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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아웃] 영화 <암살자(들)> 관람을 미룬 이유

입력 2026-10-06 06: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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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포스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영화 <암살자(들)> 관람을 미뤘다. 우선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피곤했고, 보기도 전에 내용과 평가를 너무 많이 접했다. 또 다른 이유는 양분된 평가 속에 영화표 1장 사는 게 한쪽에 줄 서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영화는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뤘다. 개봉 후 육 여사 저격 배후에 중앙정보부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었을 가능성을 암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허진호 감독은 "박 전 대통령을 사건 배후로 설정한 영화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이 가세하며 논란은 이념 논쟁으로 번졌다.



영화는 역사책이 아니다. 감독에겐 기록의 빈틈을 상상할 자유가 있다. 그렇다고 영화적 상상력이 사실 왜곡의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다.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가져오면 관객은 영화를 사실로 받아들이기 쉽다. 2005년 영화 <그때 그사람들>에 대한 가처분 결정에서 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장례식 기록영상 등을 삭제하도록 한 것도 사실과 허구가 뒤섞일 가능성 때문이었다. 2014년 <국제시장>은 6·25전쟁과 파독 광부, 베트남전 등 현대사를 한 인물의 삶에 담아내면서 산업화 시대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암살자(들)>엔 보수 진영이, <국제시장>엔 진보 진영이 반발했다. 문제는 잣대다. 진영에 따라 한쪽은 표현의 자유로 감싸고, 다른 쪽은 역사 왜곡으로 몰아세운다. 그 순간 표현의 자유는 편을 가르는 무기가 된다.


한국 영화는 최근 근현대사를 즐겨 다룬다. 사극에 견줘 보면 이해가 간다. 사극은 만들기 고약하다. 옷 한 벌, 밥상 하나도 함부로 놓을 수 없다. 자료가 부족하면 상상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는 고증 시비를 부르기 쉽다. 2021년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논란에 휘말려 2회 만에 막을 내렸다. 근현대사는 다르다. 사진과 영상, 정부 문서와 재판 기록, 회고록 등이 남아 있다. 뼈대는 기록에서 가져오고 공백은 상상으로 채우기 좋다. 허 감독의 2016년작 <덕혜옹주>에서 확인되지 않은 망명 시도를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사실 사이에 끼워 넣은 상상은 좀처럼 가려내기 어렵다. 자료가 넘치는 시대의 상상이 더 사실처럼 보이는 이유다.


영화는 비즈니스다. 2017년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 운동을, 2020년 <남산의 부장들>은 10·26 사태를, 2023년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을 각각 소환했다. 이 중 <서울의 봄>은 1천30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역사엔 논쟁이 따라붙기 마련이다. 논쟁은 관심을 끌고, 관심은 관객을 부른다. <암살자(들)>도 관객 수 220만 명을 넘어섰다. 성공한 기획에는 자본이 다시 몰린다. 익숙한 역사와 인물은 투자에도 유리하다. <암살자(들)>의 제작사는 <남산의 부장들>과 <서울의 봄>을 잇따라 만들었다. 흥행하면 또 만들고, 자꾸 보면 익숙해지는 법이다. 그렇게 영화 속 장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역사가 된다.


근현대사를 둘러싼 기억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제의 역사는 오늘의 정치로 연결된다. 이념 논쟁은 스크린 밖에서 벌어진다. 영화를 막는다고 해서 끝날 싸움도 아니다. 핵심은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 관객이 가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정치가 굳이 나서 갈등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 논란이 가라앉으면 차분하게 <암살자(들)>을 관람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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