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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으면" 갑작스러운 죽음에 가족 오열…힌두교 전통따라 운구 즉시 화장
불교 사원에서는 희생자·실종자 기리며 기도…"네팔 전체가 재앙에 충격빠져"
아들 주검 앞 어머니는 끝내 실신…화장 전 마지막 배웅[http://yna.kr/AKR20260901157000004]
(카트만두=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네팔 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1일(현지시간).
수도 카트만두의 파슈파티나트 힌두교 사원 내 화장터에는 홍수로 희생된 아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찾아온 어머니와 가족들이 모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주검 앞에서 연신 "어떻게"를 연발하며 오열하다가 끝내 바닥에 주저앉았다.
라수와 지구 티무레 지역에서 세관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들은 대홍수가 발생한 지난달 26일 연락 두절됐다.
가족은 그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비두르의 트리슐리 군사기지와 카트만두의 병원 등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아들의 사망 사실을 확인한 것은 사흘 전 누와코트 지구의 한 병원에서다. 사망자 명단에서 이름을 찾았다.
희생자의 친척인 엘빗 데브코타씨는 "처음에는 소식이라도 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애가 탔는데, 사망자 명단에서 이름을 본 후에는 동명이인이겠거니, 내 친척이 아닐 거라고 애써 믿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서 신원 확인 절차 등을 거친 뒤 오늘 아침 이곳으로 시신을 운구했다"며 "아직도 사망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대홍수 희생자를 화장터로 운구하는 모습[http://yna.kr/AKR20260901157000004]
힌두교 장례 전통에 따라 희생자의 시신은 운구되자마자 화장에 돌입한다.
힌두교에서는 육체가 영혼이 머무는 일시적인 공간이며, 화장을 통해 육체를 자연으로 돌려보낸다고 믿는다.
이 희생자도 이날 오전 10시께 화장 전 의식을 거쳤다.
가족들은 파슈파티나트 사원 앞을 흐르는 바그마티강의 물로 희생자의 발과 얼굴을 씻겼다.
시바 신의 성지로 여겨지는 파슈파티나트 사원과 성스러운 바그마티강에서 장례 의식을 치르는 것이 고인의 해탈(모크샤·moksha)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흰 천과 주황색 천에 감싼 희생자의 몸 위에는 힌두교에서 신성하게 여겨지는 주황색 금잔화(마리골드)가 한 아름 놓였다.
낮은 소리로 웅웅거리는 뿔 형태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희생자는 화장터로 옮겨졌다.
열댓살로 보이는 앳된 장남은 관을 함께 들어야 한다며 떠미는 친척들의 손길에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희생자의 어머니는 크게 오열하다 기진맥진한 후 실신했다.
가족들이 급히 주는 물을 마시고 정신을 차린 어머니는 손주(희생자의 장남)를 끌어안고 연신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에서 대홍수 희생자를 위해 열린 기도회[http://yna.kr/AKR20260901157000004]
화장터에서 차로 20분 떨어진 스와얌부나트 사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사원에서는 대홍수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스님들 기도가 이어졌다
사원 인근에 있는 티베트 불교 카르마 까규(Karma Kagyu) 계파의 벤첸 푼촉 다르겔링 사원에서 온 200여명의 스님은 2시간가량 불교 경전을 외웠다.
스님들이 경전 읊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사원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관광객들도 경건한 불경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낮췄다.
티베트 불교에서 특정 수행자가 죽은 뒤 현현했다고 여겨지는 툴쿠(tulku)가 가장 앞자리에 앉아 불경을 주도했다.
스님들은 불경을 외우고 티베트 불교에서 지혜를 뜻하는 촛불을 밝히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켑포 포르파 승려 "희생자 명복·실종자 찾기를 기도"[http://yna.kr/AKR20260901157000004]
벤첸 푼촉 다르겔링 사원에서 승려 교육을 담당하는 켐포 포르파(39)씨는 "대홍수 희생자들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고 실종된 사람들을 찾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계속 절에서 기도했는데, 오늘은 큰 사원인 스와얌부나트 사원으로 와서 다 함께 넋을 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르파 씨도 라수와 출신으로 이번 홍수로 남동생 1명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많이 실종됐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기도하면서 슬픈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했다.
닐 라마 "희생자 기리며 기도 바퀴 돌리고 촛불에 불"[http://yna.kr/AKR20260901157000004]
닐 라마(35)씨는 사원 내 기도바퀴를 돌리고 촛불에 불을 붙이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기도바퀴는 만트라가 새겨져 있는 원통형 수행 도구다.
이날 사원 내에서는 많은 사람이 기도바퀴를 돌리고 합장하며 기도를 올렸다.
라마 씨는 "사고 난 사람들을 떠올리며 촛불에 불을 붙여서 이들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수와 출신이라고 밝힌 타시 남길(28) 씨도 "이번 홍수로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며 "부모님은 무사하지만, 부모님의 친척 중에 돌아가신 분도 많다"고 말했다.
스와얌부나트 사원을 찾은 외국인들도 기도하는 장면을 보며 애도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온 투어 가이드 카이오 빌레라(56) 씨는 "네팔 현지 가이드들과도 자주 일하는데, 내가 아는 가이드 4명이 홍수 피해로 실종됐다"며 "네팔 전체가 재앙으로 충격에 빠져 있다"고 했다.
빌레라 씨는 "전역에 추모 분위기가 퍼져 있다"며 "실종된 사람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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