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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흙더미 또 덮칠라"…'4년째 땜질 논란' 과천 수해 현장 가보니

입력 2026-09-03 10:3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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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아버린 흙마대·토사 쌓인 수로…주민들, 폭우·산사태 피해 반복 우려


전문가 "4년간 무탈했다고 안전한 건 아냐"…과천시 "배수 문제없지만 지속 점검"




2022년 11월 임시 복구 직후 수로(왼쪽)와 2026년 9월 현재 방치된 모습.

[독자 제공 및 촬영 서효주]


(서울=연합뉴스) 서효주 인턴기자 = 지난 1일 오전 찾은 경기 과천시 뒷골마을.


지하철 4호선 선바위역에서 우면산 기슭을 따라 20분 남짓 걸어 올라가자 농지와 비닐하우스, 주택이 한데 뒤섞인 외진 마을이 나타났다.


이곳은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큰 수해를 입었으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온전한 복구를 요구하는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빗물과 토사가 언제 다시 덮칠지 모른다는 현장의 실태를 취재진이 들여다봤다.


◇ 잡풀 뒤엉킨 배수로에 부스러진 포대…4년째 멈춰 선 복구 시계


주민 성모(66) 씨 안내를 받아 우면산 자락으로 2분가량 걸어 올라가자 농로와 구거(도랑)가 나타났다.


성인 한 명이 겨우 디딜 만한 좁은 도랑길과 위태로운 철제 다리를 건너자 무성한 잡목과 풀숲이 앞을 가로막았다. 허리까지 자란 수풀을 헤치며 새벽부터 내리는 비로 미끄러워진 산길을 7분여 더 오르자, 찢긴 마대 자루가 널브러진 임시 복구 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임시 수해 복구 구거와 민가, 농경지가 인접한 경기 과천시 일대 지도

[구글 어스 지도 캡처본]


과천시가 2022년 11월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설치한 흙마대 제방이었지만, 수해를 막아낸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흙과 돌이 수로로 쏟아지는 것을 막으려 쌓아 올렸던 포대들은 4년 세월 동안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삭아 껍데기만 너덜거렸다. 터져 버린 자루 틈새로는 빗물에 쓸려 내려온 토사가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바로 아래 수로 입구는 흙더미와 바위에 절반가량 파묻혀 있었다. 폭우라도 쏟아지면 빗물과 토사가 언제든 둑을 넘어 하류 민가를 덮칠 듯 위태로워 보였다.


주민들은 온전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답답함과 수해 재발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임시 복구 현장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57) 씨는 "2022년 8월 폭우 때 쏟아져 내린 토사로 농가와 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또다시 큰비가 내려 계곡물이 넘치면 농경지는 물론 주민들까지 다칠까 봐 몹시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2022년 11월 임시 복구가 이뤄진 경기 과천시 과천동 배수로

[촬영 서효주]


이 지역에 20년 넘게 거주한 한모(80)씨도 "제대로 된 복구를 위해 넣은 민원이 100여건은 넘었다"며 "주민들 모두 몇 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안전 문제에 다들 지쳤다"고 말했다.


현장을 안내한 성 씨는 "엄청난 폭우로 큰 인명 사고라도 나지 않는 한 복구가 계속 방치될 것 같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결국 또 누가 죽어 나가야 문제를 해결해 줄 거냐'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불안감이 유독 큰 이유는 과거의 비극 때문이다. 이곳은 2011년 7월 우면산 일대를 덮친 기록적인 집중호우 당시 불어난 흙탕물과 토사가 쏟아져 주민 1명이 숨지는 등 인명 피해를 겪었던 지역이다.


◇ "극한 호우 오면 무용지물"…시 "배수 문제없지만 추가 보수공사 검토"


방재 전문가들은 단순히 현재 물이 잘 빠지고 지난 4년간 피해가 없었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2022년 8월 폭우로 인한 피해 현장 사진

[독자 제공]


전계원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흙 마대 조치는 매우 초기 응급 복구에 불과한데, 그 마대마저 유실됐다면 사실상 응급 복구 기능을 못 하는 상태"라며 "지난 4년간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 아니라 2022년 수준의 극한 호우가 아직 다시 내리지 않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지자체는 '지금 물이 잘 빠진다'며 넘길 게 아니라 기후 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상황을 반영해 우기 전 배수로 확보를 위한 퇴적물과 수풀 제거 등 최소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최근 네팔을 덮친 대홍수도 산 위쪽 토사가 계곡부를 따라 쏟아져 내린 사례라며 "산지에서는 폭우 시 흙과 나무뿌리 등 토석류가 함께 쏟아져 배수로를 틀어막아 넘치기 때문에 물길 확보 여부만 보고 안전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공사가 어렵다면 배수로 위 계곡 상부에 그물망(링네트)을 설치해 토석류를 막아줄 수 있는 선제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과천시는 이미 응급 복구와 지속적인 점검을 마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확인 후 추가 보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천시 관계자는 "2022년 수해 직후 인력을 투입해 흙 마대 등으로 긴급 복구를 마쳤고, 이후 지속되는 민원으로 매년 현장을 점검했지만 물 흐름 및 배수에 문제가 없었다"며 "현재 수로의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인 만큼 대규모 추가 복구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장을 재확인한 뒤 필요시 내부 협의를 거쳐 인력이 투입된 보수 공사를 검토하겠다"며 "장마철 등 기상 상황을 고려해 주기적인 점검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11월 임시 복구가 이뤄진 경기 과천시 과천동 배수로 [http://yna.kr/AKR20260901158500505]

seohyo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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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3 12: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