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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차례상 앞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추석 연휴는 민심이 여과 없이 교환되고 새로운 여론과 정치 담론이 형성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추석 밥상머리 민심'은 정치권에서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여진다. 한가위 민심을 여론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평가하기도 한다. 올해 추석 연휴도 불과 몇 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이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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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엔 전통적으로 여권이 더 민감하다. 구조적으로 민중의 불만은 국정 운영과 민생을 책임진 집권 여당과 정부를 향하는 속성이 있어서다. 특히 명절에 대가족이 모이면 거창한 정치 담론보다 장바구니 물가, 부동산, 자영업 경기, 취업과 고용 문제 등 실생활과 직결된 어려움과 불만을 나누게 된다. 만약 실제 힘든 상황에 몰린 가족이 있다면 대체로 책임의 화살을 정부·여당에 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한 명이 "살 집 구하기 힘들다", "장 보기 무섭다" 등 불만을 토로하면 가족 전체가 공감하며 부정적 여론이 증폭될 수도 있다. 게다가 야당은 명절을 앞두고 정부 실정을 하나라도 더 찾아 심판론을 부각하려 애쓴다.
이런 이유로 역대 정권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정국 관리에 더 힘을 쏟았다. 추석 전 여론이 나빠지면 명절 기간을 거치며 더 악화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이번에 정부가 기존 예상보다 더 빠르고 폭이 큰 개각을 단행한 건 과감한 승부수로 읽힌다. 개각은 국정 동력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정치적 악재로 위기에 처했을 때 국면을 전환하고 쇄신 의지를 보여주려 활용하는 대표적 수단이다. 여권은 추석 전 불리하게 흐르는 듯한 민심을 적극적으로 돌려놓고자 개각 카드를 통해 정면 돌파를 택했다는 해석이 많다. 특히 여론 악화를 야기한 경제, 부동산, 국방 관련 장관을 교체하고 경제 정책을 총괄한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난 건 민심을 더 경청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개각은 '양날의 검' 성격도 있다. 시의적절한 인적 순환으로 평가되면 민심을 수습하고 여론을 돌려놓지만, 인사청문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거나 낙마 사례가 나오면 오히려 민심이 들끓고 정국이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이번 개각은 시기적으로 다소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추석을 얼마 안 남긴 정기국회 개회 직전이란 점에서다. 사례가 없진 않지만, 추석 직전에는 여러 정치적 부담 탓에 전통적으로 가급적 개각을 피했다. 혹 떼려다 혹 붙는다는 속담처럼, 만약 장관 후보자 도덕성 논란이 일고 낙마 파동이 생기면, 이는 추석 밥상 화두로 올라갈 위험성이 있다. 또 정기국회 초반부터 인사청문회 정국이 열리면 여야 대치와 정쟁이 격화하고, 그 정치적 부담 역시 여권의 몫이 된다.
이 같은 위험 부담 탓에 역대 정부는 추석 민심을 살펴본 뒤에 이를 참고해 개각을 단행하거나 아예 정기국회 예산안 심의까지 마치고 내각 진용을 새로 짜는 방식을 주로 선호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국면 전환의 절박함과 시급성이 더 크다고 본 듯하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이상 신호가 감지된 상황에서 아무 쇄신 조치가 없으면 추석 밥상 민심을 더 악화할 것이란 판단이 우세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포함한 6곳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밝혔다. 윗줄 왼쪽부터 재정경재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형일 1차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강신철 전 연합사 부사령관. 아랫줄 왼쪽부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국토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홍지선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민주당 이소영 의원. 2026.8.30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 남은 건 국민의 평가다. 아직 정권 초기인 만큼 인적 쇄신이 긍정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고, 새로 수혈된 인물들이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봉사할 수 있길 바란다. 추석 전 리스크를 무릅쓰고 정면 돌파에 나선 여권의 혁신 의지가 빛을 보려면 지명된 장관 후보자들이 능력과 도덕성 면에서 흠결이 없음을 청문 과정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 우려되는 건 벌써 일부 후보자들에 대해 부정적 시선이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바꿨지만, 정부 정책 기조에도 실제로 변화와 쇄신이 뒤따를지 걱정하는 의견도 있다.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한가위 명절이 끝난 뒤에 배달될 성적표를 기다려보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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