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애완견 목욕 중 성장판 골절 병원비 다툼끝 해고…중노위 "부당해고"
사후 작성된 타 근로자 프리랜서 동의서 진정성 부정…'5인 이상 사업장' 인정

[홍소영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옥성구 기자 = 애견미용샵에서 일하는 애견미용사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의 첫 판정이 나왔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4일 애견미용사 A씨가 서울 강남구 소재 D애견미용샵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신청 사건에서 초심을 취소하고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4년 5월 D애견미용샵에 입사해 계약서 없이 일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A씨가 목욕시킨 고객의 애완견 성장판이 골절됐다는 항의가 들어왔고, 병원비 350만원 부담 문제를 두고 사장과 언쟁이 벌어졌다.
당시 사장은 "오늘까지만 하세요. 짐 챙겨 나오고 유니폼도 놓고 가세요"라고 말했고, A씨는 자리를 떠난 뒤 출근하지 않았다. A씨는 일방적 해고라고 주장했지만, 사장은 자진 퇴사라며 맞섰다.
쟁점은 A씨의 근로자성 여부와 D애견미용샵이 '5인 이상 사업장'인지였다.
근로자 여부에 대해 A씨는 "정해진 근무시간에 출퇴근했고, 별도의 분배 비율 없이 매월 고정급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D애견미용샵 사장은 "각자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미디어(SNS)로 고객 예약을 받아 개인 스케줄에 맞춰 예약 시간을 조정했고, 매출에 대한 일정 비율을 나눠 가졌다"며 A씨가 프리랜서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D애견미용샵에서 일한 다른 4명이 자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프리랜서 계약관계 신청동의서 등을 작성했고, 일부는 퇴사해 상시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이라며 A씨 신청을 각하했다.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이라면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중노위는 A씨가 근로자가 맞고 부당해고를 당한 것이라며 판단을 뒤집었다.
중노위는 "A씨가 독자적 고객 관리나 예약 조정 없이 사장의 지시를 받아 목욕·드라이 등 기초 업무를 전담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매출 배분이 아닌 월 130만∼140만원의 고정급을 정기적으로 받은 점도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중노위는 "A씨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이 사건 사업장으로 출근해 애완견의 목욕 등 업무를 수행했다"며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에 구속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D애견미용샵이 5인 이상 사업장에 해당한다는 판단도 내렸다.
중노위는 입사 시기가 다른 애견미용사들이 일괄적으로 프리랜서 동의서 등을 작성한 점을 지적하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응해 상시근로자 수 기준 회피 목적으로 사후 일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애견미용사들이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A씨와 애견미용사 4명 등 5명이 모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D애견미용샵이 5인 이상 사업장이라고 봤다.
나아가 중노위는 "A씨가 사직의사를 표시했다거나 또는 D애견미용샵 사장이 이를 수락해 사직 합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근로관계 종결 원인은 즉각적인 퇴사 요구에 의한 것이지 A씨의 자진 사직이나 합의 해지로 보기 어렵다"고 부당해고가 맞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헤어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는 있었지만, 애견미용사의 근로자성이 인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건을 공동 대리한 샛별 노무사사무소의 하은성 노무사는 "애견미용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산업도 기존의 근로기준법으로 보호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판정"이라고 판정 의의를 전했다.
ok9@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