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문 안 잡아주는 한국' SNS서 와글…외국인들 "당황했지만 문화 차이"
전문가 "미닫이 주거 영향, 배려 문화 진작을"

'한국에서 1개월'과 '한국에서 1년'의 문 매너를 비교한 외국인 크리에이터의 인스타그램 영상.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1. 한 외국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다 멈춰 서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준다. 화면에는 '한국에서 1개월'이라는 자막이 흐른다.
#2. '한국에서 1년'이라는 자막이 붙은 다음 장면. 이 외국인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문을 쓱 밀고 나간다. 문은 뒷사람의 눈 앞에서 '쾅'하고 닫힌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던 외국인이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문을 잡아주지 않는 습관이 배었다는 취지의 숏폼(짧은 영상)이다.
◇ "한국인은 문 무서워하나"…SNS서 번진 '문 안 잡아주기' 논란
지난 3월 인스타그램 릴스에 이 영상을 올린 한 외국인 크리에이터는 "어쩌면 한국인들은 문을 무서워하는 걸까"라는 글을 남겼다. 이 영상은 '좋아요' 8천700여 개와 6천 회 이상의 공유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누리꾼 반응은 엇갈렸다. 댓글 창에는 '문 안 잡아주는 사람이 99프로(%)', '한국은 효율을 중시해서 문밖으로 빨리 나가는 게 중요함', '문 잡아주면 끝없이 들어가서 하루 종일 잡고 있어야 함' 등 자조 섞인 같은 공감부터 '고작 이런 걸로 매너 운운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는 반론도 이어졌다.
지난 8월에도 '한국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는 일본어 자막과 함께 비슷한 영상이 릴스에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일본은 뒤에 사람이 있으면 문을 크게 열어주거나 지나갈 때까지 잡아주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 '한국 남성들이 문을 열어주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등 다양한 반응이 달렸다.
외국인 시선에 낯설게 느껴지는 이 같은 행동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에티켓 차원에서 거론돼 왔다.
민병철 중앙대 석좌교수는 2010년 저서 '어글리 코리안즈, 어글리 아메리칸즈(Ugly Koreans Ugly Americans)' 개정증보판 출간 당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에게 오해를 살 만한 대표적인 생활 습관으로 건물에 들어갈 때 뒷사람이 따라오는데도 문을 잡아주지 않는 경우를 꼽았다. 그는 앞사람이 당연히 문을 잡아줄 것으로 생각한 외국인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도 했다.
미국 국제교류기관 CIEE 블로그에 올라온 한 미국인 교환학생의 한국 생활 후기에서는 '한국인은 문을 잡아주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과의 주요 문화 차이로 언급했다. 이 학생은 문에 부딪힐 수 있으니 조심하라면서도 무례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소개했다.

◇ 외국인들 "눈앞에서 쾅 깜짝 놀라"…"미닫이문 쓰던 주거 환경 영향"
실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낯선 '문 문화'에 적잖이 당황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도, 서로 다른 시선을 보였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라는 스페인인 나디아(26) 씨는 "나이 드신 분이 뒤에 오는데도 문을 잡아주지 않아서 조금 놀랐다"며 "한국 사람들도 스페인에 관광을 많이 오니, 현지에서 문을 잡아주는 모습을 보고 한국에 돌아와서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 프랑스에서 입국한 플로리안(31) 씨는 "공공장소나 호텔, 식당에서 문을 잡아주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도 4년간 거주했다는 그는 태국 역시 한국과 비슷했다고 떠올렸다. 플로리안 씨는 현지 친구로부터 '앞사람이 문을 잡아주면 뒷사람이 서둘러 지나가야 해 오히려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이게 아시아 문화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폴란드인 다리아(24) 씨도 "눈앞에서 문이 닫혀서 깜짝 놀랐다. 이제는 한국 사람들이 잘 잡아주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마음의 준비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문을 잡아주는 건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좋다"며 "한국에도 그런 문화가 자리 잡으면 꽤 멋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뉴욕에서 온 매튜(34) 씨는 "뉴욕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문을 잡아주기도 하고 안 잡아주기도 한다"며 "문화와 사람에 따라 다른 문제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이를 무례함보다는 생활 문화의 차이로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대다수 문이 미닫이였기 때문에 문을 잡아준다는 것 자체가 우리 문화 속에서 익숙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며 "문화적인 정착 과정으로 봐야지, 한국 사람들이 무례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1∼8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이 1천156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관광객 방문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일상 속 배려 문화를 키워 나갈 필요성은 제기된다.
허 교수는 "글로벌화로 관광객이 많아지는 만큼 일상생활 속 배려 문화를 진작시켜 나갈 필요성은 있다"며 "관광지 같은 경우에는 출입할 때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배려하자는 캠페인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bobae@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