관계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2012년 여기로 모셔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 관장은 세종대왕상 앞에서 두 손을 번쩍 들고 "세종대왕 만세!"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이자 세종대왕기념사업회 부회장으로도 일하는 차 관장은 일상생활에 만연한 외국어·외래어를 한국어로 바꾸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레드로드'로 불리는 홍대 중심 거리 이름을 한글 명칭으로 바꾸라고 마포구청장에게 꾸준히 민원을 넣었을 뿐 아니라 부산 강서구청이 법정동 명칭을 '에코델타동'으로 지으려 했던 것에 반발해 부산시청 앞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기도 했다.

[촬영 조현영]
이 밖에 한글날 공휴일 지정을 위해 서명 운동을 하고 외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 글씨쓰기 대회'를 연 것 모두 차 관장의 한글과 세종대왕 '찐팬'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차 관장은 앞으로 기념관의 최신화와 관람객 유치를 위해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방문한 기념관은 개관일에 시간이 멈춘 듯, 여기저기 바래고 낡은 모습이었다. 관람객도 많지 않아 평소에는 전시관 불도 꺼둔다고 한다.
차 관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역사상 가장 위대하다는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을 기리는 기념관이 초라하다고 생각할까 봐 얼굴이 뜨겁다"며 "정부기관 등 백방으로 알아보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글문화축제 등에서 외국인에게 한글을 알리는 행사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행사는 9∼10일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차 관장은 외래어와 외국어를 만연하게 사용하는 젊은 세대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언했다.
"공기와 물을 당연하게 여겨 고마움을 모르는 것처럼 젊은이들은 한글을 당연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외국인들이 앞다퉈 배우려는 한글을 맘껏 자랑하고 큰 자긍심을 가집시다."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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