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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산 663만건 18년 추적…제왕절개율 36.4%→67.4%
초산모는 72.4%까지 급증…"의정갈등 여파로 제왕절개 출산 더 늘어"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에서 임신부 3명 중 2명꼴로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하고, 특히 첫 아이의 제왕절개율은 70%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학술지 '출산'(Birth) 최신호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강영호 교수 연구팀이 2007∼2024년 국내 15∼44세 여성의 출산 663만5천390건을 분석한 결과, 제왕절개 출산율은 2007년 36.4%에서 2024년 67.4%로 1.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율 증가세는 첫아이를 낳는 초산모에서 더욱 가팔랐다.
초산모의 제왕절개율은 같은 기간 35.6%에서 72.4%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출산 경험이 있는 산모의 제왕절개율도 37.2%에서 58.8%로 상승했지만, 초산모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제왕절개율은 2014년까지 40% 아래에 머물다가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세계적으로 봐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학술지 'BMJ 글로벌 헬스'(BMJ Global Health)에 발표한 논문(2021년)을 보면 2010∼2018년 세계 154개국의 평균 제왕절개율은 21.1%였다. 중남미·카리브해가 42.8%로 가장 높았고 동아시아 평균도 33.7%였다.
WHO는 이 논문에서 2030년 세계 평균이 28.5%, 동아시아는 63.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는데, 한국은 이미 2024년 제왕절개율이 67.4%에 달해 2030년 동아시아 전망치마저 넘어선 셈이다.
제왕절개 출산 급증은 고령 임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외에 제왕절개율을 낮추기 위해 시행했던 병원별 제왕절개율 공개와 인센티브 정책이 약화된 점, 저출산으로 분만 의료기관과 산부인과 인력이 줄어든 점, 쌍둥이 출산이 늘어난 점, 24시간 진통과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자연분만의 부담,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과 소송을 우려한 방어적 진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한 특정 연령대에서 출산 유형이 달라지는 '세대 효과'도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예컨대 똑같은 30세 산모라도 2010년에 출산한 여성과 2024년에 출산한 여성의 제왕절개 가능성이 다르다면 단순한 나이 이외의 시대적 환경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1992∼2002년생, 특히 1990년대 후반 출생 여성의 경우 제왕절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출생세대 효과'가 최근 세대에서 달라진 건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고 여성의 경제활동과 경력 유지가 중요해진 데다, 출산 역시 단순한 의학적 사건을 넘어 시기를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는 선택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이에 더해 진통에 대한 두려움, 위험 회피 등도 제왕절개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제왕절개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은 저출산으로 전체 출산에서 초산모 비중이 커진 상황이어서 첫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은 후 다음 출산도 반복 제왕절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부인과 교수는 "지난해 의정갈등 사태 당시 전공의 파업으로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료진의 업무량이 과도해지면서 자연 출산이 가능한 임신부한테도 낮 시간에 제왕절개를 권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이런 출산 데이터가 나온다면 최근의 제왕절개율은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주요 수술 통계연보'에서도 확인된다. 건보공단은 이 연보에서 지난해 제왕절개 수술이 전년보다 10.2%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물론 그렇다고 자연분만이 언제나 제왕절개보다 낫다는 의미는 아니다.
태아곤란증이나 난산, 태아의 비정상적인 자세 등에서는 제왕절개가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구하는 필수적인 수술이다. 문제는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수술이 이뤄지는 점이다.
WHO는 의학적 필요가 없는 산모와 아기에게 제왕절개가 더 유익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수술인 만큼 출혈과 감염, 마취 합병증, 혈전색전증, 장기 손상 등의 위험이 있고 회복도 자연분만보다 늦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모유 수유나 출생 직후 피부접촉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제왕절개를 반복할수록 다음 임신에서 전치태반이나 유착태반, 자궁파열, 자궁적출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신생아에서도 제왕절개 출산은 호흡곤란 등의 위험과 연관돼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고위험 임신부가 늘고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까지 더해져 제왕절개 출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의 제왕절개율은 과도하게 높은 측면이 있다"면서 "의료분쟁에 대한 부담 저하, 산부인과 인력 문제 개선 등의 정책과 함께 산모에게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출산 과정을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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