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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적절한 문항가격 지불…청탁금지법 처벌 대상 아냐"
"법은 최소한의 도덕…설사 부적절해도 모두 형사처벌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현직 교사로부터 수능 관련 모의고사 문항을 부정거래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타강사' 현우진 씨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4.24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현직 교사들에게 수억원을 주고 교재에 사용할 수학 시험 문항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일타강사' 현우진(39)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교사들이 겸직을 허가받지 않고 문항을 판매한 행위가 별도 법령 위반에 해당할지는 몰라도, 이들이 문항과 그에 상응하는 돈을 주고받았다면 청탁금지법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26일 현씨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금품을 주고받은 행위는 사적 거래에 해당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현씨에게 돈을 받고 문항을 제공한 현직 교사 2명과 교재개발업체 직원 서모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씨는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검찰은 앞서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현씨는 서씨와 공모해 자체 교재에 사용할 수학 시험 문항을 받는 대가로 현직 교사 2명에게 2020년 3월∼2023년 5월 총 3억4천6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았다.
또 다른 교사의 배우자 명의로 7천500만원을 송금한 혐의도 있다.
쟁점은 이들이 주고받은 돈이 청탁금지법상 '수수 금지 금품'에 해당하는지였다.
청탁금지법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안 된다고 정한다.
다만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 등 정당한 권원(權原·어떤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률적인 원인)에 의하여 제공되는 금품' 등은 수수금지 금품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판부는 현씨가 교사들에게 지급한 돈도 '문항을 사고팔기로 한 계약에 따른 대가', 즉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의 이행이라고 봐 청탁금지법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적 거래 형식을 갖췄더라도 (반대급부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품이 제공됐다면 '채무 이행'이라는 형식만 갖춘 금품 수수에 해당하지만, 전문 업체들에게 문항을 공급받으면서 지급한 금액도 (교사들에게 지급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 문항당 교사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모의고사 교재는 평균 20만원대, 일반 교재는 10만원대 수준이었다.
교사들이 현씨에게 공급한 문항을 본인이 재직한 학교에서 출제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현씨 등이 지급한 돈이 교사들로부터 제공받은 문항의 대가로 인정되고, 그 액수도 문항의 가치에 상응한다는 취지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현직 교사로부터 수능 관련 모의고사 문항을 부정거래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타강사' 현우진 씨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4.24 [공동취재] yatoya@yna.co.kr
검찰은 교사들이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문항을 판매해 적법한 거래가 아니라는 취지로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상 수수금지 예외를 판단하면서 "사적거래의 합법성 여부는 고려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거래 과정에서 해당 법령을 위반했다면 그에 따른 판단을 받으면 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기에 앞서 도덕적 책임과 형사 처벌의 영역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형사처벌은 문제해결의 최후수단"이라며 "공직자의 행위에 설령 부적절한 면이 있더라도 이를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처벌만 받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비도덕적 논리가 횡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도덕과 윤리의 영역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 선고 뒤 교사 측 변호인은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보도가 돼 수사기관에서 무리하게 기소한 것 같다"며 "균형 가지고 판결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4월 '사교육 카르텔'에 연루된 현직 교사 72명과 사교육업체 법인 3곳, 강사 11명 등 총 10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들 중 현우진씨, 조정식(43)씨를 포함해 사교육업체 관계자와 전현직 교사 등 총 4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씨 사건은 내달 16일 첫 정식 공판기일이 열린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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