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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현장에 구급대·닥터헬기 동시 출동…검사·응급치료까지 '끊김 없어'
한국선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 의사들 반발…"병원 찾아 헤매는 일 없어야"

[A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해외여행 중 갑자기 크게 다쳤다면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은 무엇일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하는지, 병원에서 받아주기는 할지, 치료비는 얼마나 나올지 막막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골프를 치던 한국인 의사 A(57)씨가 겪은 사고는 응급의료 시스템이 이런 불안을 어디까지 덜어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A씨는 지난 7월 골프장에서 동반자가 친 골프공에 머리를 직접 맞았다. 충격으로 쓰러졌고 머리에서 피가 흘러 모자가 흥건하게 젖을 정도였다.
머리를 강하게 맞은 데다 출혈까지 있었다면 겉으로 보이는 상처뿐 아니라 두개골 골절이나 뇌출혈 여부를 신속히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고 직후 현장에는 구급대원 4명이 탄 구급차가 먼저 출동했다. 이어 의사와 간호사가 탑승한 '닥터헬기'가 도착했고 A씨는 아오모리현립중앙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다.
A씨가 기자에게 제공한 병원 진료기록에는 당시 상황과 처치 과정이 비교적 상세하게 남아 있다.
의료진은 A씨를 '두부타박·두피열상'으로 진단했다. 병원 도착 당시 의식 수준은 정상이었고 신경학적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머리에는 약 5㎜ 깊이의 열상이 있었지만,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다행히 두개골 골절이나 두개강 내 출혈이 확인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상처를 세척한 뒤 스테이플러 3개로 봉합했다. 귀국 후 약 일주일 뒤 상처 상태를 확인해 스테이플러를 제거하고, 국내 의료기관에서 추적 관찰을 받도록 안내했다.
A씨가 이번 사고로 실제 지불한 돈은 진료비 7만5천130엔이었다. 카드 결제 당시 미화 460.45달러, 우리 돈으로 60만원 안팎이다.
닥터헬기의 운항·이송 비용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별도로 청구되지 않았다.
A씨는 "헬기를 타고 병원에 가서 치료받는 내내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걱정했는데 닥터헬기 이송료가 청구되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병원이 A씨에게 건넨 안내문에도 닥터헬기 현장과 기내에서 이뤄지는 진찰·처치·검사 등에 대해서는 의료비가 발생하지만, 이송에 따른 비용은 환자가 부담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었다.
A씨의 사례에서 주목할 대목은 결과적으로 비교적 가벼운 외상이었지만, 현장에서는 중증 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고 현장에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고 의료진을 투입한 데 이어 검사와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도 끊김이 없이 이어졌다.
A씨는 "사고 직후 신고부터 구급대와 닥터헬기 출동, 병원 이송과 응급치료까지 막힘없이 신속하게 이뤄지는 일본의 응급의료 시스템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A씨 제공]
바로 이 지점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중증 응급환자가 구급차에 실리고도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일을 막기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달아 통과해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핵심은 응급의료기관이 시설·장비·인력 부족 등으로 환자를 받기 어려우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알리고, 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병원별 수용 능력을 파악해 이송 병원을 신속히 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도 중증 응급환자를 보낼 곳이 정해지지 않으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뿐 아니라 119도 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다만 의료자원이 모두 가동 중이거나 수술이 겹쳐 새로운 중증 응급환자에게 즉각적인 최종 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경우 등은 환자 수용을 거부·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규정했다. 응급의료 과정에서 발생한 사상에 대한 의료진의 형사처벌 감면도 강화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병원을 지정한다고 없던 의사와 병상, 수술실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며 반발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조사에서는 응급의학 전문의 299명 중 93%가 개정안에 반대했다. 응급실 과밀화와 배후 진료과 전문의·병상 부족을 해결하지 않은 채 수용 의무를 강화하면 오히려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논란의 본질은 '어느 병원이 환자를 받아야 하느냐'를 넘어 '실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에 환자를 얼마나 빨리 연결할 수 있느냐'에 있다.
구급대 출동부터 닥터헬기 의료진의 투입, 병원 이송, CT 검사와 응급처치까지 하나의 체계로 이어진 A씨의 사례가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응급의료에서 중요한 것은 값비싼 헬기 한 대도, 환자를 받으라는 법 조항 하나도 아니다. 환자가 쓰러졌을 때 중증도를 신속히 판단하고 실제 치료할 능력이 있는 병원까지 끊김이 없이 연결하는 시스템이 작동하느냐가 핵심이다.
좋은 응급의료 시스템은 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매게 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진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시스템이 찾아 연결해줘야 한다.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 본회의 의결을 앞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논의도 결국 '받아라, 못 받는다'는 공방을 넘어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에 어떻게 가장 빨리 연결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하지 않을까.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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