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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일이 두번인 5살 온유…'천사의 심장'이 뛴다

입력 2026-09-12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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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기다림 끝 심장 이식…"손잡고 함께 걷는 꿈이 현실로"


생면부지에 새삶 장기기증…대기자 4만6천명·평균 대기 5년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온유군

[촬영 윤민혁]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5살 온유는 한 해 생일이 두 번 있다.


2021년 3월 12일 1.7㎏ 미숙아로 태어나던 날. 그리고 2023년 7월 12일 12시간의 수술 끝에 새 심장을 가슴에 품은 날이다.


사고를 당한 한 아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 심장을 기증했다. 그렇게 온유 군의 작은 가슴에는 3년 전부터 '천사의 심장'이 뛰고있다.


이제 어엿한 '형아'가 된 이온유(5)군을 지난 11일 서울 광진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활기찬 아이였다.


심장 이식 전 이러한 일상은 어머니 조혜성씨에게 간절한 꿈이었다.


온유군은 태어나기 전부터 심장이 약했다. 임신 20주 무렵 정밀 초음파를 보던 의사가 "심장에 기형이 있을 수 있으니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했고, 대학병원은 심장 기형이라면서도 "수술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온유군은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로 들어가 심장 수술을 받았다. 의사 말대로 잘 회복해 40여일만에 퇴원해 집으로 향했다.


이로부터 한달 반쯤 지났을 때 온유의 몸이 이상했다. 갑자기 토를 하더니 먹지도 소변을 보지도 않았다.


병원의 진단은 청천벽력이었다. '확장성 심근병증'. 심장이 너무 커져 힘을 쓰지 못하는 병이었다.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온유군의 집은 다시 병원이 됐다.


병원은 심장 기능이 고작 20% 남았다며 심장 이식을 권유했다.


하지만 결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2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사이 40이 정상인 심부전 수치는 7천∼8천을 기록하며 생사가 오가기도 했다.


온유군은 심장 이식을 받기 전 마지막 4개월 동안은 좌심실 보조장치를 달며 버텼다.


그러다 2023년 공여자가 나와 심장이식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씨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면서 "'온유가 드디어 병원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밖에서 같이 뛰어놀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온유군은 12시간의 수술 끝에 새 심장을 가슴에 품었다. 2년의 간절한 기다림의 끝에 온유군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동생을 놀아주는 온유군

[촬영 윤민혁]


인터뷰 내내 온유 군은 카페 곳곳을 쉬지 않고 구경했고, 태어난 지 9개월 된 동생을 주변 어른들에게 "빵(0)살이에요. 귀여워요"라며 수줍게 소개하기도 했다.


조씨는 "지금은 너무 뛰어다녀서 (문제)"라면서도 "얼마나 감사한지, 온유랑 손잡고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꿈이었다"고 말했다.


기쁜 일이었지만 공여자의 마음 아픈 사연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씨는 "아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 자체가 부모에게는 너무 큰 일인데 그런 결정까지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같은 결정을 할 수 있었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숭고한 결정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온유에게 새로운 삶을 허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제일 먼저 전하고 싶다"며 "온유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으니 남들에게 나눌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 기증으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살리고 떠난 '천사'들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장기 이식 대기자들은 시간과 싸우고 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올해 발표한 '2025년 장기 등 기증 및 이식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 이식자의 평균 대기시간은 1천505일로 약 5년에 달했다.


올해 3월 31일 기준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는 4만6천896명에 달한다.


조씨도 "같이 기다렸던 친구 중 먼저 하늘의 별이 된 친구도 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온유군이 더 크면 '천사의 심장'을 설명해주려고 한다.


그는 "온유도 얼핏 알고 있다"며 "지금 뛰고 있는 그 심장은 천사가 선물해준 거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소중한 거라는 이야기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소중한 천사가 주고 간 선물이기 때문에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 몸에 안 좋은 건 하면 안 되고 약도 꼭 먹어야 한다고 말해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온유네 가족

[촬영 윤민혁]


온유네 가족에겐 두가지 꿈이 남았다.


첫 번째는 온유의 건강한 성장이다.


어머니는 "온유가 친구들이 귀엽다고 하면 굉장히 기분 나빠한다"며 "본인이 친구들보다 작다는 걸 부쩍 신경 쓰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최근에는 태권도와 축구를 시작했다. 온유도 태권도 선생님이 "재밌어 한다"고 전할 만큼 열심이다. 팔 근력을 기르기 위한 글씨 쓰기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품은, 지금은 이룰 수 없는 꿈이다.


바로 심장을 기증해준 아이의 부모님에게 온유의 심장 박동을 들려주는 일이다.


조씨는 "먼 훗날 우리나라가 기증자와 (수혜자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그 아이의 부모님에게 온유의 심장 소리를 한 번 꼭 들려드리고 싶다"며 눈물을 삼켰다.


온유 어머니의 바람은 지금으로선 쉽사리 실현할 수는 없다.


현행 제도상 뇌사 장기기증자의 유족과 이식수혜자의 신원정보는 서로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장기이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양측 동의 시 익명으로 서신을 교환할 수 있지만, 서신에 개인정보나 만남을 시도하는 내용을 담을 수 없다.


기증·이식의 익명성과 공정성을 보호하고 만에 하나 금전적 보상이나 사례 요구 등 장기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취지다.


온유군은 지난 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최한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에서 자신에게 일상을 선물한, 이름 모를 기증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천사야 고마워 사랑해."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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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2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