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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기준·소관 부처 분절도 장벽…다양한 고립 유형 포괄에 한계
전문가들, 예방부터 장기 사후 관리까지 전 주기적 '사다리 지원' 주문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고립·은둔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전국 단위로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단기 프로그램 중심의 지원으로는 고립을 예방하고 재고립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지원 방식과 연령·부처별로 분절된 정책 체계가 사각지대를 키울 수 있다며, 예방부터 발굴·회복·자립·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적 지원체계를 주문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고립·은둔 청년 문제가 우리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자 정부는 2023년 12월 첫 종합 대책인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고립·은둔 청년을 전담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를 전국에 단계적으로 확대해, 상담과 전담 사례 관리, 일상 회복과 일 경험 등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발굴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소관 비대면·온라인 도움 창구를 마련하는 한편, 보건복지상담전화(☎129)에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친구 등 주변에서도 위기 징후가 있는 청년에 대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청년미래센터는 2024년 8월 인천, 울산, 충북, 전북 등 4개 광역시도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올해 9월에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모두 설치를 완료했다. 첫 개입 정책을 마련한 지 약 3년 만에 본격적인 실행을 위한 초기 기반을 갖춘 셈이다.
◇ 고립·은둔 특성상 오프라인·단기 지원 한계 우려…방향성 재설계 주문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 정책이 궤도에 오른 것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청년미래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단기성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는 우려를 표했다.
외부로 나가길 꺼리는 이들의 특성상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 어렵고, 고립·은둔에 처하는 이유나 생활 환경 등이 다양한데 현재 정책 방향은 이런 특성을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인구변화대응연구센터장은 "청년미래센터는 심각한 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 지원을 우선순위로 삼고 긴급·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 합의로 만들어져 일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다양한 유형을 포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심각한 은둔 청년은 오프라인 기반 센터와 프로그램으로 끌어내기가 어렵다"며 "발굴한다 해도 은둔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6개월∼1년 지원이 끝나면 다시 고립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는 고립·은둔 청년에게는 직접 나와서 찾아가야 하는 지원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프로그램도 사회적 관계망 형성, 간단한 일 경험 등 단기성으로만 짜여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는 2024년 4개 광역시도의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을 평가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고립·은둔 청년을 단순히 제도 내부로 복귀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하고 개별 서비스 제공에 집중돼 있다"며 "이들을 '지원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정책에 머무를 게 아니라 시민적 권리를 회복하고 사회적 주체성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처 분절적인 구조는 고립·은둔 청년에게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종사자에게도 업무 부담을 키운다.
현재 정책 체계를 보면 성평등가족부가 고립·은둔 청소년 지원을, 보건복지부가 만 19세부터 청년 지원 정책을 소관한다. 청년미래센터는 복지부 담당이다.
유 선임연구원은 "고립·은둔 사유가 청년기 취업난 등도 있고 아동·청소년기 부정적 경험 누적도 있는데 현재 정책은 청소년이 19세가 되면 복지부 체계로 이동하게 한다"며 "가뜩이나 발굴해서 라포(신뢰·유대)를 형성하기도 어려운데 한번 연결된 사람을 연령 기준으로 나누는 것은 대상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청년미래센터가 고립·은둔 청년과 가족 돌봄 청년을 지원하는데 성격이 다른 문제를 같은 센터가 다루게 하는 것은 태생적 한계"라며 "부처별로 예산 집행과 평가 방식이 다르고 그로 인해 현장 인력 운용도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한성숙 국무총리가 7월 29일 서울 강북구 안무서운 셰어하우스를 방문, 고립·은둔 청년 지원단체 '안무서운 회사' 유승규 대표로부터 고립ㆍ은둔청년의 거주공간에 대해 설명듣고 있다.
