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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특집] "자네 일하는거 보니 이해력이 부족한데 식구들이 다 그런가?"

입력 2026-08-31 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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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언론사 등 업무강도 높고 위계질서 강한 곳에 갑질 많다"


"수업시간에 어려운 수학문제 풀지 말라는 학부모 갑질도 있어"

"병사 엄마들이 부대 소대장한테 갑질하기도"…[삶] 인터뷰이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갑질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유무형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함부로 대하고 모욕한다. 심지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의 인격도 모독한다.


그 결과 피해자는 우울증을 겪고, 회사를 그만두고, 자살까지 한다.


조직 내에서, 사회적 관계에서, 국가 내에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이런 일이 쉽게 일어난다.


이런 비극적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는 힘의 균형이 유지되도록 관련 시스템을 탄탄하게 갖춰야 한다.


이번 특집 기사는 연합뉴스가 2022년 9월 [삶] 인터뷰를 시작한 이래 갑질에 관해 언급된 내용을 발췌해 별도로 묶은 것이다.




연합뉴스오 인터뷰 중인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연합뉴스 사진]


◇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


-- 갑질이란 무엇인가.


▲ 갑질은 법률적 용어가 아니다. 힘 있는 사람이 그걸 이용해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임금을 주지 않아 생기는 근로기준법 위반, 비정규직 차별 등도 갑질에 해당한다.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 직장 내 괴롭힘은 무엇인가.


▲ 갑질 중 하나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에 있는 조항이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히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직장 내 괴롭힘은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처벌하지는 않는다. 회사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징계하도록 한다.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 직장 내 갑질이 많이 일어나는 곳은 어디인가.


▲ 위계질서가 강하고, 업무강도가 센 곳, 성과를 중시하는 곳에서 갑질이 상대적으로 많다. 병원, 언론사 등이 그런 곳이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 중인 윤지영 대표

고용주들이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갑질하는 경우가 있다고 윤대표는 말했다. [본인 제공]


-- 언론사에 갑질이 많다는 것인가.


▲ 언론사 구성원이 직장갑질 119에 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꽤 있다. 언론사는 노동강도가 강하고 선배가 후배를 교육하는 도제 문화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방송사에는 특수고용 문제까지 있다. 회사 측이나 PD가 특수고용직인 프리랜서 등을 괴롭히거나 성희롱하기도 한다.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에 규정돼 있고, 직장 내 괴롭힘도 근로기준법에 있는데, 이들 법의 적용 대상자는 근로자들이다. 프리랜서는 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 고용 형태여서 이런 법의 보호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프리랜서는 10년, 20년을 근무해도 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제도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


-- 성희롱에 대한 상담 요청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 여성의 외모에 대해 품평하는 경우가 있다. "너 왜 이렇게 뚱뚱하냐?", "살 좀 빼라", "쭉쭉빵빵하다" 등이 그런 내용이다. 상사가 여직원에게 "치마 좀 입고 다니면 안 되느냐"고 하는 것도 성희롱이다. 회식 자리에 가면 회사 대표 양옆에 여직원을 앉히고는 술을 따르게 하는 상사도 있다. 그러면서 "여자가 술을 따라야 제맛이 난다"고 한다. 내가 사법연수원에 다녔던 시절에도 교수 옆에는 여성 원생을 앉히는 일이 많았다. 남성 연수생들이 그렇게 자리를 배정한 것인데, 이것도 성희롱이다.


-- 과거에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 춤을 요구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하던데.


▲ 그날은 내가 직장갑질119 단톡방 상담 당번이었다. 공개 채팅방에 한 간호사가 들어와서는 하소연했다. 병원 측이 개원 기념일에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시킨다는 것이었다. 짧은 치마를 입도록 하고, 춤도 야하게 추도록 한다고 했다. 그 간호사는 매년 그렇게 관행적으로 해왔는데, 환자를 돌보는 일에 충실해지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에 이 사안은 사회 이슈가 됐고, 그것은 그 병원에 노조가 생기는 계기가 됐다.




2016년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설립 당시의 김도연 소장

[본인 제공]


◇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소장


--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직원을 질책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은.


▲ 실제로 상담한 사례가 있다. 한 중견기업의 팀장은 부하직원의 기획안을 보고 회의실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걸 기획안이라고 가져온 건가? 논리도 없고 구조도 빈약하네. 자네는 매번 이런 식이야"라고 했다. 팀장은 '매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부하직원의 과거 노력까지 부정했다. 동료들 앞에서 부하직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는 것은 올바른 리더십이 아니다.


-- 부하직원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 비난하는 말과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해결 중심의 제안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더욱 잘 해내기 위해 내가 발견한 몇 가지 보완점을 공유하고 싶은데 어떨까?"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지적할 때 중요한 것은 현상과 팩트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사가 회의 자리에서 "보고서 3페이지에 수치 오류가 있어요. 데이터 확인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에 대한 지적이다. 반면에 "왜 이렇게 덤벙대냐?", "정신상태가 문제다", "초등학생도 너보다는 잘하겠다"는 발언은 팩트가 아닌 모욕이다.




"부하직원 질책할 때 인격 모독 없어야"

[출처 Pixabay Mohamed Hassan)


-- 부하직원의 가족을 비하하는 상사들도 있다고 하던데.


▲ 회사의 한 사원이 상사 때문에 우울증을 겪다가 우리 상담실을 찾아왔다. 그는 상사의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상사는 "자네는 말수도 없고 이해력도 부족한데, 식구들이 다 그러냐?"고 했다. 그는 직장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결국 퇴사했다.


-- 상사가 질책할 때 과거보다는 미래 지향적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 "왜 그랬어?"라는 과거형 질문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떤 보완이 필요할까?"라고 말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에는 "자네가 잘 해결할 것으로 믿어"라는 말로 신뢰를 확인해주는 게 좋다.


