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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범의 AI 혁신 스토리] AI 교육, 쓰기보다 검증부터 배워야

입력 2026-09-02 10: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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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로 찾아온 AI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10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용계초등학교에서 열린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DT) 공개수업에서 초등생들이 AI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2025.4.10
psik@yna.co.kr
(끝)


아이들에게 인공지능(AI)을 언제부터 사용하게 해야 할까.



초등학생이 독후감을 생성형 AI에게 쓰게 하는 것은 괜찮은가. 중학생이 수학 문제의 풀이를 AI에게 먼저 묻는 것은 어떤가. 고등학생이 AI와 함께 탐구보고서를 작성한다면 그것은 부정행위일까, 미래 사회에 필요한 능력을 연습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부는 올해 초·중등학교의 AI 교육을 체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전국 1천141개교를 'AI 중점학교'로 선정했다. 또 초등학교 35곳, 중학교 32곳, 고등학교 47곳, 특수학교 4곳 등 118개교에는 'AI 융합형 교육실'을 마련해 과학·수학·정보를 비롯한 여러 분야를 연결한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확대하고 있다. AI를 학교에서 가르칠 것인가를 놓고 논의하던 단계를 지나, 이제는 어떤 방식과 순서로 가르칠 것인지를 정해야 할 시점에 들어선 셈이다.


이 질문들에 하나의 답을 적용할 수는 없다.


앞선 칼럼에서 필자는 AI 시대의 학습을 세 가지로 나눠볼 것을 제안했다. AI 없이 스스로 해야 하는 학습, AI를 보조도구로 활용하는 학습, AI와 협업하는 것 자체를 배우는 학습이다. 이번에는 그 원칙을 초·중·고 교육에 내려놓고 생각해보려 한다.


핵심은 무엇을 가르치느냐만이 아니다. 언제부터 가르치느냐도 중요하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인간이 먼저 익혀야 할 능력이 있다. 기초를 충분히 쌓은 뒤 AI를 보조도구로 활용해야 하는 학습이 있고, 또 어떤 단계에서는 일정한 지식과 판단력을 바탕으로 AI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경험도 필요하다.


이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논의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1월 발표한 '디지털 교육 전망 2026'(Digital Education Outlook 2026)에서 범용 생성형 AI를 사용해 과제를 더 잘 수행하는 것과 실제로 학습이 일어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이 AI를 이용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도 AI를 사용할 수 없는 시험에서는 그 우위가 사라지거나 오히려 뒤집힌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교육적 목적 없이 인지적 과정을 AI에 넘기면 산출물의 질은 높아져도 장기적인 학습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명확한 교육적 목적 아래 설계된 AI 활용에서는 비판적 사고와 논증, 협업 능력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시했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질문은 'AI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이 학습에서 학생의 머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어느 시점부터 AI의 도움을 받을 것인가'에 가까워야 한다.


◇ 초등학교,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생각의 기초'


그렇다면 초등학교에서는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


필자는 이 시기에는 무엇보다 'AI에게 맡기기 전에 인간의 머릿속에 만들어야 할 것'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읽고 이해하는 능력, 자기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 수와 양의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 기억하고 연결하고 질문하는 능력 같은 기초다.


