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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부패방지 연구용역에 1억원 써놓고…비위 터지면 '특별경보'뿐

입력 2026-09-06 0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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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경찰서 특정한 연구도 의뢰했지만…현장 변화 미미


개인 일탈론이 구조 개선 막아…"빅데이터 기반 정교한 분석 시도해야"




"경찰이 부족했습니다"…새 경찰지휘부 '대국민 반성문'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경찰이 직원 비위 근절을 외치며 최근 7년간 1억원이 넘는 혈세를 들여 여러 차례 외부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작 연구 결과물은 현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비위가 터질 때마다 개인 일탈에 무게를 둔 '땜빵식 특별경보'를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비위 진단 연구' 무색…5년전 4천만원 들여 '성인실종' 연구도


6일 연합뉴스가 정부 정책연구 관리시스템 '프리즘'에 공개된 연구 용역 발주 내역을 분석한 결과 경찰청은 2019년부터 각 수천만원씩 예산을 들여 직원 비위 문제를 다룬 외부 연구 보고서를 최소 세 차례 제출받았다.


최근 사례로는 2024년 4월 발주한 '경찰 비위 예방을 위한 진단 모델 마련' 연구용역이 있다. 경찰청 감사담당관실이 한국행정학회에 5천249만원을 지출했다.


해당 연구는 각종 징계 사례를 토대로 음주운전·성 비위 등 비위가 생기는 요인을 분석해 '비위 위험도'라는 새 지표를 전국 관서별로 산출하자고 제언했다.


엄벌과 같은 사후적 대처 외에 전국 경찰관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당시에는 검찰이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A 경감의 뇌물수수 정황을 포착해 체포·구속하는 등 비위 문제가 불거진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서울청 기동순찰대 소속 B 경위도 강북구 미아동에 술에 취해 노상 방뇨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붙잡혔다.


이에 당시 전국 경찰조직의 수장이었던 윤희근 경찰청장은 '의무위반 근절 특별경보'까지 발령해 비위 단속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감사담당관실은 그해 11월 연구 결과 확인서를 통해 "(연구가 제안한) 비위 진단 모델을 활용해 일선 관서 컨설팅과 비위 예방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5천만원짜리 연구 보고서가 무색하게, 경찰청은 약 2년 만인 지난달 28일 공직기강 특별경보를 발령하는 모습을 되풀이했다.


이번에는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과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수사정보 유출 등 경찰관들의 직무 관련 비위가 전국에서 잇따른 데 따른 조치였다.


한편으로 경찰청 생활안전국은 2021년 아주대에 '실효적인 실종성인 수색수사를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해 4천150만원을 쓰기도 했다.


성인 실종 사건을 단순 가출과 '고위험 실종'으로 구분하자는 제언을 담은 연구로, 경찰은 5년여가 흐른 지난 4일에야 제주 실종사건 후속 대책으로 성인 실종자 위치정보 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경찰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 7년 전엔 '강남경찰서 비리' 수술대에…비위는 여전


경찰은 2021년에도 유사한 취지로 '경찰 청렴도 측정설계에 관한 연구'를 배재대에 맡기고 예산 3천800만원을 집행했다.


당시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권한이 커지자 2021년을 '국민체감 경찰개혁' 원년으로 지정하고 반부패 정책을 추진했다. 해당 용역도 그 일환이었다.


2019년에는 아예 강남경찰서를 특정한 연구 용역도 발주했다.


'강남경찰서 조직문화 진단 및 올바른 직무수행 문화 연구' 용역으로 한국표준협회에 맡겼다. 이 용역에도 1천996만원이 들었다.


강남서는 그해 이른바 '버닝썬' 논란 이후 경찰청이 내놓은 유착 비리 근절 대책에 따라 '특별 인수 관리 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청탁 시도가 적잖은 강남 일대 특성과 강남서 특유의 조직 문화를 정밀 분석해 비위가 반복되는 구조를 개선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연구진은 강남서 소속 87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그 결과 직원들 사이에선 반복되는 비리가 강남서만의 특유 문화와 무관한 경찰관 '개인 일탈'의 결과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로부터 7년이 지났으나 올해 초 강남서 비위 논란은 이어졌다.


방송인 양정원씨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지는 등 재차 비위 논란에 휩싸여 지난 5월 강남서 수사·형사 책임자들이 전격 교체됐다.


양씨 배우자에게서 금품을 받고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 된 송모 경감은 강남서 수사팀장으로 재직하며 4명으로부터 총 5건의 사건 무마 등 청탁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무마 의혹' 현직 경찰, 영장실질심사 출석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금품을 받고 재력가의 아내인 유명 인플루언서의 사기 사건을 덮은 혐의를 받는 송모 경감이 22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4.22 jieunlee@yna.co.kr


◇ "14만명 통제 불가능" 회의론 틈타 개인 비위 확산


경찰 내부에서는 14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의 특성상 개인의 일탈이나 윤리 의식 부재까지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강남서 송 경감도 1999년 경찰에 들어와 비교적 최근인 2023년 2월께 강남서로 발령 났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의 수사 비리 정황이 드러난 건 그해 7월께로, 사실상 강남서 전입 직후다.


이를 근거로 강남서 내부에서는 해당 비위 사건이 관서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개인 일탈에 가깝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위를 '개인 탓'으로 돌리며 연구 결과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는 조직 문화가 되레 개인 일탈 가능성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패방지 분야 전문가로, 2024년 경찰 비위 예방 모델 연구용역을 맡았던 민경선 전북대 교수는 "경찰 수가 워낙 많아 사건·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권한이 있고, 권한 행사가 은밀한 데다 그에 타인이 접근하기 어려워 부패가 발생하기 유리한 환경"이라며 "권한에 대한 감시·감독이 약하다면 악용하려는 구성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는 '비위 발각 시 엄벌' 등 사후적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 처벌만 강해서는 안 되고, 적발 확률도 높아야 한다. 두 조건이 다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 전과 달리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시스템 마련의 토대가 갖춰졌다는 점도 짚었다.


민 교수는 "이제는 빅데이터 분석이 되는 시대"라며 "전국의 경찰서별 비위 사건 건수와 유형 등을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는 만큼 교육·사전 예방·사후 처벌의 세 갈래 대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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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6 08: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