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검찰청이 2일 폐지된다. 1948년 개청(開廳)한 뒤 78년 만이다. 대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신설된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험난했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쪼개자는 쪽과 범죄 대응 역량이 무너진다는 쪽이 맞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은 위장 탈당과 회기 나누기 논란 끝에 헌법재판소 심판대까지 올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문제는 검찰이 쥐었던 수사권력이 어디로 가고, 누가 통제하느냐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쥔 검찰을 상시 견제할 장치는 빈약했다. 검찰은 직접 수사하고, 영장을 청구하고, 재판에 넘길지 정하고, 법정에서 공소까지 유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무대였다. 직접 수사권과 독점적 기소권의 결합은 신속하고 효율적이었다. 거악(巨惡) 척결의 무기였다. 하지만 부작용도 컸다. 표적수사와 과잉수사, 정치적 중립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검찰개혁은 어찌 보면 검찰이 쌓은 '업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2022년 직접수사 범위 축소를 거쳐 2026년 검찰청 폐지에까지 이르렀다. 논리는 명료했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을 나누고, 한곳에 쏠린 권력을 분산시키자는 것이다.
국가 수사권은 여러 곳으로 흩어진다. 일반 형사사건 수사는 경찰이 맡는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를 맡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특별사법경찰도 각자의 영역에서 수사한다. 수사를 마친 사건은 공소청으로 간다. 공소청 검사는 영장을 청구하며 기소 여부를 정하고 공소를 유지한다.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기관의 몸집을 보면 권력이 흘러가는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중수청은 본청과 6개 지방청, 정원 2천874명으로 출범한다. 반면 공소청은 현행 검사 정원의 80∼85%인 1천900명 안팎으로 문을 연다. 기존 검찰 수사관 정원은 68.6% 감축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검찰청 폐지로 수사권의 무게중심은 경찰로 넘어왔다. 그렇다면 경찰이 부실한 수사를 하거나 사건을 미루고 덮으면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 공소청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직접 뛰어들 순 없다. 불송치 심사가 실질적 사법통제로 작동할지도 미지수다. 중수청의 지향점은 '한국판 FBI'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넘겨받는다는 점에선 검찰 특수부의 후신으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소속 수사기관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얼마나 독립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자칫 검찰을 대신한 권력으로 부상하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경찰·중수청·공수처·특사경 간 관할 충돌과 중복수사, 사건 떠넘기기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권력은 쪼갰다고 저절로 작아지지 않는다.
국민에게 수사기관의 간판은 중요치 않다. 범죄를 제대로 수사하는지, 억울한 사람을 만들진 않는지, 권력자의 범죄에도 엄정한 수사의 잣대를 적용하는지가 관건이다. 수사기관이 잘못했을 때 이를 바로잡을 장치도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성공은 검찰청을 없앴다는 데 있지 않다. 새로 재편된 수사권력을 제대로 통제하느냐에 달렸다. 2일은 검찰개혁의 종착지가 아니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제가 시험대에 오르는 첫날이다.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