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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장애인·치매환자 중심 운영…성인 검체 채취·대조 근거 불명확
제주 허위종결로 제도 공백 부각…성인 장기실종 관리체계 보완 목소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장기실종자를 찾기 위한 유전자 검사제도가 2004년 도입된 이후 4만5천건이 넘는 검체가 축적됐다.
하지만, 일반 성인 실종자는 체계적인 유전자 수집·대조 사업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제주 장미란씨 사건을 계기로 성인 실종도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가족과 신원불상 변사자의 유전정보를 대조할 법적 근거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찰청과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국회에 제출한 '2025 실종아동 등 연차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2004년 유전자 검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까지 채취된 유전자 검체는 총 4만5천493건이다.
유전자 검사제도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무연고 아동·장애인·치매환자 등과 이들을 찾는 가족의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한 뒤 상호 대조해 장기실종자를 찾는 제도다.
이 가운데 가족을 찾는 당사자 검체가 3만9천590건, 실종자를 찾는 보호자의 검체가 5천903건이었다.
당사자 검체를 유형별로 보면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이 2만2천2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아동 1만6천867건, 치매환자 489건이었다.
누적 유전자 일치 사례는 총 1천56건으로 집계됐다.
아동이 742건, 장애인이 297건, 치매환자·보호자가 17건이었다.
지난해 새로 채취된 검체는 1천658건으로, 2024년 2천220건보다 562건(25.3%) 줄었다.
유전자 일치 사례도 2024년 118건에서 지난해 57건으로 61건(51.7%) 감소했다.
[표] 유전자 채취 현황
[출처 = 2025 실종아동 등 연차보고서]
경찰이 대상자와 가족의 유전자 검체를 채취해 실종아동 및 치매환자 전문기관에 보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전정보를 분석·관리하고 기존 DB와 대조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최근 제주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건과 같은 일반 성인 실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청 예규인 '실종아동 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은 일반 성인 실종자에 해당하는 가출인을 발견하기 위한 추적 방법의 하나로 유전자 검사를 명시하고 있다.
반면 유전자 검체의 채취와 동의 절차를 규정한 같은 예규의 세부 조항은 실종아동법상 아동·장애인·치매 환자와 이들을 찾는 가족만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 성인 실종자나 가족의 검체를 어떤 요건과 절차에 따라 채취하고 누구의 유전정보와 대조·관리하는지는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일반 성인 실종자는 대부분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폐쇄회로(CC)TV, 카드 사용 내역 등을 통해 행적을 추적할 수 있어 실종 초기부터 유전자 검사를 실시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실종이 장기화하거나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시신으로 발견될 경우에는 실종자 가족과 신원불상 변사자의 유전정보를 대조해야 할 필요가 생길 수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5월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37)씨는 최초 신고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으며, 같은 경찰관이 담당했던 60대 남성 실종자도 신고 51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일반 성인 실종도 초동 수색 시기를 놓치면 장기화하고 사망하거나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태로 발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실종 성인의 유전자 검사·대조 절차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법적 근거가 없어 조치하지 못하는 것과 근거는 있지만 개별 사건을 판단해 조치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장기실종 성인의 경우에도 가족 등의 유전자 검체를 확보·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른바 '실종성인법' 관련 법안 4건이 발의됐으나 모두 계류 중이다.
성인의 경우 자발적으로 가족과 연락을 끊거나 거주지를 옮겼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동·장애인·치매환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유전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제도를 확대하더라도 장기실종 등으로 대상을 제한하고 검체 채취 동의권자와 이용 범위, 보관 기간, 폐기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종 신고가 채무자 추적이나 가정폭력 피해자의 소재 파악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실종자의 의사와 사생활을 보호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주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질 수 있지만, 성인은 사정이 다양해 모든 신고를 범죄 사건에 준해 추적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간 수만 건의 신고를 같은 수준으로 수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위치를 추적하면 거주·이전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어 대상과 요건을 세밀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wri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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