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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지시설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이야기할 멘토 필요"
지원사업 통해 '어른 멘토' 생긴 청년…발판 삼아 제2 인생 준비

[촬영 김채린]
(서울=연합뉴스) 김채린 기자 = "처음에는 혼자 있으니까 좋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혼자라는 게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지난 22일 오무전기 김포공장에서 만난 자립준비청년 김모(23)씨는 아동복지시설을 나온 뒤 처음 마주한 '자립'을 이렇게 돌아봤다.
자립준비청년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가 직접 양육하기 어려워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다가 18세 이후 보호가 종료된 청년이다.
김씨도 열 살 때부터 충남 논산의 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자랐다. 10년을 살다 스무 살 무렵 시설을 나왔다. 이후 고깃집과 배달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고 한다.
가장 어려웠던 건 하루아침에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김씨는 "시설에서는 필요한 게 있으면 미리 알려주고 도와줬는데, 나와보니 다 직접 해야 했다"며 "스스로 알아봐야 하고 밥도 스스로 해 먹어야 했다"고 말했다.
외로움도 이겨내야 했다.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가족처럼 대화할 사람이 없어지는 게 자립준비청년에겐 큰 어려움이라고 김씨는 털어놨다.
김씨는 "친한 친구들은 네다섯 명밖에 안 된다"며 "자립준비청년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 힘들어하는 걸 공감한다"고 했다.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자립준비청년들이 시설을 나온 뒤 겪는 어려움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자립지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삶 만족도는 5.6점으로 전체 청년의 6.72점보다 낮았다.
자립준비청년 응답자 중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6.5%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우울증 등 정신과적 문제가 30.7%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문제가 28.7%로 뒤를 이었다.
이때 필요한 지원으로는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나 멘토의 도움'이라는 응답이 30.3%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립 과정에서 자주 접촉하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서상현 오무전기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씨의 경우 지난 3개월간 지원 사업을 통해 '멘토'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6월 오무전기의 자립준비청년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인턴으로 회사가 마련해준 숙소에서 지내며 3개월을 꼬박 일했다.
오무전기가 한국서부발전과 초록우산의 자립준비청년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다.
함께 일한 직원들은 단순 '회사 상사'라기보다 '인생 멘토'에 가까웠다. 근무 시간 외에도 만나 고민을 털어놓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회사는 지난해 처음 사업에 참여한 뒤 자립준비청년 2명과 인연을 맺었다.
직원들이 청년들을 대하는 원칙은 '특별대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서상현 오무전기 대표도 직원들에게 이들의 성장 배경을 알리지 않았다. 자칫 잘못된 편견을 만들어 청년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자립준비청년들도) 그냥 일을 하러 온 사람"이라며 "일을 못 하면 지적받고 잘하면 칭찬받는, 같은 목표를 위해 온 동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신 필요한 순간에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
서 대표는 최근 김씨와 서울 여행을 했다. 자신 역시 젊은 시절 조언을 해줄 어른이 없었던 경험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같이 영화를 보고 남산타워에도 갔다.
서 대표는 "그냥 아버지뻘이니까요. 저도 20대 말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중요한 시기에 충고해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자립은 취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조직 안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미래를 스스로 계획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진정한 자립이라고 서 대표는 말했다.

[서상현 오무전기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로 오무전기에서 지난해 인턴으로 일하기 시작한 또 다른 자립준비청년은 지난 1월 정직원으로 채용돼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 청년은 최근 다른 꿈을 위해 회사를 떠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서 대표는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그의 선택을 응원하기로 했다.
서 대표는 "더 같이 일하고 싶지만, 하고 싶은 걸 못 해보고 나이를 먹으면 평생 맴돈다"며 "성공해도 빨리하고, 실패해도 빨리해봐라. 해보고 안 되면 다시 찾아와도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청년에게 회사는 종착지가 아니라 다음 선택을 준비하는 발판이 된 셈이다.
김씨 역시 이번에 3개월의 인턴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뒤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준비할 계획이다.
"말 그대로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진짜 어른이면 다 혼자 해야 하니까."
김씨가 생각하는 자립은 단순했다.
다만 이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멘토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기 온 걸 후회하지 않는다. 만약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누가 '그래도 갈래, 안 갈래' 물으면 갈 것 같다"며 "살아가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 대표도 회사 대표가 아닌 멘토로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비빌 언덕이 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거 제대로 한번 해봐. 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다시 와도 돼. 돌아올 곳이 있어."
lyn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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