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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습지 대신 동네 공원으로…대학·직장가로 번진 '새 보기' 열풍
일상서 새로운 매력 발견…사진·앱으로 기록하며 '종추' 성취감도

[삼육대 탐조 동아리 '호버링'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풍기 인턴기자 = "새가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대리만족이 돼요."
탐조(探鳥·새 관찰)를 취미로 즐기는 대학생 김민성(21) 씨의 말이다.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탐조가 새로운 취미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고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먼 갯벌이나 습지의 철새 도래지를 찾는 '중장년층 취미'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요즘 젊은 층은 동네 공원 산책길의 가벼운 관찰부터 테마 여행 형태의 본격 탐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 속에 새를 끌어들이고 있다.
◇ 대학·회사서 탐조 동아리…"일상에서도 소소한 재미"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대학가에는 탐조를 함께 즐기는 동아리가 속속 자리 잡고 있다. 야생조류연구회나 탐조·생태 동아리 등 이름으로 학생들이 모여 새를 찾아다니며 관찰 기록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삼육대 탐조 동아리 '호버링' 제공]
삼육대 탐조 동아리 '호버링'의 경우 2023년 3월 출범해 7학기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회원은 58명으로, 자연과 생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주축을 이룬다.
호버링 회장 전지성(23) 씨는 "자연이나 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통 활동에 많이 나온다"며 "익숙한 새들도 주의 깊게 보면 평소에는 몰랐던 행동을 발견할 수 있어 재미있다"고 말했다.
호버링 회원들은 불암산과 올림픽공원, 어린이대공원 등을 찾아 정기 탐조 활동을 펼친다. 임원진이나 경험이 많은 회원을 중심으로 새를 찾아 관찰하거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서로 정보를 나누는 구조다.
탐조 열풍은 캠퍼스를 넘어 직장가로도 번지고 있다.

[조류 도감·탐조일지 기록 앱 '새록' 캡처]
사내 탐조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직장인 김현아(31) 씨는 "입사 후 동료들의 소개로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새소리를 듣고 작은 움직임을 좇아 새를 찾아내는 과정이 마치 틀린 그림 찾기 같아 재미있다"며 "탐조를 시작한 뒤에는 길을 걸을 때도 자연스럽게 하늘과 나무를 올려다보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활동하는 사내 동아리는 약 2년 전 만들어져 현재 7명이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인근 심학산 등을 찾으며, 올해 초여름에는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평화누리공원 캠핑장에서 숙박 탐조를 하기도 했다.
◇ "오늘은 어떤 새 만날까"…도감 채우듯 쌓이는 기록
젊은 탐조인들이 꼽는 또 다른 매력은 '발견'과 '기록'이다.
같은 공원을 걷더라도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마주치는 새가 달라진다. 눈에 익은 참새나 까치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김새와 행동이 제각각이고, 이름도 모르는 희귀한 새를 우연히 마주하는 날도 있다. 탐조인들은 자신이 처음 관찰한 종을 목록에 새롭게 추가하는 과정을 도감 채우기에 빗대 '종추'(종 추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학원생 오지성(30) 씨는 "처음 보는 새를 발견하면 사진으로 남겨 소셜미디어(SNS)나 생물 관찰 커뮤니티에 공유한다"며 "이전에 봤던 새의 이름을 기억해내는 과정이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재미있다"고 전했다.

[당근·카카오톡 오픈채팅 캡처]
직장인 유하연(25) 씨는 "집 앞 하천을 산책하다 새에 관심이 생겼는데, 요즘은 블로그에 어디서 어떤 새를 봤는지 하나씩 기록하고 있다"며 "기록이 쌓이다 보니 새로운 새를 발견하는 재미도 커지고, 여행을 갈 때도 어떤 새를 볼 수 있을지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기술 발전이 탐조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 사진이나 울음소리를 기반으로 조류를 식별해 주는 앱을 활용하면 전문 지식이 없는 초보자도 자신이 본 새의 종류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관찰한 새의 사진과 날짜, 장소를 앱에 기록하거나 SNS에 '탐조 일지'를 공유하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조류 도감·탐조일지 앱인 '새록'에서는 직접 찍은 조류 사진을 도감에 등록할 수 있고, 이름 모를 새를 올리면 다른 탐조인들이 댓글과 투표를 통해 새의 종류를 함께 찾아준다.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온라인에서도 탐조 관련 콘텐츠와 모임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인스타그램 내 '탐조' 해시태그 게시물은 14만 건에 달하고, 당근·카카오톡 등 지역 생활 커뮤니티나 오픈 채팅에서도 함께 탐조할 사람을 찾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장마가 일시 소강상태를 보인 19일 서울 용산구 한국숲정원 일대에서 어린이가 탐조 활동을 하고 있다. 2026.7.19 pdj6635@yna.co.kr
pun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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