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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 분산"…합의제 사법행정기구 제안
법관들은 "외부 인사개입 시도 차단 어려워"…업무 차질 우려도
양승태 시절 '사법농단' 계기로 거론됐지만 대안 부재에 흐지부지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8.25 jieun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 논란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이 법원행정처 폐지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사법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거나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최민희 최고위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8.24 hkmpooh@yna.co.kr
2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 지휘 아래 전국 법원의 조직·인사·예산 등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 가운데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사법행정 관련 주요 사항은 별도의 합의제 기구에서 결정하게 하고 법원에는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사무처만 둬서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자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지난해 12월 민주당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 주도로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도 담긴 내용이다. 이 법안은 현재 법사위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사법행정위가 법원행정처를 대체해 법원의 인사·징계·예산·회계 등 사법행정 사무처리에 관한 사항 전반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장관급인 위원장은 전현직 법관이 아닌 위원 중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총 13명의 위원 중 3명은 상임직으로 두는데 1명은 법관, 2명은 법관이나 검사가 아닌 위원이 맡도록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4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6.8.24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법원행정처 개혁론은 사법부 쇄신 논의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돼왔다.
노무현 정권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는 엘리트 법관 위주의 사법행정 운영으로 사법부 관료화를 초래했다는 비판과 함께 행정처 쇄신 방안이 검토됐다.
사실상 해체·폐지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법원행정처 기능을 서로 다른 기관에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사법농단'의 진원지로 지목돼 거센 폐지론이 제기됐다.
2017년 2월 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발령받았던 이탄희 전 의원이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했고, 그해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조사를 벌인 끝에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광범위하게 남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법부 안팎에선 법원행정처 개혁 논의에 불이 붙었다.
그 무렵 활동을 시작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자문위원회는 '사법평의회' 신설을 제안했다.
국회가 선출하는 8인과 대통령이 지명하는 2인, 법관회의에서 선출하는 6인으로 사법평의회를 구성하고 사법행정 사무를 처리한다는 안이다.
그러나 자문위 내에서도 '법원이 정치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그로 인해 재판의 독립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우려 의견이 적지 않았다.
정치권발 사법개혁 움직임에 사법부 내부 우려가 커지자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이 더뎌지자 2019년 9월 대안으로 규칙 개정을 통해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21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사법이 정치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사법행정회의가 또 다른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등 이견이 표출되며 흐지부지됐다.
이탄희 전 의원은 2020년 7월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안을 발의했으나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인 당시 법원행정처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행정처 폐지 논의는 대안 부재 속 입법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사태와 관련해 오는 31일 열릴 법사위 전체 회의에 조 대법원장의 출석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8.25 hkmpooh@yna.co.kr
행정처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선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승원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가 이런 불합리와 불법을 행했다"며 "대법원장 기동대 역할을 했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추천된 이들에게 연락해 후보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구상을 제안했다는 사실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법원조직법상 기구인데 여기서 내려진 결정을 법원행정처장이 뒤집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든 사법조직이 내 손 안에 있다는 입장과 다름없다"며 법원행정처를 폐지해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예산 같은 주요 사법행정 사무를 결정하는 합의제 기구는 절반가량을 외부 인력으로 구성하고 사법정책이나 기획은 사법정책연구원 같은 연구기관에 넘기면 된다는 제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지난 20일 성명을 내 "법원행정처를 동원해 입맛대로 추천 후보를 바꾸고 임명까지 관철하려고 한 행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이고 독점적인 지위와 권한에 기초한다"며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새로운 사법행정기구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 과정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8.19 hkmpooh@yna.co.kr
그러나 사법부를 중심으로는 삼권분립 침해 소지가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헌법 101조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하고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도 포함되므로, 법원이 정치적·외부적 간섭 없이 사법행정을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11월 민주당 '사법행정 정상화' TF 입법공청회에 참석한 이지영 당시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고법판사)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이런 위헌 우려를 제기했다.
이 고법판사는 특히 비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위원회에 법관 인사에 대한 권한이 집중되면 인사를 통해 재판을 미치려는 외부 시도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내부로부터 독립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법부 외부로부터 독립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사법행정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세부적인 예산 집행이나 인사가 위원회 형식으로 제대로 돌아갈지 의문이다. 대법원장 힘을 뺀다는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업무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선관위 사태에서 보듯 외부 위원 중심의 합의체가 구성되더라도 '거수기'처럼 내부 실무 부서가 마련한 안건을 추인하는 데 그치고 세부 업무까지 직접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부장판사도 "전임 대법원장 시절 행정처 인원을 대폭 줄였고, 비법관이 인사를 담당하면서 인사 대상이 누락되거나 잘못 반영되는 등 삐걱대는 모습이 있었다"고 전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민주당이 현실적인 대안에 대한 숙고 없이 법원행정처 폐지를 거론해 사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부로부터 사법행정권을 박탈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이라며 "위헌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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