-- 공식적 회의 자리에서 부하직원을 비판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고 했는데.


▲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면 공개적 자리가 아닌 1대1 면담을 통해 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른 동료들 앞에서 대안 없는 지적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주는 행위일 뿐이다. 공식적 회의 자리에서 피드백해야 한다면 먼저 부하직원의 수고와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다음에 개선점을 언급해야 한다. 부정적 평가가 앞서면 심리적 저항이 즉각적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신현우 기자 촬영]


◇ 전인범 전(前) 특전사령관


-- 요즘에는 군 간부들이 리더십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는데.


▲ 병사 엄마들이 투서하는 일이 있다. 주로 헬리콥터 맘(MOM)이 그런 투서를 하는 듯하다. 훈련이 너무 세다고 하고, 자기 아들이 왕따당하고 있다고 한다. 소대장과 중대장은 1∼2번 정도의 부당한 투서는 무시한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투서에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소대장, 중대장이 병사 엄마들과 단톡방을 만든다. 그 결과, 이들 장교는 단톡방의 '노예'가 된다. 초중고 선생님들은 군 간부들의 이런 고통에 공감할 것이다.


-- 그 단톡방의 원래 목적은 무엇인가.


▲ 병사 부모의 걱정을 덜어준다는 것이 취지였다. 그런데 이 단톡방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부모들이 훈련 등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들이 회식 때 먹은 삼겹살에 비계가 많다는 이야기도 한다.


-- 아들이 걱정돼서 부대 앞에서 전세살이하는 엄마도 있다고 하던데.


▲ 이런 엄마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한다. 자기 자식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 군대에서 왜 이런 일이 생길까.


▲ 근래에 교사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이다. 그 이후 학교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한다. 군대에서도 중사, 소위, 중위 등 초급 간부들이 극단적 선택을 많이 한다. 이들 초급 간부의 비극적 선택이 병사들보다 많다는 것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군대의 이런 비극은 학교에 비해 훨씬 이전에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 병사들 엄마 때문에 초급 간부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것인가.


▲ 이들 초급간부는 정말로 고생을 많이 한다. 그런데도 병사들 엄마가 괴롭히고, 상관과 부하들이 힘들게 하고, 동료들도 이해해주지 않으니 그런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이런 군대 내의 문제는 사회문제가 들어온 것으로, 사회 현상들이 군대에 투영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윤미숙 전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 윤미숙 전 교사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


-- 선생님들이 학부모로부터 모욕과 협박을 당하는 일이 많나.


▲ 교사노조의 실태 조사 결과,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다. 어떤 학부모는 교사에게 부모님과 함께 자기 앞에 와서 무릎 꿇고 빌라고 했다. 자기가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일이 커지니 이렇게 사죄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자고 했다.


-- 왜 교사의 부모에게 고통을 주나.


▲ 부모가 자식을 잘못 키웠으니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교사들이 학부모들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못 하는 일도 있다고 하던데.


▲ 어떤 담임 선생님은 초등학교 5학년 반 아이들에게 좀 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다. 수학 교과서 익힘 문제는 너무 쉬워서 심화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고는 그다음 날에 선생님이 직접 문제를 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랬더니 학부모의 민원이 제기됐다.


-- 민원 내용이 무엇인가.


▲ 왜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라고 해서 자기 아이가 열등감을 느끼도록 하느냐는 것이었다.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쉬운 수준만 다루라는 것이었다. 이런 민원이 들어오면 선생님의 의욕은 꺾인다. 그다음부터는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아주 쉬운 문제만 다루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부모가 다른 꼬투리를 잡아서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구 차량 잡고 못 보내는 어머니와 아버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용산초 심미영(가명) 선생님의 운구 차량이 2023년 9월9일 오전 학교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하자 고인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운구 차량에 기대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 수업 방해의 다른 사례가 있다면.


▲ 어떤 학부모는 답안지의 틀린 것에 빗금 치지 말라고 요구한다. 아이가 상처받기 때문에 빗금은 안된다는 것이다.


-- 그럼 틀린 것은 어떻게 표시해줘야 하나.


▲ 세모로 할 수 있는데, 그것은 절반은 맞았다는 의미여서 적절하지 않다. 별표나 다른 표시를 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 받아쓰기를 하지 말라는 학부모도 있다고 하던데.


▲ 요즘에는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초등학교 4학년이 돼도 받아쓰기를 잘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상대로 받아쓰기를 하게 되는데, 일부 학부모는 그걸 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 아이가 잘 못해서 상처받는다는 게 이유다.


- 또다른 갑질과 악성 민원이 있다면.


▲ "칼 맞고 싶냐?", "골프채로 머리 때릴까?", "교사 주제에 어디서 말대답이야", "아이한테 지장이 있으니 선생님은 임신과 결혼 미뤄주세요", "선생님 처녀죠? 애 낳아보면 알 거예요", "선생님 수능 몇등급이었어요?", "우리 아이 학교에서 늦게 오면 학원 지각해요, 청소시키지 마세요", "하루에 한 번씩 우리 아이 칭찬해주세요", "선생님 모친상 장례가 3일인데 왜 5일이나 자리를 비워요?", "아이가 등교할 때 교실 현관으로 마중 나와서 반갑게 맞아 주세요", "아이가 배 아프다고 하니 급식실에 이야기해서 죽 좀 끓여주세요" 등이 있다. 이외에도 많다.


-- 학부모들은 왜 그런 비정상적 요구를 한다고 생각하나,


▲ 사회 곳곳에 이기주의가 만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내 아이만 소중하고, 내 아이 위주로 세상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keun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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