◇ "日 히키코모리 정책, 80·50 문제 못 막아"…한국 특성 맞게 정책 발전시켜야
국내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일본은 '히키코모리'라 불리는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대응해 2000년대 초반부터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 등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일본은 2021년 내각에 고독·고립 대책 담당 대신을 임명했고, 이른바 '80·50 문제'(청년 고립 장기화로 80대 부모가 50대 은둔 자녀를 부양)가 대두되자 2023년에 세대를 아우르는 고립 문제에 대한 국가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신설하고 사회적 고립을 심각한 사회적 위기로 규정했다.
미국은 고립·은둔 청년을 '단절된 청년'(1년 이상 교육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으로 칭하며, 이들의 사회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가 조율해 지역 특성에 기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P3 사업을 하고 있다.
P3 사업은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가 협력해 시범 사업을 추진하며 성과에 따라 확대하는데, 대상은 소수 취약 계층으로 설정하고 그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고립·은둔 청년 정책은 대체로 일본에서 본 따온 것으로 평가된다. 청년미래센터는 일본의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보건복지부)은 일본, 영국의 선례와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를 따라가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특성에 맞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는 서울·수도권 집중, 타인과 비교·경쟁 과열, 주거·취업난, 대기업·정규직 선호 분위기에 따른 낮은 직업 다양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혔다는 점에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계간지에 실린 '청년 사회적 고립에 관한 일본의 지원 정책' 보고서(저자 니혼대학 류황석)는 히키코모리 지원 정책에 대해 "특정 시설을 전제로 하는 지원 방식은 도움이 필요해도 갈 수 없는 당사자에 대한 지원을 부족하게 한다"며 "형식상 드러나는 특정 목표를 설정하다 보니 당사자에 대한 내적 관리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변금선 센터장 역시 "일본이 일찍부터 히키코모리 지원 정책을 폈는데도 80·50 문제가 발생한 것은 히키코모리 지원 정책 실패로 봐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청년지원센터가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와 유사하게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 주기 '사다리' 키워야…여러 유형별 맞춤형 지원 세분화 제언도
전문가들은 고립·은둔 청년으로 가지 않도록 아동기부터 사전 예방하고 이후 발굴·상담, 회복, 취업·자립, 장기 사후 관리에 이르는 전 주기적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민상 선임연구위원은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를 적극 강화하고, 연령으로 분절된 개별 지원을 통합해 연속성을 키워야 한다"며 "사전 예방을 위해 학령기부터 장기 결석, 학교 부적응 등 아동·청소년을 모니터링해 관리하고, 고립·은둔 청소년·청년이 있는 가족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겠다"고 말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 명예교수는 "무엇보다 고립·은둔 청년을 발굴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발굴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며 "생애 전반에 걸쳐 고립·은둔의 원인과 재고립 또는 자립 등 후속 결과를 분석하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 결과를 쌓아가며 정책 정교성을 높여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생계가 취약하거나 반대로 고소득이거나, 혼자 살거나 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등 양상이 다양한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해님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노혜진 강서대 교수가 2022년 청년 삶 실태 조사를 토대로 고립·은둔 청년 1천300명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 독립 거주-저소득형 ▲ 건강·정서취약형 ▲ 가족 동거형 등 3개 유형 중 건강·정서 취약형은 삶의 만족도와 사회적 신뢰가 가장 낮고, 부는 대물림한다는 인식이 가장 높았다. 이와 달리 가족동거형은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청년의 사회적 고립이 단순한 관계의 결핍이 아니라, 삶의 조건과 사회 인식이 상호작용하며 구성되는 복합적 사회·심리적 과정임을 보여준다"며 유형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설계해 개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고립·은둔 청년을 별도 집단화해서 지원하는 것이 그들을 더욱 숨어들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 지점으로 제시한다.
변 센터장은 "결국 보통·일반 정책이 청년들을 포용해야지, 어떤 이름을 붙이는 순간 자격 기준과 선별이 따라붙어 장벽이 된다"며 "고위험·취약계층 지원은 하면서, 일반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함께 가야 54만명으로 추산되는 잠재적 집단을 끌어안을 수 있다"고 말했다.
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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