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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수색·합동심의 절차 작동 안 해…실종팀 1인당 연간 167.8건 담당
경찰 드론 149대, 일선서 상시 운용 한계…인력 조정·AI 추적기술 도입 추진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경찰이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2026.8.24 jiho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정윤주 기자 = 경찰의 '실종사건 대응 매뉴얼'에는 실종자 이동 경로를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최종 행적지 주변 인적 드문 곳까지 초기 단계부터 치밀하게 수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전국 실종 전담팀 4곳 중 3곳은 야간근무조가 경찰관 한 명으로 구성돼 매뉴얼대로 수색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이다.
전국 148개 경찰 실종 전담팀 가운데 111곳(75.0%)은 야간에 경찰관 한 명만 근무한다.
경찰은 제주 실종 사건을 계기로 인력 부족과 허술한 관리체계를 문제점으로 지목하고 야간·휴일 2명 이상 근무 체계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종자 추적 시스템 도입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27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경찰의 '실종사건 업무처리 매뉴얼'을 보면 경찰은 실종자를 단순 가출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처음부터 강력범죄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과 수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폐쇄회로(CC)TV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실종자의 이동 경로를 예단하지 않은 채 최종 행적·목격지 주변의 창고와 공가·폐가 등 인적이 드문 곳까지 초기 단계부터 치밀하게 수색하도록 했다.
최종 목격지 주변을 시작으로 이동 경로와 예상 배회처까지 순차적으로 수색 범위를 넓히고 필요하면 인접 경찰서에 공조를 요청하거나 헬기·수색견 등 장비 지원도 요청해야 한다.
신고 접수 후 12시간 이내에 실종자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형사과장이나 야간 상황관리관 주관으로 합동심의를 열어 범죄 관련성과 수사 방향을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장소와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화나 단체 대화방 등을 활용해서라도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
사건을 마무리할 때는 경찰관이 실종자를 직접 만나 안전을 확인한 뒤 종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면을 거부하면 영상통화나 가족·보호시설과의 연락 등 신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안전 여부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는 대면 여부와 확인 결과를 상세히 입력하고 과장과 팀장이 종결 사유를 검토·결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제주 장미란씨 실종 사건에서는 이런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담당 경찰인 A 경장은 장씨의 안전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 목록에서 장씨 자료를 삭제했다.
A 경장이 사건을 '셀프 종결'하면서 매뉴얼상 수색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신고 후 12시간 이내 소재 미확인 시 열도록 한 합동심의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맨 오른쪽부터)과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 등 경찰 지휘부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제주 실종 허위종결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2026.8.26 hama@yna.co.kr
이처럼 매뉴얼에 규정된 절차가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난 상황에서 고질적인 인력난도 실종 사건의 충실한 처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경찰청이 전날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실종수사팀 운영 현황 및 쇄신안'에 따르면 현재 전국 경찰서 실종팀 인력은 784명, 시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장기실종팀 인력은 61명이다.
전국 경찰서 가운데 전담 실종팀이 설치된 곳은 148곳으로, 나머지 114곳에서는 강력·형사팀이 실종 사건을 다른 사건과 함께 처리한다.
실종 전담팀도 대부분 경찰관 한 명씩 4개 조로 근무하며 일부는 3교대나 5교대로 운영된다. 특히 111곳은 야간 근무자가 한 명에 불과하다.
경찰청은 쇄신안에서 "1인 근무로 부실 조치와 허위보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교대 인력이 없어 실종 신고가 집중되는 등의 업무 부하 시 부실 대응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실종 담당 경찰관 한 명이 처리하는 사건도 늘고 있다.
실종팀 경찰관 인당 연간 접수 건수는 2022년 146.5건에서 지난해 164.3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연간 167.8건에 이를 것으로 환산됐다.
주간이나 야간 근무를 마친 뒤에도 담당 실종자를 찾지 못하면 퇴근하지 못하거나 비번 날 다시 나와 수색을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실무자가 3∼4명뿐인 경찰서에서는 실종팀장까지 당직 교대조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팀장이 직접 야간근무를 하면 정작 사건을 지휘·감독해야 할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는 구조가 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실종 담당 경찰관은 "한 명이 야간근무를 하는데 신고가 두세 건 동시에 들어오면 계속 현장을 오가야 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최소한 당직자 두 명은 있어야 여러 장소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천보산에서 경찰 수색 드론이 날아 오르고 있다.
이날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경찰관이 천보산에서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4.7.10 andphotodo@yna.co.kr
산악이나 수풀 지역 수색에 유용한 드론도 개별 경찰서에 상시 배치된 장비는 아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경찰청 드론 배치 현황을 보면 경찰이 보유한 드론은 모두 149대다.
본청 3대와 부속기관 5대를 제외하면 서울청 13대, 강원·충북·경남청 각 10대 등이며 나머지 시도경찰청은 3∼9대를 보유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는 드론이 필요하면 시도경찰청 등에 지원을 요청하고 장비 운용 인력이 드론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는 방식으로 수색을 진행한다.
야간이나 산악·수풀 지역에서 실종자의 체온을 감지할 수 있어 실종 수색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열화상 카메라 탑재 드론 또한 경찰서가 상시 보유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산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을 때 경찰 드론을 지원받은 적이 있다"며 "산에는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고 절벽도 있어 드론이 필요하고, 카메라 성능이 좋아 넓은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제주 사건 이후 행안부에 제출한 쇄신안에서 실종 사건의 접수부터 종결까지 관리체계를 전면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전수점검과 감찰 결과를 토대로 야간과 휴일에 경찰관 2명 이상이 근무하는 체계를 수립하고, 강력·형사팀 인력과 사무분장 조정 등 실종 수사 조직 재정비도 검토할 예정이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도 인력 중심에서 인공지능(AI)과 지리정보시스템(GIS)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
지방자치단체 폐쇄회로(CC)TV와 시스템을 연계하고, 실종자의 인상착의와 소지품 등 외형적 특징을 AI가 분석해 예상 이동 경로에 있는 CCTV에서 유사 영상을 자동으로 찾는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사무실 PC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프로파일링 시스템 정보도 현장에서 모바일로 실시간 검색·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경찰은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정보화전략계획 수립을 마쳤으며 예산 당국과 협의를 거쳐 2027년 사업 착수, 2029년 개편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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