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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작업 원칙이지만 90%는 야간에…지난해 산재 신청 8천995건
"월급 깎일까 산재 신청 못해" 수두룩…"수명이 줄어드는 심정"

[촬영 정지수]
(서울=연합뉴스) 정지수 기자 = "오라이, 오라이!"
사람들이 잠든 19일 오전 1시. 3.5t(톤) 재활용품 수거 차량이 '삐-삐-'하는 후진 경고음을 내며 서울 주택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기 시작했다.
차량이 멈춰설 때마다 수거원 두 명이 익숙한 몸짓으로 뛰어내렸다. 이내 골목의 쓰레기들이 차량에 던져진 뒤 수거원이 올라탔다. 시간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6년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박세진(47)씨가 일과를 시작하는 흔한 밤의 모습이다.
이날 운전을 맡은 박씨도 폐기물이 많으면 차량에서 내려 손을 보탰다.
이날 기자가 함께 탑승한 재활용 수거차량은 쉴 새 없이 골목을 오갔다. 통상 20분을 기준으로 10여군데가 넘는 곳에 차량이 멈춰섰다.
제한된 작업시간에 맡은 구역 쓰레기를 모두 처리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수거원들은 차로 진입하기 어려운 곳은 쓰레기를 미리 모아두기 위해 출근시간 전부터 나와 골목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했다.
어느새 동이 트며 근무가 끝나는 오전 8시까지 쉴 틈은 없었다.

3인 1조로 일할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2인 1조로나 홀로 일하는 경우에는 근무 강도는 더 세진다. 이날 차량 운전자와 함께 2인 1조로 일해 홀로 수거를 마친 한 환경미화원은 "쓰러지겠다"며 허리춤을 부여잡았다.
야간 근무 어려움을 묻자 박씨는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그래요. 수명이 줄어든다고…"라고 답했다.
농담이 아닌 현실과 맞닿은 말이었다.
얼마 전에는 박씨의 동료가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다고 한다.
폐기물 사이에 날카로운 식칼 등 위험한 물품이 섞여 있어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특히나 어두운 밤에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더 위험하다. 발아래가 보이지 않아 차량에 올라타다 발을 헛디디기도 한다.
환경미화원들은 한 봉지에 30㎏에 육박하는 쓰레기봉투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올려야 한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일부 자치구는 13㎏(50ℓ 기준)·19㎏(75ℓ 기준)의 무게 제한을 두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무겁다고 쓰레기를 그대로 놓고 갈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촬영 정지수]
◇ '주간 작업' 원칙인데…환경미화원 91.7%가 야간작업
야간작업은 환경미화원의 안전사고와 질환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힌다.
시야 확보가 어렵고, 피로 누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안전기준은 '주간에 3인(운전자 포함) 1조 작업'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조례로 정한 사유'에 해당할 경우 예외로 둘 수 있다.
부산노동권익센터의 '부산 지역 생활폐기물 환경미화원 산업안전실태와 보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오후 10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에 2시간 이상 일한 환경미화원 비율은 91.7%에 달했다.
실제 환경미화원들의 사망 사고는 심야 시간에 많이 일어난다.
지난 달 7일 오전 3시께 종로구 창신동 골목에서는 폐기물을 수거하던 환경미화원인 60대 남성이 폐기물 수거용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달 19일 경북 영천에서도 새벽 시간대 25t 덤프트럭과 청소차가 충돌해 청소차에 타고 있던 환경미화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촬영 정지수]
◇ 환경미화원 산재 한해 7천명…"주간 근무로 조정해야"
연합뉴스가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실을 통해 제출받은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환경미화원 산업재해 신청 건수는 8천995건이다.
이중 7천456건(82%)이 승인됐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신청 건수는 3천80건(승인 2천165건)이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월급이 줄어들 우려에 산재 신청조차 꺼리는 경우가 파다해 실제 작업 중 재해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금천환경지회 최인섭 사무장은 "산재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휴업급여가 평균임금의 70% 수준"이라며 "생계 때문에 아파도 참고 일하거나 노동자 스스로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가 충분히 치료받은 뒤 건강하게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급여보전과 업무상 질병 인정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복되는 환경미화원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작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연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안전문화연구' 학술지에 게재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시나리오 개발 및 위험성 평가에 관한 연구'는 무리한 연속 작업에 따른 피로 누적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추가 인력 지원과 교대근무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용역으로 수행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 포럼' 최종보고서도 "야간근무 중 수작업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작업의 경우 노사 협의, 주민과의 협조를 통해 주간 근무로 업무시간을 우선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index@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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