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약국 조제엔 법적 걸림돌…프랑스와 '38년 격차'엔 제도차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국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16 je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16일 정부가 도입을 공식화한 임신중지 약물은 현재 진행 중인 품목허가 심사를 통과할 경우 임신 9주 이내 사용을 기준으로 도입될 전망이다.
정부는 9주라는 기준이 정책적으로 설정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재 허가 심사 중인 약물이 임신 9주 이내 사용을 조건으로 신청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금 정한 (허용 범위는) 약품업체가 임상시험 자료에 근거해 신청한 것"이라며 "그것을 바탕으로 (품목허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다른 임신 주수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별도의 품목허가 신청이 이뤄질 경우 사용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 신청된 사용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보다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WHO는 지난해 공개한 '임신중지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12주 미만 임신부에게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방법으로 약물 사용을 권고했다.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보통 임신 안정기를 12주까지로 본다"며 "따라서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임신중지 약물 허용 임신 주수를) 12주까지는 늘릴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식약처 관계자는 "WHO는 12주 이내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의료환경이나 임상시험 결과 등을 바탕으로 (허용 범위를) 각국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임신 9주, 미국은 10주, 핀란드와 덴마크는 12주까지 임신중지 약물을 허용하는 등 국가별로 상이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자가관리' 허용 여부를 두고도 정부 발표는 WHO 가이드라인과 차이를 보인다.
WHO는 가이드라인에서 임신 주수 검사 등을 위한 의료기관 접근이 가능하고 약물 복용 유의 사항을 정확히 고지받는 것을 전제로 의료기관 밖에서 임신중지 약물을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의사 처방과 병원 조제를 전제로 임신중지 약물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약사가 임신중지 약물을 조제·교부할 경우 현행 형법상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왔지만, 약사에 대해서는 형법상 처벌이 가능하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발표하기까지 7년 5개월이 걸린 데 대해 제도 개선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1988년 임신중지 약물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프랑스와 비교하면 38년 늦다. 다만 프랑스는 이미 1975년 '베유 법'을 통해 임신 10주까지 임신중지를 조건부로 허용한 반면, 한국은 2019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임신중지 제도 개편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생애 과정별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은 국정과제로 다부처 협의를 하던 중 정부 출범 1년이 지나가는 상황에서 속도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부처가 함께하면서 이런 발표가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