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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건강] 밥부터? 채소부터?…혈당은 '먹는 순서'를 기억했다

입력 2026-08-22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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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 식후 1시간 혈당 상승폭 74%↓


식사 속도보다 순서 영향 커…"쌀 많이 먹는 한국인에 실용적 전략"




혈당

[자료 이미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을 줄이거나 전체 식사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같은 양만큼 먹더라도 '무엇부터 먹느냐'에 따라 식후 혈당의 움직임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채소와 단백질을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으면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국제학술지 '당뇨병·비만·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최신호에 따르면 이화여대 연구팀은 건강한 한국인 젊은 여성 33명을 대상으로 음식 섭취 순서가 식후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이런 연관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모든 참가자가 네 가지 식사법을 차례로 경험하는 무작위 교차시험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착용한 채 열량과 영양성분이 똑같은 식사를 순서만 달리해 섭취했다.


연구팀이 젊고 건강한 여성에게 주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젊은 나이에 발생한 2형 당뇨병은 혈관 합병증 위험이 높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도 더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비교적 마른 체형에서도 췌장 베타세포 기능과 초기 인슐린 분비 능력이 떨어져 식후 혈당이 크게 오르는 경우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험에 사용한 한 끼 식사는 약 573㎉로, 탄수화물 54.4%, 단백질 18.1%, 지방 28.0%로 구성됐다. 탄수화물은 모닝롤(작은 식사빵)과 주먹밥, 단백질은 닭가슴살·구운 달걀·연두부, 채소는 혼합 샐러드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 채소→단백질→탄수화물 그룹 △ 탄수화물→단백질→채소 그룹 △ 무순서 음식 섭취 그룹 △ 순서와 시간제한 없이 평소처럼 먹는 그룹으로 나눠 식사하도록 했다.


앞선 세 가지 방식은 35분 동안 진행됐으며, 참가자들은 각 식사법을 3일 연속 시행한 뒤 다음 방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4주에 걸쳐 반복했다.


이 결과 탄수화물을 먼저 먹었을 때 혈당은 가장 빠르고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면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마지막에 먹었을 때는 혈당 곡선이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식후 첫 1시간 동안 혈당이 얼마나 많이 상승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혈당 증가 곡선하면적'은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가 '탄수화물→단백질→채소' 순서보다 약 74.1% 낮았다.


이런 차이는 식후 2시간까지 이어졌다. 채소를 먼저 먹었을 때는 음식을 섞어 먹거나 평소처럼 자유롭게 먹은 경우보다도 혈당 상승 폭이 유의하게 작았다.


혈당 최고치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채소를 먼저 먹었을 때 식후 최고 혈당은 평균 6.92mmol/L(약 125㎎/dL)이었지만, 탄수화물을 먼저 먹으면 8.18mmol/L(약 147㎎/dL)까지 올랐다.


혈당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간도 채소 우선 식사에서는 평균 104분으로, 탄수화물을 먼저 먹었을 때의 약 49분보다 두 배 이상 늦었다. 그만큼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고 천천히 상승했다는 의미다.


혈당의 최고점만 낮아진 것도 아니었다.


혈당이 하루 중 얼마나 크게 출렁이는지를 보여주는 평균 혈당 변동 폭은 채소를 먼저 먹었을 때 0.76mmol/L로, 탄수화물을 먼저 먹었을 때(1.66mmol/L)의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목표 혈당 범위에 머문 시간도 채소 우선 식사에서 99.73%로 가장 높았다.


반면 식사 속도의 영향은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평소 방식으로 식사한 참가자를 식사 속도에 따라 나눠 분석한 결과, 가장 빨리 먹은 그룹의 평균 식사 시간은 약 19분, 가장 느린 그룹은 약 33분으로 거의 두 배 차이가 났지만, 혈당 관련 지표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식사 속도를 조절하는 것보다 음식 섭취 순서를 바꾸는 것이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더 실용적인 전략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사흘 연속 식사했을 때도 혈당 개선 효과는 유지됐다. 식후 1시간 혈당 상승 정도는 첫날보다 둘째 날 유의하게 감소했고, 3시간 동안의 전체 혈당 상승 정도도 3일에 걸쳐 변화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혈당 상승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식이섬유는 음식물의 점도를 높여 위에서 음식이 빠져나가는 속도를 늦추고, 소장에서 탄수화물이 소화·흡수되는 과정도 지연시킨다.


여기에 채소를 먼저 먹으면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장 호르몬인 'GLP-1' 분비가 촉진될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탄수화물에서 만들어진 포도당이 혈액으로 한꺼번에 흡수되는 것을 늦춰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급격한 혈당 상승을 줄이고 혈당 변동을 안정화하는 것은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을 만들어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중요하다"면서 "대사적으로 취약하고 쌀을 많이 섭취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식사 순서를 조절하는 방법이 조기 당뇨병 예방을 위한 실용적인 비약물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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