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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관련 국방부 징계 불복 첫 법원 판단…'여론조사꽃' 출동했다 대기 지시
재판부 "모든 군인에 항명 기대 어려워…소극적 저항했다고 사명 저버린것 아냐"

[국방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가 팀원들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한 유재원 전 국군방첩사령부 사이버보안실장(대령)에 대한 정직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상계엄에 연루돼 국방부 징계를 받은 군 간부의 불복 소송 중 처음으로 나온 1심 결론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17일 유 대령이 국방부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는 유 대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도 여권 성향의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에 출동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유 대령이 위법한 명령을 이행하려던 목적에서 출동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 대령이 팀원들에게 출동하지 말고 대기할 것을 명령했던 만큼 상부의 지시를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사건 판결문에는 유재원 대령의 2024년 12월 4일 행적이 상세히 적시됐다.
유 대령은 당일 오전 0시 10분께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으로부터 여론조사 꽃에 출동해 서버를 가져오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당시 함께 출동 명령을 받은 부서장들과 함께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유 대령은 팀원들을 소집해 명령을 하달했고 팀원들이 명령이 위법하다는 이의를 제기하자 이를 받아들여 인원 배치를 중단했다.
오전 1시께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유 대령은 정 전 처장으로부터 '일단 출동하되 원거리에서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유 대령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현장에 가려고 했으나, 일부 팀원들이 출동에 동참했고, 오전 1시 50분께 잠수교 남단에 대기하던 중 팀원들에게 "현 위치에서 대기하고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고 지시를 전파하기도 했다.
유 대령과 팀원들은 오전 2시 35분께 정 전 차장의 명령에 따라 철수해 부대로 복귀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정말로 지시를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면 자신의 지휘 아래 있는 가용병력을 신속히 편성하고 그 인원을 모두 출동시켰을 것으로 보이나, 원고는 이와 달리 행동했다"고 했다.
유 대령이 명령받은 직후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최대한 시간을 끈 것으로 보이고, 부하들이 이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형식적인 출동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상관의 위법한 명령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 군인으로서 이상적인 자세라고 할 것"이라면서도 처한 상황과 인식이 저마다 다른 만큼 모든 군인에게 단호한 항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법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부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이행을 지연·축소하고 부하들의 가담을 막거나 명령의 이행을 사실상 회피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법한 명령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수는 있고 이를 군인으로서의 사명을 저버린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소극적 저항이나 회피는 상관과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는 과정에서 명령을 일부 이행하는 외관을 띨 수밖에 없다"며 "행위의 전체적인 경위와 목적·결과 등을 살피지 않은 채 그중 일부 행위만을 분리해 위법한 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유 대령의 징계 사유가 인정되지 만큼 국방부의 정직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국방부는 선고 후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당초 국방부 징계위원회는 유 대령에 대해 '징계사유 없음' 결정을 내렸지만, '징계권자의 재심사 요청'에 따라 징계위를 다시 열어 중징계를 결정했다.
유 대령은 지난해 11월 윤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계엄의 주범으로 꼽히는 방첩사가…방첩사 내부에도 저항하는 세력이 있었다는 걸 꼭 기록에 남겨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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