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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야 고마워 사랑해" 하늘나라 기증자에 전한 특별한 안부인사

입력 2026-09-09 15: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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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기기증의날 기념식…심장이식 어린이부터 기증자 유족까지 한자리


서로 만날 수 없는 기증자·수혜자 대신해 감사와 그리움 전해




기념식에 참석한 기증인 유가족과 생존 시 기증인, 이식인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천사야 고마워 사랑해"


엄마 품에 안긴 이온유(6)군이 씩씩하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자신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먼저 하늘의 별이 된 어린 기증자에게 보내는 인사였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9일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제13회 서울시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 '안부'를 열고 기증자 또는 유족과 이식자가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심장 이식자로 어머니와 함께 참석한 온유군은 1.7㎏의 작은 몸으로 태어난 미숙아였다. 심장 이식이 필요했던 온규군은 좌심실 보조장치까지 달면서 2년이라는 시간을 버텼다. 그러다 2023년 심장을 기증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온유군에겐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기념식에서 온유군의 어머니는 당시를 떠올리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어서 믿기지 않았다"면서도 "온유가 이제는 밖에 나가서 살 수 있겠다는 감사한 마음과, 한편으론 누군가의 생명으로 얻은 기회여서 무거운 마음이…(함께 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기증자에게 "온유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며 "온유가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 보여드리고, 본인도 사랑을 나눠주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옆에서 잘 키우겠다"고 인사했다.


온유군도 먼저 떠난 천사에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무대 위를 힘차게 뛰어다니며 장내를 웃음과 환호로 가득 채웠다.




이온유 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행사에는 온유군 외에도 각막을 이식받고 세상의 빛을 되찾은 류창규(59) 목사, 신장을 이식받은 이영준(69)씨 등 장기 이식으로 새 삶을 선물 받은 이들이 기증자에 대한 감사와 앞으로의 다짐으로 안부를 전했다.


장기 기증으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살리고 떠난 '천사'들의 가족들도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지난해 5월 지주막하 출혈로 뇌사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난 고(故) 이근정(당시 57)씨는 굽 높은 구두에 발 아파할 부인을 걱정해 버스정류장까지 슬리퍼를 들고 마중을 나오던 다정한 남편이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뇌사 판정을 아내 장혜임(57)씨는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장씨는 "(남편이) 막연하게 깨어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남편의 혈압이 떨어지고 자가호흡이 안돼 살아날 수 없다고 얘기하셔서 마음이 무너졌다"며 눈물을 훔쳤다.


장씨는 그 순간 남편의 평소 성품을 떠올렸다고 한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흔쾌히 자신의 모든 걸 내어줄 정의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남편이 같은 입장이었다면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나 같이 가족을 잃을 기로에 선 사람들을 위해 기증하는 게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하늘에 있을 남편에게는 "사는 동안 힘들었지? 고마웠어. 편히 쉬었으면 좋겠어"라고 애틋한 안부를 전했다.


2018년 세상을 떠나며 두 명의 시각장애인에게 각막을 기증한 고 서채홍(당시 68)씨의 딸 서정민(44)씨도 "아버지는 평소에도 어려운 분들을 돕고 싶어 하셨던 분이라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어 이식자들에게 "아버지는 평소에도 산이나 꽃 같은 자연풍경을 좋아하셨다"며 "두 눈으로 가족들도, 산도 대신 봐주시면 좋겠다. 평소보다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1996년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한 승인선(67)씨는 신부전으로 장기이식을 받는 친구를 병문안 갔다가 수많은 신부전 환자를 보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생명의 별' 전달받는 장기기증 뇌사자 유가족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이식자에게 "오래도록 건강하게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연단에 선 이들은 서로를 껴안으며 격려했다. 서로 직접적인 기증·이식수혜 관계는 아니지만 절절한 마음을 나누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현행 제도상 뇌사 장기기증자의 유족과 이식수혜자의 신원정보는 서로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장기이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양측 동의 시 익명으로 서신을 교환할 수 있지만, 서신에 개인정보나 만남을 시도하는 내용을 담을 수 없다.


기증·이식의 익명성과 공정성을 보호하고 금전적 보상이나 사례 요구 등 장기 매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취지다.


유재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인사말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킨 기증인의 깊은 사랑을 기억하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전하는 일에 본부도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전날 별세한 박진탁 목사가 1991년 설립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120만명이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2014년 조례 제정 이후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기리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기념식을 열어왔다.




기념식 참석자들

[촬영 윤민혁]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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