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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인의 장관 낙마 사태가 남긴 것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최근 30대 중반의 청년 여성 정치인이 장관에 지명됐다 도덕성과 자격 논란에 낙마한 장면은 한국 정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자 현주소였다. 2030 젊은이들은 또래 청년의 초고속 출세를 보며 부러움과 기대감이란 양가적 감정을 함께 가졌지만, 끝내 그들에겐 박탈감과 배신감만 남았다. 이 젊은 정치인은 '공정의 기수', '기득권 대항마', '약자의 대변자'를 자처해왔는데, 알고 보니 '반칙의 기수', '특권의 대가'였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였다. 과거 노회한 정치인 못지않은 기득권 강자의 전형을 보여줬고, 평소 말과 실제 행동이 달랐던 사례들도 드러났다. 청년층의 분노와 반발이 가장 심했던 건 이런 자기모순과 이중잣대에 실망해서일 듯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젊고 깨끗한' 이미지로 치장한 청년 정치인이 했다고는 믿기 어려운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국민 혈세로 보조하는 공당 대표가 남편을 핵심 당직에 잇달아 기용한 건 공직자로서 공사(公私) 구분조차 못 하는 행태였다. 사당화를 넘어 '가족소득당'이란 조롱이 나왔다. 심지어 당직 임명 의결이 부부 사이에서만 이뤄졌다는 '셀프 임명', '밀실 가족 인사' 의혹까지 있었다. 헌정 관행을 깨고 장관이 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한 건 정당 국고보조금과 의원직을 지키려는 꼼수로 국민 눈에 비쳤다. 당내에 비선 조직을 두고 주요 당무를 밀실에서 결정했다는 내부 폭로까지 나왔다. 이 밖에도 많은 의혹이 제기됐으나 국민 알 권리를 존중하는, 책임 있고 실체적인 소명은 없었다.
이를 지켜본 2030 젊은이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기성 정치의 기득권과 낡은 관행을 비판하던 청년이 막상 자기 거취와 이해관계가 얽힌 지점에선 기성세대보다 더 특권과 편법에 기댔다는 인상을 받아서다. 특히 이 청년 정치인이 온전히 자력이 아니라, 꼼수 제도로 비판받던 '위성정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맹점 속에 두 차례 연속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건 '공정'에 민감한 젊은이들의 상실감을 더 키웠다. 하급 실무자이거나 이제 막 중간 관리자에 올라선 또래 청년들은 당 간판도 안 내걸고 재선 의원이 돼 장관에 지명되고, 당내에선 견제 없는 권력을 행사한 정황을 어떻게 바라볼까. 박봉과 격무를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는 그들의 어깨가 더 처지진 않을까. 혹시라도 젊은이들이 회의와 냉소에 빠질까 두렵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었던 본질적 근원을 놓고 성찰해야 한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치명적 부작용이 올 거라는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의 경고에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비정상적 제도를 도입하고, 그 여파로 위성정당 난립이란 촌극이 빚어질 때부터 이번 사태는 예고된 것이었다. 그 제도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이번 장관 낙마 사태의 주인공이다. 소수 정당이란 명분으로 거대 정당의 우산 아래 들어가 두 번이나 비례대표로만 금배지를 다는 희귀한 광경을 보여줬지만, 비상식적 시작은 대개 비상식적 결말로 마무리된다는 상식을 새삼 일깨웠다.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6.9.13
하지만 정치권의 이런 기형적 행태에 분노하는 것만큼이나 우리 스스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왕정도 군주정도 아닌 주권재민 민주국가에서 비상식적 정치판을 깔아준 이들은 누구인가. 결국 근원적 책임은 심판권을 쥔 유권자들에게 있다. 총선 전 얼마든지 검증하고 판단할 기회가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석연찮은 선거제도 변경과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들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꼼수가 횡행해도 불감증에 걸린 듯 넘어갔다. 신성한 권리와 의무를 소홀히 한 우리는 이제 자초한 업보를 짊어질 시간을 맞았다. 정치 철학에선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저질들에 지배당하는 것'이라는 경구가 있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갖는다'는 말도 있다. 정치권에 돌을 던지는 건 당연하지만, 유권자들부터 누가 그들에게 권력을 줬는지 생각해보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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