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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달러 눈 앞] ④ 반도체 중심 성장에 격차 심화…"신산업 육성해야"

입력 2026-09-25 08: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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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늘면서 청년 고용도 줄어…전문가들, 안전망 재설계 주문




2026년 6월18일 9천피 세리머니하는 한국거래소 임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양수연 기자 = "월세·보험료·공과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정말 얼마 없어요. 물가는 오르고 월급은 그대로인데 국민소득 4만달러는 대체 누가 받는 겁니까."


서울에서 자취하며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최모(34)씨는 25일 1인당 국민총소득(GNI)가 4만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반도체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영업이익이 늘면서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이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살림살이는 지표와 정반대다.


서울에서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지모(23) 씨도 "주변만 봐도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 1∼2년 전에 비해 확 줄어들었다"며 "기업 공개채용이 거의 없고 AI(인공지능) 사용이 늘면서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둔 주부 김모(42)씨는 "식비에 아이들 학원비 내고 나면 저축할 돈도 부족한데 대체 누가 돈을 벌고 있는건가"라며 "반도체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만 돈을 쓸어 담는 거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식 팔아 내 집 마련"…3.7조 주택시장으로 유입

[연합뉴스 자료사진]


◇ 반도체 수출이 만든 숫자…성과 배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총소득 4만달러라는 숫자가 반도체 산업 호황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한국 경제가 단일 업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의 동력이 지속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수출이 반도체에 편중돼 있기 때문에 반도체가 고꾸라지면 한국 경제도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편중된 수출 구조가 한국 경제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한국 경제는 조선업이든 자동차든 반도체든 대규모 설비를 투자하고 자동화 중심으로 돌려 생산한 물건을 국내보다 해외에 파는 구조"라며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다 집어넣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성과가 일부 산업에 몰려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좋아진 지표만으로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지금의 성장세는 반도체와 일부 첨단산업의 호황이 크게 이끌고 있고, 그 성과가 가계의 삶으로 충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는 사이 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있다. 청년 고용이 위축되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4만달러는 중심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배분이 될 텐데, 아예 참여하지 못하는 집단이 많다"며 "청년이나 불안정 노동 계층은 고용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도 "반도체는 10억원을 투자하면 일자리 2개 정도 만들 수 있는 산업이고, 한국 대부분 산업이 숙련된 노동자를 자동화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모두를 위한 성장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AI 활용으로 저소득층 자녀를 교육에서 밀어내 부의 양극화를 키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AI는 교육 격차를 과거 대비 10배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부모를 교육 대상으로 삼아 교육하지 않으면 가난한 집 아이들은 방치되고, 전부 AI에 교육을 맡겨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없다"고 했다.




해외여행 등 소비 늘어난 모습

[연합뉴스TV 제공]


◇ 반도체 하나에 기댄 4만달러…"신산업 육성·산업경쟁력 제고 필요"


1인당 국민총소득 4만달러를 넘어서더라도 이를 유지하려면 반도체 산업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다른 산업군의 경쟁력을 키워 반도체 업황이 꺾일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를 제외한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의 산업 경쟁력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며 "해당 산업군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산업 자체가 사양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조선업계에서 대학생들을 많이 뽑았는데 지금은 뽑지 않으니 청년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신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뒤처진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일자리도 생긴다"고 조언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출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방식의 성장을 계속할 건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어야 한다"며 "성장 동력을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과 사회서비스 등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그래야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성장의 과실이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 구조 개편과 별개로 4만달러 성과를 사회로 돌리는 장치도 손봐야 한다는 제언도 잇따랐다.


세제와 복지제도가 그 대상으로 지목됐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AI 산업은 일반 소비자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만들고 있고, 정부로부터 대규모 세제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사회적 성격이 강하다"며 "거기에서 나오는 초과 이윤도 일정 정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세수 증가에 기대는 게 아니라 거대기업과 고소득·고자산 계층이 부담 능력에 맞게 책임을 나누고 이를 복지로 연결해야 한다"며 "공정 과세와 재분배의 필요성을 시민에게 설명하고 사회적 동의를 만드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보장 재원이 노동 소득 기반으로 짜였던 체제인데, AI로 인해 일자리 지형이 취약해지면 사회보장 재원도 줄어들 수 있다"며 "금융 소득에 부과하는 등 보험료나 사회보장 재원 기반을 다각화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년이나 노인 등 일부 계층에 대해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석 교수는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기초 연금이 조금 더 취약계층에 갈 수 있도록 하후상박 방식으로 배분을 바꿔야 한다"며 "AI 등이 일자리 지형을 바꿔 일자리가 없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청년 소득 보장을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성장에서 배제된 이들을 위한 안전망을 넓혀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 보험은 고용 관계에 기반해 있어 영세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배제되고 있다"며 "빈곤층에 실질적으로 급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재산 기준 등 수급 조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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