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아태 대법원장 회의 발표…"최종 판단 권한은 어디까지나 판사에"
권영준 대법관 "사법부 독립성 흔들려는 유무형 압력 거세" 우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 개회식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17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매일 아침 판사는 전날 배당된 사건에 대해 인공지능(AI)이 작성한 검토보고서를 받습니다. 법정에선 AI가 실시간으로 변론을 기록하고 판례와 문헌을 검색해 재판부가 각 주장을 즉시 평가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숙연 대법관은 1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 AI가 뒷받침하는 이런 미래 법정의 모습을 제시했다.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대법관은 아·태 대법원장 회의 제2세션에서 '한국 사법부의 인공지능, 이론에서 실천으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대법관은 미래에는 AI가 사실관계를 시간순·주제별로 정리하고 당사자 주장을 원문 출처와 연결되도록 요약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판사에게 건넬 것으로 예상했다.
이 대법관의 구상에 따르면 사실관계 다툼이 있는 사안에선 AI가 각 주장을 관련 증거와 연결하고, 법률 쟁점에 대해선 관련 판례와 문헌을 함께 제공한다.
유사 사건 중 가장 관련성 높은 판결을 찾아 현재 사건과의 차이점도 설명해준다.
법정에선 음성인식 기술이 구두변론과 증인신문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AI가 절차 요약·분석을 넘어 판례·문헌 검색으로 재판부가 각 주장을 즉시 평가하도록 지원한다.
사건관리 측면에서도 AI가 유사 사건 분석을 통해 여러 절차적 경로를 제안하고, 판사가 방향을 정하면 기일 지정과 법정 예약, 조정 회부 등 후속 절차도 수행한다.
판결문 작성 때도 AI가 조력자 역할을 한다. 판사가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면, 시스템은 그 근거나 결론 요지를 토대로 판결문 초안을 작성한다.
양형 지원 시스템은 새로운 사건이 접수되면 관련 양형 인자를 식별해 양형기준상 권고 범위를 산출하고, 유사한 양형 사례를 함께 제시한다.
이 대법관은 다만 "AI는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며 "최종 판단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판사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이 대법관은 "사법 업무의 재설계는 공정성·정확성·신뢰성·사법독립이라는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원칙 위에 서야 한다"며 "어제의 데이터로 학습된 AI가 오늘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인간의 판단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은 한국 사법부가 추진 중인 AI 정책도 소개했다.
우리 사법부가 구축 중인 '재판지원 AI 시스템'은 현재 하루 2천건 이상 질의를 처리하며 이용자 피드백을 통해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8년까지 판결문과 소송자료 요약, 쟁점 식별, 사건검토보고서 작성 지원 등으로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법관은 "AI는 편향·환각·보안사고·과의존 등 실질적 위험을 안고 있고, 예산과 인력의 제약도 뒤따른다"며 "그러나 국민은 분쟁의 신속하고 정확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으며, 위험과 한계를 이유로 발전을 늦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영준 대법관은 이날 '세종대왕의 위대한 법적 유산'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법학자'로서 세종대왕의 면모와 그 정신을 해외 참석자들에게 설파했다.
권 대법관은 "우리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심각하고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흔들려는 유·무형의 압력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법치주의와 사법권 독립이라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기틀이 형식적으로는 존중받는 듯 보이지만,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정치적 이익에 의해 실질적으로 훼손되는 사례들을 목도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은 '법학자 세종(Justice Sejong)'의 수많은 업적을 되돌아보는 것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6백년간 이어져 온 세종대왕의 웅대한 정신을 품고 오늘날 우리가 공통으로 직면한 수많은 난제에 대한 지혜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already@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