읽기와 쓰기, 기초 수리력은 이후 모든 교과 학습의 기반이다. 아이가 한 문장을 읽고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 머릿속 생각을 적절한 낱말을 찾아 문장으로 옮기는 과정, 숫자 사이의 관계를 스스로 발견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인지적 노력이 들어간다. 바로 이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기 전에 AI가 완성된 답을 제공하면 겉으로 보이는 수행 수준과 실제 학생이 가진 능력 사이에 간격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초등학교에서 AI를 감추자는 뜻은 아니다. AI가 무엇인지, 왜 틀릴 수 있는지, 개인정보를 왜 함부로 입력해서는 안 되는지 같은 기초적인 AI 리터러시는 AI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일찍 시작할 수 있다. 다만 'AI에 대해 배우는 것'과 'AI에게 학습을 대신시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유네스코(UNESCO) 역시 생성형 AI 교육 지침에서 연령에 적합한 접근을 강조했다. 특히 검증되지 않은 생성형 AI 도구를 어린 학생에게 무분별하게 제공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며, 교실에서 학생이 독립적으로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는 기준 연령으로 13세를 제안했다. 이는 전 세계 학교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법적 기준은 아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아동의 발달 단계, AI 출력에 대한 판단 능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국제기구의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아이가 자신의 문장을 만들어보기도 전에 글쓰기를 AI에 맡기고, 스스로 문제를 풀어보기도 전에 풀이부터 받아본다면 편리함과 맞바꾸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교육에는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 필요하다. 스스로 읽고, 고민하고, 틀리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근육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계산을 배우는 학생이 계산기를 평생 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듯, 글쓰기를 배우는 학생에게 생성형 AI를 영원히 금지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먼저 일정한 수준의 기초 능력을 갖추고 나서 도구를 사용해야 그 도구의 결과를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 중학교, 사용하는 법보다 '의심하는 법'


중학교에서는 AI 교육의 초점을 한 단계 옮겨야 한다. 이때부터는 AI를 쓰는 법보다 '의심하고 검증하는 법'을 본격적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


물론 이것을 학교급별 '금지-제한-허용' 표로 만들자는 뜻은 아니다. 같은 나이의 학생이라도 교과와 학습목표에 따라 AI의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학생이 그 과제를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할 기초를 갖췄는지, 그리고 AI 사용이 그 학습목표를 돕는지 여부다.


예컨대 역사 수업에서 특정 사건의 원인을 묻는다면 처음부터 AI에 답을 요구하게 하기보다 학생이 교과서와 자료를 읽고 자신의 설명을 만든 뒤 AI의 답과 비교하게 할 수 있다. 과학에서는 AI가 설명한 현상의 근거를 교과서나 신뢰할 만한 자료에서 다시 찾게 하고, 국어에서는 AI가 쓴 글에서 사실 오류와 논리적 비약, 어색한 표현을 찾아내게 할 수 있다.


먼저 스스로 답한 뒤 AI의 답과 비교하게 하고, 같은 질문에 대한 여러 답의 차이를 살펴보게 할 수 있다. AI가 제시한 사실의 출처를 직접 확인하고 오류나 편향을 찾게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몇 가지 '프롬프트 요령'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답을 얻은 뒤 그 답을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OECD도 생성형 AI가 학습에 도움이 되려면 인간의 독립적 사고와 기초 역량을 보존하면서 교육 목적에 맞춰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용 챗봇에 인지 활동을 넘겨주는 방식과 학습을 위해 설계된 AI 활용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학교 AI 교육의 중심에는 '질문을 잘 쓰는 능력'보다 '답을 믿어도 되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놓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놓고 살펴봤는데 자세히 보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먼저 생각의 재료를 스스로 쌓게 하고, 그다음 그 재료를 바탕으로 AI의 답을 의심하고 검증하는 눈을 기르는 순서다.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보다 AI 없이도 사고할 수 있는 바탕을 갖췄는지, 그리고 AI가 내놓은 결과를 스스로 검증할 힘이 있는지가 더 앞선 질문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순서가 고등학교에 이르면 훨씬 복잡해진다는 데 있다. 대학 입시라는 현실적인 평가 체계와 맞물리는 순간, AI 활용은 더 이상 교실 안의 선택이 아니라 공정성과 평가 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 문제로 번진다. 탐구보고서를 AI와 함께 작성하는 것이 부정행위인지 미래 역량의 훈련인지를 가르는 기준도, 결국 이 지점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고등학교 단계에서 AI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평가와 입시 제도가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이어서 살펴보려 한다.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한국특수정보인증원 최고 AI 책임자(CAIO)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대학교(aSSIST) 객원교수 ▲ AI경영학회 상임이사 겸 학술분과 위원장 ▲ 전 ㈜컴팩 CIO ▲ 전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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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2 11:00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