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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지원되는 이동 보조기기인데…지자체 보험은 전동휠체어·스쿠터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장애인의 이동을 돕기 위해 공공 재정으로 지원되는 수동휠체어용 동력 보조장치, 이른바 '전동키트'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배상책임보험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보험제도가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이 장애인 이동 보조기기가 다양해지면서 제도 사이에 틈이 생긴 것이다.
5일 연합뉴스가 수도권 34개 지방자치단체의 전동보장구 배상책임보험 관련 조례를 분석한 결과 보험 대상은 모두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로 규정돼 있었다.
조례마다 '전동보장구', '전동보조기기', '전동기기', '이동용 보조기기' 등 표현은 달랐지만 수동휠체어에 부착하는 동력 보조장치를 명시적으로 포함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합뉴스가 서울지역 5개 자치구에 별도로 문의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자치구는 모두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만 보험 대상이며 수동휠체어에 동력장치를 부착한 경우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전동보장구 배상책임보험은 장애인이나 노인이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를 운행하다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재산상 피해를 줬을 때 대인·대물 배상책임을 보장하는 제도다.
현재와 같은 형태의 휠체어 배상책임보험은 2018년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처음 계약했고, 2020년 전용 보험상품이 개발되면서 전주시가 지자체 가운데 처음 계약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동보장구 전문 보험대리업체 휠체어코리아닷컴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전국 106개 지자체가 관련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를 중심으로 자리 잡는 사이 장애인이 사용하는 이동 보조기기는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흔히 수동휠체어용 동력 보조장치(전동키트)다. 기존 수동휠체어에 모터와 배터리 등을 부착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관련 제품이 상용화됐다. 2018년께부터 기업과 복지단체 등의 지원·대여사업이 잇따르면서 보급이 확대됐다.
수동휠체어 앞부분에 동력장치를 결합해 외부 동력으로 휠체어를 움직이는 '피벗 구동 장치'도 있다. 필요할 때 장치를 결합해 전동으로 이동하고, 떼어내면 수동휠체어로 사용할 수 있다.
공공지원 대상인 일부 피벗 구동장치는 최고속도가 시속 15㎞로,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에 적용되는 기준 규격상 최대속도와 같은 수준이다.
이들 장치는 정부의 공식 보조기기 분류체계에서도 전동휠체어·전동스쿠터와 구별된다.
보건복지부의 '보조기기 품목 분류체계'는 '수동 휠체어용 추진 장치'와 '피벗 구동 장치'에 각각 별도의 품목 코드를 부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장애인고용공단도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에서 피벗 구동 장치 등을 별도 품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분류·지원체계는 새로운 이동 보조기기를 받아들였지만, 사고에 대비한 지자체 보험은 여전히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동휠체어에 전동장치를 단 것과 전동휠체어가 기능적으로 같다는 걸 생각하면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전동휠체어만 보험으로 보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험 대상을 넓히는 데는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다.
국내 휠체어 배상책임보험 상품 개발에 참여한 심준원 휠체어코리아닷컴 대표에 따르면 보험상품을 처음 설계할 당시에는 수동휠체어까지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그러나 당시 기기별 1인당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아 수동휠체어까지 포함하면 지자체가 부담할 보험료가 크게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사고 피해 규모와 전체 보험료 부담 등을 고려해 전동휠체어와 전동스쿠터만 대상으로 삼았고, 이후 다른 보험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놨다는 게 심 대표의 설명이다.
기존 보험의 높은 손해율도 부담이다.
심 대표는 "최근 3년간 (해당 상품의) 보험사별 손해율이 100∼200% 수준"이라며 "보험사는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하고 지자체는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장 대상을 수동휠체어 등으로 확대하면 지자체 보험료가 현재보다 2∼3배 늘어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연합뉴스TV 제공]
국가가 보험료를 지원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무산됐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국회의원 시절이던 2023년 전동휠체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조기기의 손해보험 가입비를 국민건강보험 급여로 지원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전동휠체어·휠체어 이용 장애인 427명 중 73.8%가 최근 5년간 실질적인 교통사고 위험을 경험했다는 도로교통공단 조사 등을 근거로 입법 취지에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복지부는 사보험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것은 사회보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신중 검토 의견을 냈다.
국회 검토보고서도 건강보험보다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별도 복지사업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개정안은 결국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전지혜 교수는 "예산도 중요한 문제지만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기 사이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보험 보장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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