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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부모부터 소통해야…일상 경험하며 관계 회복
지자체, 공동생활·봉사·일 경험·취업까지 단계별 지원

[연합 AI플랫폼 제작]
(전국종합=연합뉴스) 학교 폭력의 상처로 학업을 중단한 경남 김해시에 사는 20대 청년 A씨는 깊은 트라우마로 오랫동안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하루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면서 사회와의 연결도 하나둘 끊겼으며, 집안 형편은 세금을 체납할 정도로 어려워졌고 어머니마저 우울증을 겪었다.
변화의 시작은 A씨와 어머니가 행정복지센터의 문을 두드리면서부터였다.
센터 직원들은 곧바로 A씨를 밖으로 끌어내려 하지 않았다. 먼저 어머니와 관계를 쌓고 가족 상황을 파악했으며, 이후 집을 찾아가 A씨와 천천히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대외 활동을 권유하는 대신 함께 분리수거하러 집 밖으로 나가는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A씨는 조금씩 일상을 회복했고 다시 사회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복지서비스를 검색해 직접 신청하거나 낯선 상담 기관을 찾아가는 일 자체가 어렵다.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오히려 "도와달라"고 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기관에서는 청년이 스스로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대신에 자연스러운 소통의 시간을 만들고 필요하면 직접 찾아가 소통하며 조금씩 사회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온라인 소통부터…일상 회복하며 세상 속으로
경기도 수원시청소년재단은 소통이 어려운 은둔 청년들의 특성을 고려해 직접 만나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고 비대면 활동부터 시작해 대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지원이 필요한 청년에게 온라인 상담, 비대면 활동 키트, 반려 식물 돌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들은 비대면 활동 키트로 매일 자기 탐색 시간을 갖고 이를 기록한 뒤 온라인에서 자기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매일 식물을 돌보는 작은 행동으로 생활 리듬을 만들고, 자기 생각을 적어 보내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일상을 다시 회복하고 있다.
일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청년에게는 사회와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대면 활동을 지원한다.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당장 눈에 띄게 변화했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사회로 한발짝 발을 내딛는 데는 성공했다고 재단 측은 평가했다.
낯선 사람들 앞에서 말 한두 마디를 해냈다던가, 외부 활동에 어려움이 있던 청년들이 대면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석하는 등 사소하지만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들이 포착됐다.
수원시청소년재단 관계자는 "참가자들은 누군가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힘들어하는데, 이 사업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며 "특히 1대 1 상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부모부터 만나고, 이웃과 함께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시는 은둔 자녀보다 먼저 부모의 마음과 대화 방식을 들여다보고 거기서부터 실마리를 찾고 있다.
부모에게 생각날 때마다 노트에 마음 상태를 적고 매일 표정 스티커를 붙여 자신의 마음 상태를 살피는 것부터 살펴보도록 했다.
자신의 대화 습관을 인식하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잘못된 대화 습관을 참는 훈련도 이뤄진다.
마음의 준비가 된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가족 힐링 캠프에 참여해 일상에서 벗어난 환경에서 가족 간 유대감을 형성하게 했다.
교육에 참여한 부모는 "나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아이만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과 시선이 달라져야 하는 일임을 느꼈다"라고 평가했다.
울산청년미래센터는 청년자원봉사단인 '온기종기봉사단'을 운영해 성과를 내고 있다.
봉사단에 참가한 청년들은 장애인시설과 노인복지관에서 급식을 돕고 마을 정원을 가꾸거나 버스정류장을 청소하는 등 이웃과 함께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한다.
도움을 받는 수혜자 위치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아 발전에 기여하는 시민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통해 적응력을 높이는 효과가 청년들 사이에서 확인됐다.
정치락 울산청년미래센터장은 "센터가 지향하는 회복은 청년이 자신의 선택으로 활동에 참여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일상을 꾸려가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경험이 센터 밖 생활에서 계속 이어지도록 돕는 데 지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TV 캡처]
◇ 취업 미리 연습…진학·청년사업 참여 '사회로 복귀'
사회복귀를 앞둔 청년을 대상으로 미리 일자리를 경험할 수 있는 '아무튼 출근' 프로그램을 마련해 은둔청년을 돕는 곳도 있다.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취업에 앞서 '가상회사'에 4주 동안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교육과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회사와 사회생활을 먼저 연습해보도록 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일자리와 다른 청년 사업을 연계해준다.
단순히 '취업했느냐'를 회복의 유일한 기준으로 삼지 않고 진학이나 다른 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까지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센터의 프로그램을 거친 청년들은 취업을 비롯해 진학과 자활, 일경험드림사업 등 다양한 사회활동에 나서고 있다.
센터 이용자인 김모(20대) 씨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나와 다른 사람과 활동하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림을 그리고 산책하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며 "2년간 생활이 크게 변화했다. 하루 8시간 학원에서 공부할 정도로 생활 반경과 활동량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회복귀 돕는 장기적 단계별 지원 체계 필요
전국에서 진행되는 은둔 청년 지원 사업은 청년 개인에게 맡기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 회복을 돕고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취업을 돕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혼자 밥을 먹던 청년이 누군가와 점심을 먹고, 대면조차 힘들던 청년이 약속한 프로그램에 나오고, 다른 사람을 피하던 청년이 먼저 말을 걸고, 아무 계획도 세우지 못했던 청년이 대학과 취업을 생각하기 시작하게 돕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은둔 청년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장기적 관점의 단계별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백희정 광주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장은 9일 "은둔의 시작은 주로 10대나 20대에서 발생해 장기화하거나 재발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단기간의 성과 위주 접근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사회에 안착할 때까지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덕종 류호준 김형우 김도윤 천정인 황수빈 김소연 허광무 나보배 이영주 이준영 변지철 박성제 기자)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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