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건전한 통신윤리 위한 시정요구' 정한 구 방통위법 21조 4호
명확성·법률유보원칙 위반 주장 배척…"불건전 정보에 한해 표현의 자유 제한"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임신중지 약물 배송 사이트에 대한 정부 당국의 차단 조치를 뒷받침하는 근거 조항이 합헌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영민 부장판사)는 위민온웹인터내셔널파운데이션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최근 각하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란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는 경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위임장이 공증되지 않아 원고 대리인이 대리권을 적법하게 받았다고 보기 어려워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도 법률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을 상세히 서술했다.
소송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더라도 위민온웹 측이 문제 삼은 법령은 위헌이 아니므로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다.
캐나다 비영리 법인 위민온웹은 웹사이트를 통해 임신중지약을 우편으로 제공해오다 지난 2024년 10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의 조치로 사이트를 차단당했다.
당시 방미심위는 망사업자들에게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라는 시정 요구를 했고, 이듬해 2월에는 도메인 관리업체에 웹사이트 도메인 해지를 요구했다.
위민온웹은 방미심위의 이러한 처분에 불복해 지난해 5월 행정 소송을 하던 중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방미심위가 차단 조치의 근거로 삼은 법령은 심의위원회의 직무를 정한 구 방통위법 21조 4호였다.
이 조항은 심의위가 전기통신회신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돼 유통되는 정보 중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 심의 및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위민온웹 측은 해당 조항 중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이라는 문구가 헌법상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고, 시정 요구의 상대방과 내용 등 본질적 내용을 규정하지 않아 법률 유보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핀터레스트 홈페이지 캡처]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위민온웹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 개념이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질서 또는 도덕률을 의미한다고 재판부는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통되는 정보의 내용과 방식이 매우 다양하고 기술 변화에 따라 규율 대상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이러한 함축적 표현을 사용할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보통신기술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불법·유해 정보가 계속 등장하고 종전의 정보 유통 방식이 변형·폐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심의 및 시정 요구의 세부 유형을 모든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불명확한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는 위민온웹 측 주장도 배척됐다.
재판부는 "시정 요구로 인해 정보게시자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는 있으나 그 제한은 불건전 정보로 판단된 해당 정보 또는 그 유통 수단에 한정된다"고 했다.
방미심위가 사안의 성격과 위법성 정도에 따라 필요한 범위내에서 단계적인 조치를 하도록 하는 만큼 제한되는 사익이 공익보다 크기 어렵다는 것이다.

[촬영 강민지·박동주]
재판부는 지난 6월 본안 소송인 시정요구 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각하를 선고하며 방미심위의 웹사이트 차단 조치가 위법하지 않다는 가정적 판단을 내놨다.
위민온웹이 국내에서 제조·수입·허가를 받지 않은 임신중지약을 제공한 것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고 이를 게시한 웹사이트 내용은 정보통신망법상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각하된 데 따라 위민온웹 측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한편 정부는 내년 1분기까지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만이다.
정부는 도입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하고 이후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winkite@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