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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생면부지 환자에 신장 기증…34년간 장기기증 운동 이끌어
시신 고려대 의대에 기증해 마지막까지 나눔 실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국내 최초로 타인을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신장을 기증하며 국내 장기기증 운동의 시작을 알린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명예이사장이 8일 노환 등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한국신학대를 졸업해 목사가 된 박 명예이사장은 병원 원목실(병원 내 종교시설)에서 일하던 1968년, 첫 헌혈로 나눔과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이듬해 한국헌혈협회를 창립할 정도로 '살리는 기쁨'에 빠져들었다.
그는 1981년 대한혈액관리협회로부터 최다 헌혈자 표창을 받았다.
이후 1984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박 목사는 그곳에서 뇌사 상태에 빠진 교민 가족이 장기기증을 결정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장기기증 운동을 결심했다.
그는 1990년 귀국해 이듬해 1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설립하고, 곧장 생면부지 신장병 투병 환자에게 자신의 신장 하나를 기증했다.
국내 최초의 생존 시 순수 신장 기증이었다.
그리고 그해 23명이 그의 뒤를 따라 신장을 기증했다.
최다 헌혈과 신장 기증으로 국민포장까지 수상한 그는 장기기증 운동을 이어 나갔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99년 본인부담금이 없는 사랑의 인공신장실을 개원했고, 2000년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정에도 힘을 보탰다.
2007년에는 제주에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부전 환자들에게 여행과 숙식, 운동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주는 '라파의 집'을 열었다.
2021년 본부에 유산 1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정하며 자신의 사후에도 장기기증 운동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34년간 장기기증 운동을 이끈 박 명예이사장은 지난해 유재수 현 이사장에게 직을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박 명예이사장의 장기기증 운동은 많은 사람을 장기 기증의 길로 이끌었다.
지금까지 약 120만명이 본부에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명예이사장의 장례식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법인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발인은 10일 오전 11시다.
시신은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된다.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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