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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독단행위' 주장 배척…판결문에 지시·승인 내용 적시
"매일 조회 형태로 보고"…대선 앞두고 尹 지지의사 표명 인정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혐의로 기소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법원은 이날 한 총재의 선고공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2026.8.31 [공동취재]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법원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정교유착' 혐의를 유죄로 본 데엔 "모든 일은 총재에게 보고됐다"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선고된 이 사건 판결문에 한 총재가 윤 전 본부장이나 교단 차원의 위법행위를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사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모든 범행은 윤 전 본부장의 독단으로 이뤄졌다는 한 총재 측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윤 전 본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교단 지원을 청탁하며 권성동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행위가 대표적이다.
재판부는 "평소 윤 전 본부장은 교구장 등의 서신보고와 특별보고 사항을 정리해 거의 매일 오전 7시 또는 8시경부터 1∼2시간가량 조회 형태로 전 총재 비서실장 정모 씨가 배석한 상태에서 한 총재에게 보고했다"고 짚었다.
이어 "2022년 1월 5일 조회에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당일 권성동(국민의힘 전 의원)과 점심 식사 일정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당시 배석해 있던 정씨에게 내실 금고에서 현금 1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윤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본부장은 이 돈을 당일 권 전 의원에게 실제로 전달했고 이에 따라 권 전 의원이 그해 2월 한 총재를 예방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겼다.
2022년 3월 통일교 산하 5개 지구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등에게 '쪼개기' 후원한 사정도 한 총재가 사전에 보고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한 총재가 대선을 일주일 앞둔 그해 3월 2일 교단 지구회장과 기관장 등 120명가량이 참석한 특별집회를 열어 "이 정부(당시 문재인 정부)는 많이 부족해", "이제 더 늦으면 안 돼. 5년을 더 하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등 발언을 했다고 짚었다.
이는 곧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집회 참석자들도 한 총재의 발언을 윤 당시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으로 이해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별집회 이후 윤 전 본부장 등은 후속 회의를 했고, 대선을 5일 앞둔 시점에서 이례적으로 선교지원비 품의서 기안, 결재, 자금 집행이 하루 만에 이뤄졌다"며 "윤 전 본부장은 특별집회 이후 기관장들과 대선 이슈에 관해 협의하고 그 무렵 정씨를 통해 한 전 총재에게 보고한 다음 긴급하게 통일교 자금을 산하 5개 지구에 지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공동취재] 2025.9.22 [촬영 김주형] 2025.7.30
윤 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각 지구 회장들이 한 총재에게 올린 서신보고에 "대선을 며칠 앞에 놓고 긴급하게 내리신 하늘의 명령을 활동 전선까지 하달해 신속하게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참어머님(한 총재 지칭)의 뜻을 받들어 전략적으로 지구본부와 현장교회에서 어떻게 활동해야 할지 명확히 제시해 줬기에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등 내용이 담긴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윤 전 본부장이 교단 지원 청탁과 함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한 행위 뒤에도 한 총재 보고와 승인이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총재는 관행적으로 국내외 정상 등 주요 인사를 만날 경우 고가의 선물을 전달했다"며 "그의 지시에 따라 윤 전 본부장이 배우자 이모 씨(전 통일교 재정국장) 등에게 선물 구입을 지시하면, 이씨 등은 개인 신용카드로 적절한 선물을 구입해 윤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고, 구매 대금을 사후 통일교 자금으로 보전받았다"고 설명했다.
한 총재 측은 "윤 전 본부장이 선집행 후보고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한 전 총리의 의사와 무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 총재가 일반론적인 지시를 하면 윤 전 본부장 등이 구체적인 기획 업무를 했다", "윤 전 본부장이 먼저 기획해서 한 총재에게 보고하고 득(승인)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였다"는 교인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의 지시·승인에 따라 구체적인 주요 인사 접촉을 기획해 추진하거나, 섭외·만남이 어느 정도 성사되면 한 총재에게 보고해 섭외비 지급 또는 청탁 내용의 승인을 받아 진행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날 한 총재의 핵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윤 전 본부장에겐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그는 김 여사와 권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앞서 따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을 확정받은 상태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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