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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한양아파트 화재, 로봇청소기 때문은 아니었다

입력 2026-10-02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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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화재조사팀, '벽체공간 내부 콘센트 트래킹' 원인 지목




압구정 한양아파트 화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1일 오전 10시 27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주민 20여명이 경로당 등으로 스스로 대피했고, 해당 동에 머무르던 3명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사진은 이날 소방관계자들이 화재 진압 후 화재가 발생한 세대와 주변 세대를 살펴보는 모습. 2026.7.21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소방당국이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화재 원인이 벽체 공간 콘센트에서 발생한 '트래킹'이라고 결론 낸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로봇 청소기 문제로 불이 났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심을 뒤집는 판단이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공받은 해당 화재 사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화재조사팀은 발화 원인을 '트래킹에 의한 단락'으로 최종 판단했다.


트래킹은 전기부품 주변에 습기, 먼지 등 이물질에 불이 붙으며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트래킹 의심 지점은 건축설비나 각종 배관이 각 층을 거쳐 수직 통과하는 벽체 공간이었다.


이런 결론이 나온 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화재감정연구센터의 분석이 수용돼서다.


센터는 이 공간 내부에 있던 노출형 콘센트를 분석한 끝에 인입·접지 단자에 트래킹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감정했다.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순간적인 고열이 발생해 단자가 녹은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센터는 외부에서 화염이 덮치는 방식으로는 이런 용융흔이 생기기 어렵다며 일대 전선 등에서 트래킹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압구정 한양아파트 화재에 출동한 소방

[촬영 이의진]


해당 호실은 인테리어 작업으로 발코니를 확장해 안방과 거실 등을 넓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발코니 쪽에 위치했다가 실내로 들어오게 된 우수관·전기배선 등을 가리려 가벽을 세워지면서 벽체 공간이 폐쇄적으로 형성됐다고 소방 조사팀은 밝혔다.


하필 발화 지점인 콘센트도 인터넷 모뎀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벽체 공간 안쪽으로 설치됐다.


이 같은 설비 환경에 날씨 요인까지 겹쳤다.


사고 직전까지 장맛비가 이어져 대기가 습해져 우수관 주변에 습기와 결로가 생길 환경도 함께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조사팀은 "우수관 주변 습기·결로와 공간 내부 분진·이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콘센트 절연물 표면의 누설 전류 발생 및 트래킹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팀은 이런 요인으로 불이 붙었으나, 화염이 생긴 곳이 벽체 공간 안쪽이라 외부에서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짚었다. 화재 인지가 지연된 사이 화염이 커졌다는 것이다.


문제의 벽체 공간과 인접해 있던 전자기기가 로봇 청소기 충전 기기였다.


화재 최초 목격자인 가사도우미는 주방에서 청소 중 이상한 소리에 안방에 가자 로봇 청소기 부근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고 해당 세대 거주자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해당 로봇 청소기는 2023년부터 사용한 기기로, 센서 고장 수리는 있었으나 충전 문제나 배터리 교환 이력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당시 벽면에 붙은 채 전원이 들어온 상태였던 충전 기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닥과 융착된 상태로 발견됐다.




소방 화재 조사팀이 확인한 벽체 내부 상황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충전 기기 흔적을 분석한 끝에 내 단자나 퓨즈뿐 아니라 전원선·통신선·모터 등에서 전기적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감정했다.


조사팀은 이런 감정 결과와 함께 충전 기기 부근의 목재 지지대보다 벽체 공간 쪽 지지대의 연소흔이 훨씬 강하게 식별된 점도 고려해 로봇 청소기 발화설은 일단 배제했다.


이처럼 현장에서 발화 지점으로 목격된 기기나 설비와는 전혀 무관한 다른 원인이 조사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잖다.


지난 2월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 사고 때도 거주자가 처음 불꽃을 발견한 곳은 식탁 위였다.


하지만 정밀 조사 끝에 천장 내 배선에서 화염이 생긴 뒤 주방에 떨어졌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1978년 준공된 압구정 한양아파트는 스프링클러가 없었으나 지난 7월 21일 발생한 이 화재에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


마침 해당 호실 거주자가 집 안에 없었고, 당시 65세 경비원이 복도를 뛰어다니며 각 세대 현관문을 두드린 끝에 주민들이 무사 대피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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