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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물량 43% 확대…"내년 50만대 이상 보급 예상"
전력망 확충 앞두고 한전 부담 덜기…'취약층 전기료 할인'도 재정으로

지난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퓨처 모빌리티 위크'에서 관람객들이 EV트렌드코리아 2026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정부가 내년 전기차 43만대에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보다 물량을 40% 이상 늘렸다.
정부는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에 재정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해 대규모로 투자해야 하는 한국전력에 사실상 처음으로 현금 출자에 나선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내년 예산과 기금(기획예산처 소관 미래대응기금 사업 포함) 총지출액을 올해보다 18.3%(3조9천373억원) 증가한 25조7천319억원으로 편성했다고 1일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라고 기후부는 설명했다.
◇ 전기차 보조금 지원 물량 43%↑…단가는 유지·감액

지난 7월 30일 서울 한 전기차 충전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년 전기차 보급 사업 예산으로 2조1천403억원이 책정됐다.
올해(1조6천114억원)에 견줘 32.8% 늘어난 규모다.
1대당 구매 보조금 액수(단가)는 승용차(중·대형)와 승합차는 300만원과 7천만원으로 올해와 같이 유지, 화물차(소형)는 1천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줄였으나 보조금 지원 물량을 43만대로 올해(30만대)보다 43% 늘리면서 예산이 더 편성됐다.
차종별 보조금 지급 물량은 승용차의 경우 36만8천160대로 올해보다 41.6%(10만8천160대), 승합차는 4천500대로 28.6%(1천대), 화물차는 6만1천대로 70.2%(2만5천163대) 늘리기로 했다.
어린이 통합용 승합차는 보조금 지급 물량이 200대로 올해에 견줘 33.3%(100대) 줄 예정이며 이륜차는 2만대가 유지된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새로 등록된 전기차는 23만5천867대로 지난해 연간 신규 등록 대수(22만919대)를 이미 넘어서 연간 등록 대수 기록을 2년 연속 경신하는 것이 확정된 상황이다.
기후부는 올해 총 35만대 안팎 전기차가 새로 등록될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엔 50만대 이상이 신규 등록될 것으로 본다.
중국 비야디(BYD) 등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에서 탈락해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제조사 차량과 가액이 8천500만원을 초과해 보조금이 없는 고가 차량을 포함하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가 50만대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전기차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가 200만원으로 현재보다 100만원 축소될 예정인 것에 맞춰 보조금을 증액했어야 소비자가 받는 실질 혜택이 유지된다는 지적도 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시뮬레이션 결과 (가액이) 5천500만원을 넘는 고가의 차량만 개소세 감면 한도 변동에 영향받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반적으로 많이 구매하는 전기차 가액은 5천만원 안팎"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 지방자치단체도 보조금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지급한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들이 '재정위기'를 선언한 상황이어서 정부가 늘린 물량에 맞춰 지자체들이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기후부는 내연기관 차를 팔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추가로 주는 전환지원금 지급 물량을 택시 등 영업 차량을 포함하면서 18만6천820대로 올해보다 5.3%(9천320대) 늘려 잡았다.
농기계 전동화도 추진하기로 하면서 '무공해 농업기계 생태계 조성 사업'에 10억원을 책정하기도 했다.
◇ 한전에 5천억원 현금 출자…취약계층 요금 할인도 재정으로

한국전력.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후부 내년도 예산안엔 한전에 5천억원을 현금으로 출자하기 위한 예산도 반영됐다.
1989년 한전이 납입자본금 약 3조원으로 상장될 때를 제외하면 정부가 한전에 현금으로 출자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기후부는 밝혔다.
기후부 관계자는 "20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기요금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으면서 한전 누적 적자가 35조원, 이에 따른 이자가 연간 1조원 정도"라며 "연간 이자의 절반 정도를 재정에서 지원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차원에서 출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출자로 한전 자본금이 3조2천억원에서 3조7천억원으로 늘면 한전채 발행 한도도 다소나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는 그간 한전이 비용을 부담해온 취약계층과 학교 동·하계 냉난방 전기요금 할인 등을 재정으로 수행하기로 하고 3천500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했다.
적자 누적 속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방침에 따라 한전의 부담이 커진 것과 무관하게 '복지는 원래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차원에서 과거부터 지속해서 추진한 조처라는 것이 기후부 측 설명이지만, 출자와 마찬가지로 한전의 부담을 더는 조처라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앞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리는 산업용 지역 요금제 공청회에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한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등 정부가 부담해야 했으나 한전이 부담해온 공공적 성격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후부는 비(非)수도권에 변전소를 선제적으로 구축, 이를 활용해 산업을 유치하게 하는 '수요 유치형 변전소 구축 지원'(658억원), '송전단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지원'(5천724억원), 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연계 조건 개선을 위한 지중화(27억원) 등 전력 설비 구축을 위한 예산도 대거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했다.
이 역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위해 전력망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는 한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첨단산업 공업용수 공급과 수자원 시설 확충에는 1천277억원이 편성됐다.
구체적으로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와 충청권 첨단산업 용수 공급을 위해 각각 1천196억원과 81억원이 책정됐다. 정부는 호남권 반도체 산단엔 2032년까지 하루 133만t, 충청권 첨단산업엔 2033년까지 하루 38만t의 물이 공급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국수자원공사에도 2천500억원을 출자, 투자 재원을 보강하기로 했다.
◇ 재생에너지 예산 대폭 늘려…녹조 해결에 6천억원

세종시 중앙공원과 국립세종수목원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기후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과 핵심 기술 개발 예산을 2천967억원과 2천58억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38.5%와 43.2% 늘려 담았다.
가정형 태양광 설치 지원 예산은 750억원으로 올해 추가경정예산보다 2배 늘려 20만가구(서울 5만가구·서울 외 15만가구)에 설치를 지원한다.
히트펌프를 통한 열에너지 전기화 사업은 예산을 859억원으로 올해에 견줘 5.5배 이상 증액해 책정하고 아파트에서도 실증을 추진한다.
기후변화로 심화하는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30억원을 투입해 이동식 해수담수화 시설 2개를 도입한다.
4대강 보 개방에 필요한 취·양수 시설 개선엔 올해보다 67.7% 늘어난 78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가 주도 녹조 집중 관리 대책 사업에 1천48억원 등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은 5천986억원이 편성됐다. 올해와 비교하면 74.7% 많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배상을 위한 정부 출연금은 2천447억원이 책정됐다.
국가도 책임을 인정하고 기업과 함께 배상하는 체계로 전환됨에 따라 과거 '피해 구제' 체계일 때보다 출연금이 대폭 증가했다.
기후부는 에너지·지원사업 특별회계의 에너지 분야 사업을 기후대응기금으로 통합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다른 회계·기금으로 전출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보급과 기술 개발에만 활용하는 등 재원 구조도 조정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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