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대사는 소재·신분 등 확인 가능…통상적 '도피'와 달라"
조태용 등 당시 외교·법무라인도 무죄…尹측 "지극히 당연한 결론"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7.9 [촬영 신준희] 2025.10.23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김빛나 기자 =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11일 범인도피·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었다.
함께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 당시 외교·법무라인 고위 인사들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배경에 수사 방해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이 대사로 임명된 2024년 3월에야 그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국금지 조처한 사실을 인지한 만큼, 출국금지를 우회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해 그를 대사로 임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피고인(윤 전 대통령)이 이종섭을 대사로 지명한 2023년 9월에는 공수처 고발만 된 상태였고 임명절차가 진행되던 시기에도 이종섭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종섭이 형사처벌 가능성이 구체화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는 구체적 인식 아래 대사로 임명해 공수처 수사를 저지·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졌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피고인은 헌법 73조에 따라 대통령의 고유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정책적·정무적 판단에 따라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종섭을 한국과의 국방 협력이 중요한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임 대사를 무리하게 쫓아내고 이종섭을 속된 말로 '꽂아 넣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정 인물을 외국 대사로 임명하는 게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는지에도 의문을 표했다.
재판부는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는 범인의 소재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곤란하게 할 정도를 뜻하지, 수사 절차를 다소 지연하거나 번잡하게 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대사의 경우 소재나 신분, 임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지위에 있다"며 "통상적 의미의 도피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가 실제로 소환 조사에 불응하지도 않았고, 호주에서 그가 귀국한 뒤에도 특검팀이 출범할 때까지 공수처에서 아무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장관을 출국시키려고 인사 절차를 형식적으로만 진행토록 지시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 그에 대한 공수처의 출국금지 처분을 해제하라고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무죄로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을 대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했을 뿐 그 후속 절차에 관여하진 않았고, 법무부 공무원들에게 법을 위반해 출국금지를 해제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함께 기소된 조태용 전 실장 등에 대해서도 "범인도피로 볼 만한 위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통상적인 직무수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호주 도피 의혹은 2024년 3월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공수처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은 채상병 사망 넉 달 뒤인 2023년 11월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키고자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그해 8월 'VIP 격노설' 등 의혹 제기가 본격화하고 급기야 이 사건과 관련해 자신과 직접 통화한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되자 그를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내보내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선고 후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 "법리와 기록에 비춰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정상적인 행정 작용과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 행사까지 사후적으로 '직권남용'이라 규정해 처벌한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의 인사와 정책 판단을 형사 재판정에 세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검팀 측은 "판결문을 검토·분석해 항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2025.9.26
이로써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 사건 8건 중 6건이 1심 선고까지 끝났다.
가장 혐의가 중한 내란우두머리 사건은 지난 2월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돼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이뤄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을 지시한 일반이적 혐의 사건은 지난 6월 12일 1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돼 역시 항소심 중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오는 16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에선 징역 2년이 각각 선고됐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는 내달 7일 이뤄진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미국 등 우방국에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지시한 의혹(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사건은 아직 1심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를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확정받았다.
younglee@yna.co.kr
Copyright 연합뉴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상품 확인하고 계속 읽어보세요!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