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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재정확보" 말잔치 서울대 총장선거…학생복지는 소외

입력 2026-09-27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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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후보 모두 조단위 재정 확대 공약…교수 연봉·복지 내세워


실현 가능성에 회의론…학생평가 반영 비율 적은 점도 영향




강준호(왼쪽부터) 사범대학 교수·최해천 공과대학 교수·이재영 인문대학 교수·김현철 국제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서울대학교 차기 총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후보들이 수조원대 재정 확충과 교수·교직원 처우 개선을 앞다퉈 약속하면서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27일 서울대 총장 예비 후보자들의 발전계획서와 지난 17일과 22일 열린 소견 발표회 발언을 종합하면 후보 4명은 모두 임기 중 최소 1조원 이상의 재원을 새로 확보하거나 자산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서울대 올해 예산안의 총세입은 1조2천억원 수준이다.


후보들이 제시한 재정 확충·자산 확대 목표는 모두 서울대 한 해 세입 규모에 맞먹거나 이를 웃돈다.


가장 큰 액수를 제시한 이재영 인문대학 교수는 현재 약 6조원인 서울대 자산을 임기 중 10조원까지 늘리는 이른바 '10조 자산 만들기 프로젝트'를 공약했다.


동문 대상 기부 캠페인과 기술창업·지분투자, 자산 운용, 수익사업 등을 통해 자산을 불리고 국고 출연금도 3천억원 증액한다는 구상이다. 특수대학원을 설립해 등록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수익사업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강준호 사범대학 교수 역시 자체 재원 1조원과 발전기금 1조원 등 임기 4년간 총 2조원의 신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확보한 돈을 바탕으로 정교수 보수 3억원과 전임교원 기본연구비 연 3천만원, 교직원 아파트 재건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해천 공과대학 교수도 임기 중 신규 기금 2조원 조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질의응답에서는 2조원 가운데 9천억원을 임기 중 사용하고 1조1천억원은 차기 총장에게 넘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다른 후보들의 수조원대 재정 공약을 비판해온 김현철 국제대학원 교수도 '재정 확대 경쟁'에서 완전히 비켜서지는 않았다.


김 교수는 발전기금 7천억원과 기금 운용수익 1천억원, 국가연구·산학협력 재원 1천억원, 정부출연금 1천억원 등 임기 중 최소 1조원의 추가 재정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을 지낸 김 교수는 소견 발표회에서 과거 함께 일한 인사들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정부 재원 확보에 자신감을 피력했다. 정부출연금과 산학협력 재원 확보에는 총장의 대외 협상력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교정

[촬영 설하은]


그러나 조 단위 목표가 계획대로 실현되지 않을 경우의 대책은 상대적으로 흐릿했다.


소견 발표회 사회자가 재원이 부족할 경우의 '플랜B'를 묻자 최 교수는 먼저 "어쨌든 2조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는 발전기금 운용수익률 제고와 기술이전·연구비 간접비 수입 확대 등을 대안으로 들었지만, 답변 말미에는 "통상적으로 하는 방법이어서 조금 더 생각해보고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추가 답변하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아예 목표 미달을 전제로 한 질문에 "부족하다는 말 자체가 맞지 않는다"며 "반드시 10조 만들기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수익과 기금운용, 공공재원, 민간 기부 등 여러 경로가 서로 보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내부 재원 재배분과 신규 재원 창출, 학교채 발행 등을 통해 대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2024년 평의원회 보고서를 근거로 내부 재원을 재배분하면 약 900억원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본부 조직 구조조정과 감사를 통해 낭비되는 예산을 찾아내 이를 대체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후보들의 답변이 끝나자 사회자는 "대체로 배수진을 치시는군요"라고 지적했다.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후보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김 교수는 자신이 기획처장을 지낼 당시 서울대 재원을 살펴본 결과 정부출연금이 약 5천억원, 등록금이 약 2천억원인 데 비해 본부가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순수입은 약 120억원에 그쳤다며 "많은 후보가 수천억, 수조원의 자체 재원을 만든다고 과감히 얘기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홍림 현 총장도 총장 후보 시절 정부 출연금을 7천200억원까지 늘리고 8천억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유 총장 임기의 마지막 해인 올해 정부 출연금은 7천7억원, 발전기금 규모는 7천600억원이다.




인파 몰린 서울대 입학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월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2026학년도 입학식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6.2.26 photo@yna.co.kr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교수와 교직원의 처우 개선 방안이 유독 구체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강 교수는 정교수 적정 보수 3억원과 전임교원 기본연구비 연 3천만원을 내걸었고 교직원 아파트 재건축도 대형 지출 공약의 최우선 목표로 명시했다.


이 교수는 기본급을 7% 인상하고 교수 활동 지원비를 월 120만원으로 높인다는 구상을 밝혔다.


최 교수도 교직원 급여를 연 5∼7% 인상하고 신임 교원 주거 지원과 교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본급과 성과 인센티브 강화, 조·부교수 임금 인상과 강사료 인상에 더해 교직원의 주거·건강복지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학생 복지에 있어서는 수혜 규모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정량적 약속을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이 교수는 질의응답에서 "교수님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고 직원 선생님들이 좋은 복지 혜택을 받을 때 '서울대는 정말로 행복한 곳이구나' 하는 것을 학생 스스로 지켜볼 때 학문의 다양성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수·교직원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약의 구체성에 차이가 나는 것은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생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점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상 서울대 총장추천위원회 위원 30명 중 학생 위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최종 3인을 결정하는 정책평가에서도 학생 평가 반영 비율은 9.5%로 직원(14%)보다 낮다.


교수·교직원에게는 구체적인 액수의 처우 개선을 약속한 후보들이 선출 과정에서 영향력이 작은 학생에게 돌아갈 재원의 규모는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후보들의 공약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정모(27)씨는 연합뉴스에 "(후보들이) 매일 스팸 같은 메일만 보낼 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후보들의 공약에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한 서울대 교수는 후보들의 재정 공약에 대해 "'나는 학교 예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학교 재정을 모르지 않을 사람들이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이런 공약을 내놓는 게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소견발표회 포스터

[서울대 포털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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